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세쿼이아, 한국의 길을 물들이다!
최근 몇 년 사이, 한국의 주요 도로와 공원에서 하늘로 길게 뻗은 나무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습니다. 여름엔 싱그러운 초록 터널을, 가을엔 황금빛에서 붉은빛으로 물드는 장엄한 단풍을 선사하는 그 주인공은 바로 메타세쿼이아(Metasequoia glyptostroboides)입니다.
예쁘게 물든 나무를 보니 "세콰이어" 계통으로 흔히 불리는 이 나무가 왜 이렇게 우리 주변에 많아졌는지 구금해졌습니다.

이름부터 흥미롭다: 세콰이아 vs. 메타세쿼이아
우리가 흔히 보는 것은 대부분 메타세쿼이아입니다. 이름이 비슷한 세쿼이아와는 다릅니다.
세쿼이아 (Sequoia / Coast Redwood): 북미 서부 원산이며, 상록 침엽수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키가 큰 나무로 유명하죠.
메타세쿼이아 (Metasequoia / Dawn Redwood): 중국 원산이며, 침엽수임에도 가을에 잎을 떨구는 낙엽 침엽수입니다.
이름의 '메타(Meta-)'는 '나중에 밝혀진' 또는 '~와 비슷한'이라는 뜻을 가집니다. 즉, "세쿼이아와 비슷하지만 다른 나무"라는 의미가 됩니다. 과학자들이 화석으로만 존재한다고 믿었던 세쿼이아와 비슷한 나무의 살아있는 개체를 중국에서 발견하면서 붙인 이름이죠!
살아있는 화석의 부활: 한국에 오게 된 역사
메타세쿼이아는 은행나무, 소철과 더불어 살아있는 화석으로 불립니다. 무려 2억 년 전 중생대부터 지구에 존재했으나, 150만 년 전쯤 멸종된 것으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1. 학계의 충격적인 발견 (1940년대)
1941년 일본의 식물학자가 중국에서 발견된 화석을 기반으로 '메타세쿼이아'라는 새로운 속(Genus)을 명명했습니다. 그런데 불과 몇 년 뒤인 1946년, 중국 학자들이 양자강 상류 계곡(수삼곡, 水杉谷)에서 살아있는 메타세쿼이아 나무를 발견하고 발표하면서 전 세계 식물학계는 충격에 빠집니다.
2. 한국에 첫 발을 딛다 (1950년대)
한국에 메타세쿼이아가 처음 들어온 것은 1956년경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중국에서 미국 등을 거쳐 씨앗이 퍼져나갔고, 일본을 통해 국내에 전래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우리나라 경상북도 포항시에서도 메타세쿼이아 화석이 발견되어, 과거 2천만 년 전 한반도에도 자생했었다는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죠.
왜 최근 몇 년 사이 더 많아졌을까? 대량 식재의 이유
메타세쿼이아가 최근 전국적으로 흔하게 보이는 가로수가 된 데에는 몇 가지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1. 뛰어난 적응력과 성장 속도
메타세쿼이아는 원산지가 중국의 습하고 온난한 지역이지만, 추위에 강하고, 대기 오염에도 강한 뛰어난 회복력과 적응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다른 나무에 비해 생장 속도가 매우 빨라 비교적 짧은 시간에 웅장한 가로수나 공원 조경수로 활용하기에 적합했습니다.
2. 정부 주도 '가로수 조성 사업'의 핵심 (1970년대 이후)
메타세쿼이아의 대량 식재를 이끈 것은 1970년대 초반 정부 주도로 이루어진 전국적인 가로수 조성 사업입니다.
특히 전남 담양의 메타세쿼이아 길은 1970년대 초반, 당시 내무부에서 국도 24호선을 재건축하면서 3~4년생 묘목을 심은 것이 현재의 울창한 명소가 되었습니다.
이후 메타세쿼이아가 주는 웅장하고 이국적인 아름다움과 계절마다 변하는 뚜렷한 색상 (봄/여름의 푸른색, 가을의 황금빛/적갈색)이 국민적 인기를 얻으면서 전국 지자체에서 앞다투어 메타세쿼이아 길을 조성하게 되었습니다.
3. 심미적 가치와 관광 자원화
길게 뻗은 곧은 줄기와 좌우 대칭으로 난 잎이 주는 조형적인 아름다움이 탁월합니다. 담양을 비롯해 남이섬 등 메타세쿼이아가 있는 곳은 곧바로 지역의 대표적인 관광 명소로 자리 잡았고, 이는 추가적인 식재를 촉진하는 요인이 되었습니다.
늦가을의 하이라이트: 메타세쿼이아 단풍
메타세쿼이아는 일반적인 단풍나무보다 조금 늦은 11월 초·중순에 절정을 맞이합니다.
가을이 되면 잎은 밝은 황금빛으로 시작해 점차 적갈색으로 깊게 물듭니다. 이 색은 일반적인 단풍과는 달리 차분하고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내, 늦가을 특유의 감성을 선사하며 많은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이유가 됩니다.
이제 메타세쿼이아 길을 걸을 때, 이 나무가 걸어온 2억 년의 시간과 한국에 정착한 역사를 함께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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