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로드의 향기: 사마르칸트 시압 바자르, 800년 역사가 숨 쉬는 시장
중앙아시아 우즈베키스탄의 고대 도시 사마르칸트의 진정한 활력과 일상을 느끼고 싶다면, 시압 바자르(Siyob Bazaar; Siyob bozori)를 방문해야 합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비비 하눔 모스크(Bibi-Khanym Mosque) 바로 옆에 위치한 시압 바자르는 수천 년 실크로드 교역의 중심지였던 사마르칸트의 '살아있는 심장'입니다. 푸른 돔의 고요함 뒤편에서 펼쳐지는 이곳의 활기찬 풍경은 고대와 현대를 잇는 마법 같은 경험을 선사합니다.
역사와 지리: '검은 강' 옆에 피어난 무역의 꽃
시압 바자르는 물건을 사고파는 장소를 넘어섭니다. 그 이름부터 역사와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바자르의 이름과 역사적 기원
'시압(Siyob)'이라는 이름은 이 시장 근처를 흐르는 시압 강(Siyob River)에서 유래했습니다. 페르시아어와 타지크어로 '시압'은 '검은 물/강'을 뜻하며, 이는 고대부터 이곳이 물과 교역의 중심지였음을 암시합니다.
- 실크로드의 주요 거점: 이 바자르는 기원전부터 존재했다는 설이 있을 정도로 역사가 깊으며, 특히 티무르 제국 시대(14~15세기)에는 사마르칸트가 수도였기 때문에 전 중앙아시아와 인도, 중국을 잇는 최대 규모의 국제 교역 센터 중 하나로 번성했습니다. 당시 상인들은 이곳에서 향신료, 비단, 도자기, 그리고 이 지역 특산물인 과일과 빵을 거래했습니다.
비비 하눔과의 관계
시압 바자르의 정문은 웅장하고 아름다운 비비 하눔 모스크와 나란히 서 있습니다. 이는 과거 종교와 무역이 도시 생활의 중심축이었음을 보여줍니다. 순례자들이 모스크에서 경배를 마친 후, 생필품을 구매하고 상업적인 교류를 위해 바자르로 자연스럽게 이동했을 것입니다.
- 건축적 특징: 바자르 입구는 푸른 마졸리카 타일로 장식된 삼중 아치 형태로 되어 있어, 주변의 역사 유적들과 건축적 통일성을 이루면서도, 시장 특유의 활발하고 생동감 넘치는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시압 바자르의 하이라이트: 사마르칸트 빵의 전설
시압 바자르를 상징하는 단 하나의 물건을 꼽으라면, 단연 '사마르칸트 빵' 혹은 '논(Non)'입니다. 이 둥글고 납작한 빵은 우즈베키스탄 전역에서 유명하며, 특별한 전설을 품고 있습니다.
2년 동안 썩지 않는 마법의 빵
사마르칸트의 빵은 맛과 독특한 모양(가운데가 오목한 원형)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상하지 않는 특성으로 유명합니다. 이에 얽힌 재미있는 전설은 사마르칸트 시민들의 자부심을 잘 보여줍니다.
- 왕의 도전: 옛날, 다른 지역의 한 왕이 이 사마르칸트 빵의 맛에 반해 자신의 나라에서도 이 빵을 만들라고 명령했습니다.
- 실패의 연속: 왕은 사마르칸트의 숙련된 제빵사, 밀가루, 물, 화덕, 심지어 땔감까지 모두 가져와 똑같이 재현하려 했지만 번번이 실패했습니다.
- 제빵사의 비밀: 결국 왕은 제빵사에게 실패의 원인을 물었습니다. 제빵사는 고개를 저으며 이렇게 답했습니다. "이 빵을 만들기 위해서는 사마르칸트의 공기가 필요합니다."
- 결론: 사마르칸트의 독특한 기후, 물, 그리고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제빵 기술, 무엇보다 이 도시의 정수(精髓)가 빵에 녹아있기에, 오직 이곳에서만 진정한 사마르칸트 빵을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왕은 결국 도전을 포기하고 제빵사를 돌려보낼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시압 바자르의 빵 코너에는 이 특별한 빵이 수십 종류 쌓여있으며, 이 빵을 기념품으로 사가려는 관광객들로 항상 북적입니다. 빵은 실제로 매우 단단하고 건조하여 장거리 이동에도 쉽게 상하지 않는 특성이 있습니다.
미하일 게라시모프의 방부 기술
흥미롭게도, 앞서 구르아미르에서 티무르의 시신을 발굴했던 인류학자 미하일 게라시모프는 티무르의 시신이 발견되었을 때 장뇌, 송진, 장미, 유황이 뒤섞인 특유의 방부처리 냄새가 났다고 기록했습니다.
이처럼 고대 사마르칸트 사람들은 음식(빵)과 인체(미라) 모두에 독특하고 뛰어난 보존 기술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은 우연 이상의 의미를 시사합니다.
바자르 탐험: 오감으로 즐기는 실크로드의 맛과 색
시압 바자르는 약 7헥타르(70,000㎡)가 넘는 거대한 규모를 자랑하며, 그 안은 다양한 구역으로 잘 정돈되어 있습니다. 이곳은 현지인들의 일상과 문화를 가장 가까이에서 체험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건과일과 향신료의 천국
시압 바자르의 핵심 상품은 건과일, 견과류, 그리고 향신료입니다.
- 건과일: 우즈베키스탄의 풍부한 일조량 덕분에 말린 살구, 건포도, 자두 등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습니다. 특히 씨를 볶아 소금 간을 한 **살구 씨앗(Apricot Pits)**은 이 지역의 독특한 간식입니다.
- 향신료: 사프란, 카르다몸, 커민(지라), 넛맥 등 실크로드를 따라 거래되던 수많은 향신료들이 진열되어, 시장 전체에 이국적인 향을 풍깁니다.
- 맛보기의 즐거움: 이곳 상인들은 매우 친절하고 적극적으로 관광객에게 시식을 권합니다. 달콤한 샤브달리(말린 살구)부터 짭짤한 견과류까지, 아낌없이 내어주는 인심을 통해 동양적인 환대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현지 생활용품과 기념품

식품 외에도 중앙아시아 전통 모자 튜베테이카(Tubeteika), 수공예 실크 카펫, 화려한 문양의 도자기와 접시 등이 팔립니다. 특히 도자기 구역에서는 사마르칸트 특유의 파란색과 청록색 패턴이 담긴 아름다운 공예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흥정할 수 있습니다.

생동감 넘치는 만남의 장소
바자르는 또한 뉴스 교환, 가십 공유, 그리고 간단한 식사를 즐기는 현지인들의 사교 장소이기도 합니다. 한쪽에서는 샤슬릭(Shashlik)을 굽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다른 한쪽에서는 우즈베크 전통 요리인 플로프(Plov)나 쌈사(Samsa)를 파는 식당이 여행객의 발길을 붙잡습니다.
- 흥정 문화: 이곳에서는 흥정(Bargaining)이 필수입니다. 처음부터 상인이 부르는 가격을 다 지불하기보다는 가벼운 대화와 함께 가격을 조율하는 과정을 즐겨보세요. 이것이 바로 중앙아시아 바자르 문화의 핵심입니다. 저는 그냥 살까 말까 하고 있었는데 처음 물어봤던 가격에서 반으로 반으로 자꾸 깍아주겠다고 하더라구요 ^^
시압 바자르는 사마르칸트의 역사적 건축물들이 가진 정적인 아름다움과는 대조적으로, 수천 년 실크로드의 숨결이 그대로 느껴지는 역동적인 공간이었습니다.
'즐거운생활 > 틈내서 세계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사마르칸트 '아그로 마켓': 우즈베키스탄 농업의 미래를 엿보다! (Feat. 첨단 종묘 기술과 뜨거운 배움의 열기) (19) | 2025.10.29 |
|---|---|
|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매직 시티': 놀이공원? NO! 동화 속 산책 & 이색 카페를 즐기는 힐링 스팟! (21) | 2025.10.29 |
| 타지마할의 원형! 사마르칸트 구르아미르 영묘: 옥돌 묘비와 티무르 왕조의 황금빛 유산 (19) | 2025.10.28 |
| 우즈베키스탄의 종묘, 샤히진다! 장식의 화려함으로 읽는 중앙아시아 800년 역사 (10) | 2025.10.27 |
| 우즈베키스탄 '국시'는 왜 한국 국수와 같을까? 고려인의 슬픈 역사와 맛있는 우즈벡 음식 대탐험! (22) | 2025.10.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