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팡이의 이런저런 소중한 이야기

Global Life & Economy Archive

Slow and steady wins the race

즐거운생활/틈내서 세계여행

파괴와 창조의 도시: 로테르담에서 만난 미래 건축과 지성의 거인

ohara 2025. 10. 16. 06:11
반응형

 

폐허 위에서 꽃피운 혁신적인 건축

큐브하우스

 

로테르담은 네덜란드에서 가장 현대적인 건축물을 자랑하는 도시입니다. 이러한 건축적 혁신은 도시의 가슴 아픈 역사와 얽혀 있습니다. 1940년 5월, 제2차 세계 대전 중 독일군의 대규모 폭격으로 로테르담 시내 중심부(Historic Center)가 거의 완전히 파괴되는 비극을 겪었습니다. 이 폐허 위에서 로테르담은 과거를 복원하는 대신, 미래를 건설하기로 결정했다고 합니다.

이 결정 덕분에 로테르담은 넓은 도로, 탁 트인 공간, 그리고 실험적이고 혁신적인 현대 건축물의 전시장으로 재탄생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로테르담의 스카이라인에는 네덜란드에서 가장 높은 건물들이 즐비하며, 이는 이 도시의 "Doener" (행동하는 사람, 실용주의자) 정신을 상징합니다.

도시의 랜드마크: 마르크탈 (Markthal)

 

로테르담 현대 건축의 정점은 단연 마르크탈(Markthal)입니다. 터널처럼 아치형으로 휘어진 독특한 모양이 특징인 이곳은 주거 시설과 쇼핑몰이 결합된 복합 건축물입니다.

 

 

  • 구조와 기능: 거대한 실내 시장 위에 개의 아파트가 지어진 구조로, '활기찬 시장과 고요한 주거 공간의 결합'이라는 건축적 실험을 보여줍니다. 아치형 천장에는 11,000제곱미터에 달하는 화가 아르노 코넨(Arno Coenen)의 거대한 벽화, '풍요의 뿔(Horn of Plenty)'이 그려져 있어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 건축비: 이처럼 독창적이고 복잡한 구조를 짓는 데는 엄청난 비용이 들었겠죠. 마르크탈의 건설 비용은 약 1억 7천 5백만 유로(€175,000,000)에 달하며, 이는 한화로 약 2,340억 원이 넘는 거금입니다 (환율 변동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엄청난 비용임은 분명합니다).
  • 주차장: 지하에는 넓고 현대적인 주차 시설이 마련되어 있지만, 로테르담의 다른 중심가와 마찬가지로 주차 요금은 다소 비싼 편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거대한 건축물을 지탱하는 지하의 규모 또한 놀라움을 주었습니다.

도시의 밤을 밝히는 유로마스터 (Euromast)

유로마스터에서 내려다본 로테르담 야경

 

로테르담의 진정한 매력은 밤에 완성됩니다. 해발 185m의 높이를 자랑하는 전망대, 유로마스터(Euromast)에 올라 내려다본 도시의 야경은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습니다.

유로마스터에서 바라본 에라스무스 다리(Erasmus Bridge)는 우아한 백조의 목처럼 불빛을 밝히고 있었고, 파괴 후 새롭게 세워진 마천루들이 뿜어내는 차가우면서도 미래적인 빛은 도시의 끈기와 희망을 상징하는 듯했습니다. 유럽 최대의 항구 도시답게, 강변을 따라 펼쳐진 수많은 불빛과 선박들이 로테르담의 역동적인 밤을 보여주었습니다.


지성과 사색의 도시: 에라스무스의 유산

로테르담은 단순히 건축의 도시가 아니라, 유럽 인문주의의 심장이기도 합니다.

이곳은 15세기 네덜란드의 대표적인 인문학자이자 신학자인 데시데리위스 에라스뮈스(Desiderius Erasmus Roterodamus)의 고향입니다. 그의 대표 저서 《우신예찬》은 중세의 권위에 대항하며 유럽 지성사에 큰 영향을 미쳤죠.

로테르담에는 그의 이름을 딴 에라스무스 대학교(Erasmus University Rotterdam, EUR)가 있습니다. 라스무스 대학은 국제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 연구 중심 대학으로, 특히 경제학과 경영학 분야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도시가 가진 실용성과 개방성이 학문 분야에서도 그대로 반영되어, 로테르담은 현대 지성의 거점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었습니다.


로테르담의 또 다른 상징: 자전거 주차 문화

 

로테르담은 네덜란드의 다른 도시들과 마찬가지로 자전거의 천국입니다. 신기했던 것은 단순히 자전거가 많다는 사실이 아니라, 이를 수용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시내 주요 역 근처에는 엄청난 수의 자전거를 효율적으로 주차하기 위해 설계된 2층짜리 자전거 주차 랙(Two-tier bike racks)이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이 시스템은 가스 보조 장치를 이용해 자전거를 쉽게 위층에 올릴 수 있도록 만들어져, 공간 활용도를 극대화했습니다. 마치 거대한 자전거의 아파트를 보는 듯한 광경이었으며, 네덜란드의 실용주의와 환경 친화적인 도시 계획을 한눈에 보여주는 장면이었습니다.

파괴를 딛고 일어선 로테르담은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미래를 디자인하는 도시였습니다. 혁신적인 건축, 깊이 있는 지성, 그리고 효율적인 생활 방식까지, 로테르담은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미래의 도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듯했습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