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팡이의 이런저런 소중한 이야기

Global Life & Economy Archive

Slow and steady wins the race

즐거운생활/틈내서 세계여행

우즈베키스탄 '국시'는 왜 한국 국수와 같을까? 고려인의 슬픈 역사와 맛있는 우즈벡 음식 대탐험!

ohara 2025. 10. 27. 06:39
반응형

 고난의 역사 속에서 피어난 맛의 융합: 우즈베키스탄 음식과 '국시'의 감동적인 스토리

중앙아시아의 심장, 우즈베키스탄은 화려한 건축물뿐만 아니라, 예상치 못한 깊은 맛으로 여행자를 매료시키는 곳입니다. 한국인의 입맛에 너무나 익숙하면서도 이색적인 우즈베키스탄의 음식들은, 실크로드를 따라 흐른 역사의 물줄기와 고려인들의 애환이 녹아들어 더욱 특별합니다.

저는 우즈베키스탄에서 그들의 전통 음식을 맛보며, 우리의 오랜 식문화와의 놀라운 연결고리를 발견했습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정직하고 담백한, 그래서 더욱 마음이 따뜻해지는 우즈베키스탄의 식탁을 소개합니다.


'국수'와 '국시'의 눈물겨운 재회: 고려인의 혼이 담긴 소울 푸드

국시

 

우즈베키스탄에서 만난 수많은 음식 중, 가장 마음에 뭉클함을 안겨준 것은 바로 '국시(Kuksi)'라는 이름의 국수 요리였습니다. 발음마저 한국의 '국수'와 놀랍도록 비슷한 이 음식은 우연이 아니었습니다.

  • 역사적 배경: 1937년, 스탈린의 강제 이주 정책으로 인해 연해주에 살던 17만 명에 달하는 조선인들이 영문도 모른 채 중앙아시아의 황무지로 강제 이주되었습니다. 이들을 우리는 고려인이라고 부릅니다.
  • 고향의 맛을 지키다: 물자가 부족하고 기반 시설이 없던 척박한 땅에서, 고려인들은 고향인 한반도를 그리워하며 손으로 직접 밀가루 반죽을 빚어 국수를 만들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러시아어로는 '쿠크시(Кукси)', 한국어 발음으로는 '국시'가 된 음식입니다.
  • 현지화와 융합: 초기에는 고향의 잔치국수 형태를 띠었으나, 중앙아시아에서 구하기 쉬운 고기(양고기, 소고기), 오이, 토마토, 계란 지단 등의 재료가 추가되고, 특히 이 지역 특유의 차갑거나 미지근한 육수에 말아먹는 형태로 발전했습니다. 이 시원하고 새콤달콤한 국시는 오늘날 우즈베키스탄의 여름 별미로 자리 잡았으며, 현지인들에게도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 뭉클함의 이유: 국시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고려인들이 혹독한 환경 속에서도 민족의 정체성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잊지 않기 위해 지켜온 '문화적 유산'입니다. 그들의 고난의 역사가 면발 하나하나에 스며들어, 한국인 여행자의 마음을 더욱 뭉클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육류 중심 식단의 향연: 샤슬릭, 오쉬, 그리고 담백한 수프

우즈베키스탄은 내륙 국가의 특성상 예부터 유목 생활의 영향을 받아 육류 중심의 요리가 발달했습니다.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푸짐한 고기 맛'이 이 나라 음식의 특징입니다.

샤슬릭 (Shashlik): 중앙아시아의 국민 꼬치구이

 

 

샤슬릭은 한국의 꼬치구이와 비슷하지만, 고기 크기가 훨씬 크고 두툼합니다. 보통 양고기, 소고기, 닭고기 등을 사용하며, 특제 양념에 재워 과일나무 숯불에 구워내기 때문에 은은한 숯불 향이 일품입니다.

  • 한국인의 입맛에 '착붙': 한국의 육류 구이 문화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샤슬릭은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는 최고의 메뉴입니다. 여기에 식초와 양파를 곁들인 샐러드를 함께 먹으면 느끼함이 사라져 무한정 먹을 수 있습니다.

오쉬/플롭 (Osh / Plov): 우즈베키스탄의 영혼

 

오쉬(Osh), 또는 플롭(Plov)은 우즈베키스탄의 국민 음식이자, 유네스코 인류 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중요한 문화유산입니다. 쌀과 고기(주로 양고기), 당근, 양파 등을 커다란 가마솥인 카잔(Kazan)에 넣고 볶은 후 쪄내는 방식인데, 한국의 볶음밥 또는 기름기 있는 영양밥과 비슷합니다.

  • 지역별 다양성: 사마르칸트, 타슈켄트, 부하라 등 지역마다 오쉬를 만드는 방식과 들어가는 부재료(콩, 건포도, 메추리알 등)가 달라서 여행하며 비교해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 잔치와 대접: 결혼식, 명절 등 중요한 날에는 반드시 오쉬를 만들고, 손님을 맞이할 때도 오쉬를 대접하는 것이 최고의 예의입니다.

슈르파 (Shurpa): 곰탕을 닮은 담백함

 

 

슈르파(Shurpa)는 고기와 채소(감자, 당근 등), 콩을 넣고 끓인 고깃국(수프)입니다. 마치 한국의 맑은 곰탕이나 육개장(맵지 않은 버전)처럼 진한 고기 육수 맛이 특징입니다.

  • 한국식 '국물 사랑': 밥상에 따뜻한 국물을 중요시하는 한국인들에게 슈르파는 속을 편안하게 해주는 완벽한 선택입니다. 오랜 시간 푹 고아낸 듯한 육수 맛은, 화려한 향신료 없이도 재료 본연의 깊은 맛을 냅니다.

화덕 빵 '논'과 육즙 만두 '쌈사'

 

우즈베키스탄의 식탁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것은 바로 빵입니다.

  • 논/리뾰쉬카 (Non/Lepyoshka): 우즈베키스탄의 전통 빵은 탄드르(Tandur)라는 진흙 화덕 벽에 붙여 구워냅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며, 빵 가운데가 움푹 들어가 문양이 새겨진 독특한 모양이 특징입니다. 식사 때 밥 대신 먹거나, 스프에 찍어 먹는 담백한 주식입니다.
  • 쌈사 (Somsa): 페이스트리 반죽 안에 양파와 양고기 또는 소고기를 넣고, 논을 굽는 탄드르 화덕에 구워낸 육즙 가득한 구운 만두입니다. 갓 구워낸 쌈사는 바삭한 껍질과 뜨거운 육즙의 조화가 환상적입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