시공간을 초월한 아름다움 세비야 스페인 광장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의 보석, 세비야(Sevilla). 뜨거운 태양과 정열의 플라멩코가 살아 숨 쉬는 이 도시에는 여행자의 발길을 멈추게 하는 압도적인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바로 스페인 광장(Plaza de España)이죠.
이 광장은 '예쁜' 정도를 넘어섭니다. 마치 시간 여행을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웅장함과 디테일의 향연! 저는 이 광장에 도착하는 순간, 몇 년 전 배우 김태희가 정열적인 탱고를 추었던 광고 속 바로 그 장소라는 것을 직감했습니다. 영화나 드라마 세트장 같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스타워즈 에피소드 2: 클론의 습격>이나 <아라비아의 로렌스> 같은 국제적인 대작 영화의 촬영지였다는 사실! 이쯤 되면 인생샷 성지를 넘어선, 그야말로'영화 속 장소'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스페인의 과거와 미래를 껴안다
세비야 스페인 광장은 수백 년의 역사를 가진 고대 유적이 아닙니다. 1929년에 열린 이베로-아메리카 박람회(Exposición Iberoamericana de 1929)를 위해 세비야 출신의 건축가 아니발 곤잘레스(Aníbal González)가 설계하여 1928년에 완성한 비교적 근대의 건축물이죠. 하지만 그 디자인에 담긴 의미는 스페인의 깊은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웅장한 '포옹'의 구조, 반원형 건물
광장은 반원형의 거대한 건물로 둘러싸여 있는데, 이는 스페인이 과거 식민지였던 이베로-아메리카 국가들(남미 국가들과 미국, 포르투갈 등)을 '다시 끌어안는다'는 화합과 환영의 의미를 상징한다고 합니다. 건축 양식 또한 독특해서, 당시 유행하던 아르데코(Art Deco) 양식에 스페인 전통의 네오-무데하르(Neo-Mudéjar), 바로크 양식 등을 혼합한 세비야 건축의 정수로 평가받습니다.
스페인 48개 주를 담은 아줄레주(Azulejo) 벤치
스페인 광장의 백미는 뭐니 뭐니 해도 화려한 타일 벤치(Alcoves of the Provinces)입니다. 반원형 건물의 벽면을 따라 스페인 48개 주(Province)를 상징하는 타일 부스가 일렬로 늘어서 있습니다. 각 부스에는 해당 주의 지도, 문장(Coat of Arms), 그리고 그 지역의 중요한 역사적 사건을 묘사한 화려한 아줄레주(Azulejo - 스페인의 유약 타일) 벽화가 새겨져 있습니다.
이 타일들을 하나하나 감상하며 잠시 스페인 전역을 여행하는 듯한 기분을 느꼈습니다. 스페인 여행자들 사이에서는 자기 고향 타일 앞에서 인증샷을 찍는 것이 일종의 '의식'처럼 여겨진다고 합니다.
탱고, 카약 그리고 영화 같은 순간들
제 경험상 스페인 광장은 눈으로 보는 것 외에도 즐길 거리가 가득한 공간입니다.
낭만의 운하에서 보트 타기
광장 건물을 따라 길게 이어진 아름다운 운하가 있습니다. 이 운하에는 네 개의 다리가 놓여 있는데, 이 다리들은 스페인의 고대 왕국인 카스티야(Castilla), 레온(León), 아라곤(Aragón), 나바라(Navarra)를 상징한다고 합니다. 이 운하 위에서 작은 보트를 빌려 탈 수 있습니다!
저는 직접 노를 저어 보트를 탔는데, 물 위에서 올려다보는 광장의 웅장한 모습은 또 다른 감동을 선사했습니다. 운하를 따라 천천히 흐르는 물결과 아름다운 다리 밑을 지나는 경험은 낭만적인 분위기를 한껏 더해주는것 같았습니다. 운하의 물은 과달키비르 강(Guadalquivir River)을 상징하며, 이는 아메리카 대륙으로 가는 길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정열의 길거리 공연, 플라멩코
제가 광장에 머무는 동안, 광장 중앙이나 아치 아래에서는 길거리 공연이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제가 봤던 공연은 바로 플라멩코! 정열적인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무용수들의 모습은, 김태희 씨의 광고 속 한 장면처럼 강렬하게 다가왔습니다.
세비야는 플라멩코의 본고장이기도 한 만큼, 즉흥적인 플라멩코 공연을 볼 수 있는 기회도 많습니다. 갑작스럽게 마주치는 예술가의 열정적인 몸짓은 여행의 활력소가 되는것 같았습니다.
세비야 스페인 광장의 재미있는 비밀 이야기
스페인 광장에는 숨겨진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습니다. 바로 광장 중앙에 있는 분수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이 광장의 설계자인 아니발 곤잘레스는 원래 이 광장에 분수를 넣는 것을 반대했다고 합니다. 그의 건축적 비전과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광장이 완공된 후, 그가 원하지 않았던 분수는 결국 광장 중앙에 설치되었습니다.
더 재미있는 사실은, 곤잘레스의 사후에 광장 입구에 그의 업적을 기리는 동상이 세워졌는데, 이 동상은 그가 싫어했던 바로 그 분수를 등지고 서 있다는 것입니다! 마치 끝까지 자신의 건축적 신념을 지키려는 듯한 곤잘레스의 의지가 느껴지는 유쾌한 일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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