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팡이의 이런저런 소중한 이야기

Global Life & Economy Archive

Slow and steady wins the race

즐거운생활/틈내서 세계여행

우즈벡 사마르칸트: 고려 사신부터 동양인 티무르까지! 실크로드의 심장에서 찾은 K-문화 코드

ohara 2025. 10. 26. 07:08
반응형

고려인부터 티무르까지: 실크로드의 심장, 사마르칸트에서 만난 '존중'과 '다양성'의 이야기

지난겨울, 저는 중앙아시아의 보석,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를 방문했습니다. 눈부신 푸른 타일 건축물 사이에서 천 년의 시간을 거슬러온 듯한 신비로움을 느낄 수 있었죠. 특히 이곳에서 경험한 역사적 깊이와 문화적 다양성은 한국인의 시각에서 매우 이색적이고 흥미로웠습니다.

고려시대부터 이어진 인연: 실크로드의 증거

 

놀랍게도 사마르칸트는 고려시대부터 한국과 실크로드를 통해 교류해왔던 유서 깊은 도시입니다. 고려 문인 이색(李穡)의 시문집 『목은집』에도 "사마르칸트"라는 지명이 등장할 정도로, 멀고 먼 이역만리에서도 문화적, 경제적 교류가 활발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특히 아프로시압 박물관에 남아있는 7세기경 벽화(Wall painting in Afrasiab)에는 고구려 사신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그려져 있어, 당시 동서양 교류의 흔적을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이는 과거 실크로드가 단순한 무역로를 넘어 문화와 인류를 연결하는 거대한 고속도로였음을 증명하는 살아있는 역사입니다.

동양의 영웅 '티무르': 사마르칸트를 세계의 중심으로

 

사마르칸트의 정체성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바로 아미르 티무르(Amir Temur, Tamerlane)입니다. 흔히 '티무르 제국'의 건립자로 알려진 그는 우즈베키스탄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민족 영웅이자 국부로 여겨집니다. 흥미로운 점은 그의 외모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서양인보다는 동양인에 가깝다는 것입니다. 이는 중앙아시아의 복합적인 민족 구성과 역사를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이기도 합니다.

티무르는 14세기 후반, 사마르칸트를 자신의 제국 수도로 삼고 전 세계의 학자와 예술가를 불러 모아 '세계의 수도'로 만들고자 했습니다. 그 결과 우리가 지금 보는 경이로운 건축물들, 예를 들어 레기스탄 광장의 웅장한 메드레세(이슬람 학교), 비비하눔 모스크, 구르 아미르 영묘 등이 건설되었죠. 그의 동방적 외모와 거대한 제국 건설 이야기는 사마르칸트에 더욱 신비로운 아우라를 더합니다.

서로를 존중하는 문화: 다름을 포용하는 무슬림 사회

 

우즈베키스탄은 인구의 대다수가 수니 이슬람교도이지만, 제가 경험한 그들의 무슬림 문화는 한국 사회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개방적이고 상호 존중적인 모습이었습니다.

  • 개인의 선택 존중: 예를 들어, 술을 마시는 것에 대한 사회적 압력이 거의 없었습니다. 현지인들은 술을 즐기면서도, 술을 마시지 않는 동료에게 결코 강요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종교적 규율을 각자의 방식으로 해석하고 존중하는 문화적 특성으로 보였습니다.
  • 다양한 외모와 하나의 정체성: 또 인상 깊었던 점은 거리에서 만나는 우즈베키스탄인들의 외모가 매우 다양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유럽계에 가까운 사람부터 몽골리안에 가까운 동양적인 외모, 그리고 그 혼혈의 모습까지 다채로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같은 언어(우즈벡어)를 사용하고, 같은 종교(이슬람)를 믿으며, '우즈베키스탄인'이라는 강한 정체성을 공유하고 있었습니다. 이는 한국 사회에서는 쉽게 접하기 어려운 이색적인 광경으로, 인종적 다양성 속에서 단일한 문화적 유대감을 형성하는 모습이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사마르칸트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며 동서양의 문화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곳이었습니다. 그곳에서 저는 역사의 웅장함뿐만 아니라,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개인의 선택을 존중하며 함께 살아가는 따뜻한 공동체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