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근길, 문득 고개를 들었을 때 전신주 너머로 뉘엿뉘엿 지는 해를 마주했습니다. 하늘을 가로지르는 전선들, 그리고 굳건히 서 있는 전신주의 실루엣. 왠지 모르게 아련하고 뭉클한 감정이 밀려왔습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런 풍경이 점점 낯설어지고 있다는 사실 때문인 것 같습니다. 마치 어릴 적 골목길로 돌아간 듯한 착각마저 들게 했던 전신주. 요즘은 도심에서 그 모습을 찾아보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죠.
오늘은 사라져가는 도시의 풍경, 전신주에 대한 그리움과 함께 그 배경이 되는 지중화 사업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왜 전신주가 아련하게 느껴질까?
우리는 전신주를 보며 자랐습니다. 전신주는 전기를 나르는 구조물이상의 것이었죠.
- 동네의 이정표: "저기 큰 전신주 옆집이야!"
- 어린 시절 놀이터: 제기차기를 하거나 숨바꼭질을 할 때 늘 그 주변을 맴돌았죠.
- 계절의 변화: 전선에 앉은 참새 떼, 겨울철 눈꽃이 핀 모습 등 전신주는 우리 일상 속에 녹아들어 있었습니다.
- 노을 풍경의 조연: 특히 해 질 녘, 복잡하게 얽힌 전선과 전신주가 만들어내는 실루엣은 도시의 정서적인 풍경을 완성하는 중요한 요소였던것 같습니다.
이처럼 전신주는 우리에게 공공 시설물이상의, 추억과 향수가 깃든 상징이었습니다. 그런 전신주가 점점 사라지고 있으니, 마음 한편이 아련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사라지는 전신주
전신주가 사라지는 주된 이유는 바로 '지중화 사업 때문입니다. 지중화 사업은 전력선이나 통신선을 땅속에 매설하는 공사를 의미합니다.
지중화 사업의 주요 목적:
- 도시 미관 개선 (Urban Aesthetic Improvement):
- 하늘을 가리는 복잡한 전선들을 없애 도시를 더 깔끔하고 아름답게 만듭니다. 관광객이나 시민들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 안전성 확보 (Enhanced Safety):
- 태풍, 지진 등 자연재해 발생 시 전신주가 쓰러지거나 전선이 단선될 위험을 줄여 정전 사고를 예방하고, 감전 사고 등의 위험으로부터 시민을 보호합니다. (Source: Korea Electric Power Corporation, KEPCO)
- 효율적인 공간 활용 (Efficient Space Utilization):
- 전신주가 차지하던 공간을 보행로나 녹지 등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되어 도시 공간의 효율성을 높입니다.
- 전력 공급 안정성 (Reliable Power Supply):
- 외부 요인에 의한 전력망 손상 가능성을 줄여 보다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가능해집니다.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지중화 사업은 주로 도심의 주요 도로나 주거 밀집 지역, 관광 특구 등을 중심으로 우선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언젠가 전신주가 그리워지는 날이 오겠지?
물론 지중화 사업은 현대 도시가 지향해야 할 방향임에는 틀림없습니다. 더 안전하고, 더 깨끗하며, 더 효율적인 도시를 만드는 데 기여하니까요.
하지만 전신주와 전선들이 사라지면서, 우리 삶에서 한 조각의 풍경과 추억도 함께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 어릴 적 친구들과 전신주 밑에서 뛰어놀던 기억
- 전선에 걸터앉아 쉬던 참새떼
- 해가 질 무렵, 전선들이 만들어내던 예술적인 실루엣
조금 더 시간이 흐르면, 아마 남아있던 전신주들도 대부분 사라질 것입니다. 그때가 되면 우리는 이 '옛 풍경'을 더욱 그리워하게 되지 않을까요? 편리함과 효율성 속에서 우리가 잃어가는 것들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오늘 퇴근길, 혹은 산책길에 우연히 전신주를 마주한다면, 잠시 멈춰 서서 그 풍경을 눈에 담아보는 건 어떨까요? 언젠가 사라질지도 모를 소중한 순간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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