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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족오에서 유해조수로: 한국 까마귀의 두 얼굴

ohara 2025. 12. 1.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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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조에서 불청객으로: 한국의 까마귀, 그 오해와 진실!

최근 도심에서 까마귀의 출현 빈도가 높아지면서, 예상치 못한 까마귀의 습격에 놀라는 분들이 늘고 있습니다. 생각보다 큰 까마귀의 모습과 울음소리에 불길함을 느끼기도 하죠. 하지만 까마귀는 '흉조'라 불리기엔 너무나 영리하고 복잡한 존재입니다.

한국에서 까마귀는 철새일까요, 텃새일까요? 길조와 흉조 사이를 오가는 까마귀에 대한 오해와 진실, 그리고 최근 도심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까지, 이 검은 날개의 지혜를 가진 까마귀에 대해 정리해 보겠습니다!

 

큰부리까마귀와 떼까마귀


까마귀, 텃새인가 철새인가? 

한국에서 관찰되는 까마귀는 한 종류가 아닙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까마귀를 "텃새다, 철새다" 단정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구분 주요 종 (한국 서식) 계절적 특성 주요 활동
텃새 큰부리까마귀(Jungle Crow) 1년 내내 서식 도심 녹지, 산림 (최근 도심 진출 증가)
까마귀 (Carrion Crow) 울진 등 일부 지역 1년 내내 서식
(과거 흔했으나 현재는 희귀해짐)
주로 산림, 평지
겨울 철새 떼까마귀 (Rook) 늦가을 ~ 초봄 (월동) 농경지, 평야, 도심 (대규모 군집)
갈까마귀 (Daw) 늦가을 ~ 초봄 (월동) 떼까마귀와 함께 도래 울산 태화강, 수원 등

 

한국에는 큰부리까마귀처럼 1년 내내 사는 텃새도 있고, 떼까마귀처럼 겨울을 나기 위해 찾아오는 겨울 철새도 있습니다. 최근 도심에서 사람을 공격하거나 농작물 피해를 일으키는 주범은 주로 텃새인 '큰부리까마귀'이며, 대규모 군집을 이루며 배설물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철새인 '떼까마귀'입니다.


한국의 까마귀, 길조와 흉조 사이의 양면성

까마귀는 서양에서는 흔히 '죽음', '불길함'의 상징이지만, 한국의 전통 문화에서는 상당히 긍정적인 의미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 고대 길조: 고구려의 삼족오(三足烏)는 태양 속에 사는 세 발 달린 까마귀로, 태양신이자 신성함을 상징했습니다. 하늘과 인간을 연결하는 신성한 존재였죠.
  • 유교적 효심: 까마귀는 늙은 어미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는 '반포지효(反哺之孝)'의 주인공으로 알려져, 효(孝)의 상징이기도 했습니다.
  • 공존의 상징: 견우와 직녀 설화에서는 까치와 함께 오작교를 놓아 둘을 이어주는 매개자 역할을 했습니다.

하지만 현대에 들어서면서 까마귀는 불청객의 이미지가 강해졌습니다. 특히 검은 색깔, 큰 몸집, 특유의 울음소리 때문에 사람들에게 공포감이나 불쾌감을 주게 되었습니다.


까마귀의 습격: 최근 도심에서 발생하는 문제와 생태계 영향

까마귀가 도심으로 내려오면서 발생하는 문제는 주로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뉩니다.

번식기 텃새의 공격 (큰부리까마귀)

최근 서울, 부산, 대전 등 도심에서 까마귀에게 공격당했다는 신고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 주요 원인: 공격의 주범은 텃새인 큰부리까마귀입니다. 번식기(3월~7월), 특히 새끼가 둥지를 떠나는 5월~7월에 집중됩니다.
  • 공격 이유: 사람이 둥지나 새끼 근처로 접근하면, 부모 새가 새끼를 보호하기 위한 방어 행동으로 공격하는 것입니다. 주로 머리 뒤쪽을 공격하며, 심하면 출혈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 도심 진출: 경쟁자인 까치의 수가 감소한 틈을 타 도시에 먹이(음식물 쓰레기)와 안전한 서식처(전봇대, 가로수)를 학습하여 도심으로 진출하는 추세입니다.

대규모 군집과 배설물 피해 (떼까마귀)

겨울 철새인 떼까마귀는 수만 마리가 무리를 지어 이동하며 도심에 피해를 줍니다.

  • 주요 피해: 전깃줄이나 나무에 앉아 차량과 인도에 대규모 배설물을 투척하여 심각한 미관 및 위생 문제를 발생시킵니다.
  • 긍정적 사례 (울산): 하지만 울산 태화강의 경우, 10만 마리가 넘는 떼까마귀 군집을 겨울철새 관광 자원으로 활용하며 인식 개선에 성공한 모범 사례도 있습니다. 농경지에서는 해충을 잡아먹는 이로운 역할도 합니다.

생태계 교란 가능성

까마귀는 매우 영리하고 적응력이 뛰어난 잡식성 조류로, 생태계 먹이사슬의 상위 포식자 역할을 합니다.

  • 다른 조류 위협: 큰부리까마귀는 다른 작은 새들의 알이나 새끼를 포식하며, 지역 생태계의 다양성을 위협할 수 있습니다.
  • 인간과의 충돌 증가: 도시화와 기후 변화로 야생동물의 서식지가 줄어들면서, 까마귀와 인간의 서식지가 겹치는 생존 경쟁이 더욱 심화되고 있습니다.

까마귀와의 공존, 우리가 할 일은?

단순히 까마귀를 유해 조수로 지정하고 포획하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합니다. 까마귀는 지능이 높고 환경 적응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퇴치 노력은 일시적 효과만 낼 뿐입니다.

전문가와 환경부는 다음과 같은 공존 방안을 강조합니다.

  1. 회피 및 보호: 번식기(5~7월)에 둥지나 새끼가 있는 곳은 가능한 한 빨리 지나가거나 우회합니다. 부득이 지날 때는 우산이나 모자로 머리를 보호합니다. (가장 중요한 행동 요령!)
  2. 환경 개선: 까마귀가 도심에서 먹이를 얻지 못하도록 음식물 쓰레기 관리를 철저히 하고, 배설물 피해 지역의 환경을 정비합니다.
  3. 인식 개선: 까마귀가 가진 생태계 복원 역할이나 지능적인 특성을 홍보하여 '흉조'가 아닌 '겨울철새' 혹은 도심 야생생물로 인식 전환을 유도합니다.

지혜로운 검은 새, 까마귀. 그들과의 충돌은 결국 인간이 자초한 서식지 파괴와 환경 변화의 결과입니다. 이제는 퇴치가 아닌 이해와 공존을 통해 야생 생물과 도시민이 평화롭게 살아갈 방법을 모색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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