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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의 '디지털 전성시대': 스테이블코인 확산, 한국 금융 주권의 미래는?

ohara 2025. 10. 25.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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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코인, '달러의 디지털 확장'인가 '한국 금융 주권'의 위협인가?

 

최근 금융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 중 하나는 바로 스테이블코인(Stablecoin)입니다. 이름처럼 가치 변동성을 최소화하도록 설계된 이 디지털 자산은 이제 단순한 가상자산 거래 수단을 넘어, 글로벌 금융 패권을 결정짓는 중요한 무기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이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USDC, USDT 등)을 통해 기존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디지털 영역에서 더욱 공고히 하려는 전략을 펼치고 있어 한국을 비롯한 비(非)달러권 국가들의 금융 주권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스테이블코인, 달러 패권의 '디지털 첨병'

현재 전 세계적으로 유통되는 스테이블코인의 90% 이상은 미국 달러에 연동되어 있습니다. 미국은 스테이블코인을 '달러의 디지털 복사본'으로 활용하여 다음과 같은 전략적 이점을 얻고 있습니다.

  1. 국제적 수요 확대: 국경 간 송금, 무역 결제 등에서 스테이블코인의 효율성과 낮은 수수료가 부각되면서, 전 세계 기업과 개인들이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실생활에서 광범위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실제 한국 소규모 무역 거래의 10%가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추정치도 있습니다.)
  2. 달러 위상 강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이 안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미국 국채(US Treasury)를 준비자산으로 대량 보유하면서, 미 국채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달러의 국제적 지배력이 더욱 강화되는 효과가 발생합니다.

이러한 현상은 튀르키예와 같이 인플레이션이 심각한 국가에서 자국 화폐 대신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선호하는 사례에서 극명하게 나타나며, 이는 곧 해당 국가의 자국 통화(법정화폐) 가치 하락을 가속화시키고 통화 정책의 효과를 제한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유럽과 아시아의 대응: MiCA와 CBDC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공세에 맞서 유럽과 아시아 주요국들은 자국 통화 주권을 보호하기 위한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1. 유럽연합(EU)의 MiCA (Markets in Crypto-Assets)

EU는 2024년 6월부터 MiCA 규제를 단계적으로 시행하며 스테이블코인을 엄격하게 규율하고 있습니다.

  • 투명성 및 준비금 의무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자에게 백서 공개, 충분한 준비자산 보유 및 관리, 운영 기준 준수 등 엄격한 요건을 부과합니다.
  • EMT 및 ART 구분: 법정화폐와 1:1 연동되는 전자화폐 토큰(EMT)과 기타 자산에 연동되는 자산참조 토큰(ART)으로 구분하여 규제합니다.
  • 규제 준수 강제: MiCA는 규정을 준수하지 않는 스테이블코인의 유통을 제한하여,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라 하더라도 유럽 내에서 무분별하게 확산되는 것을 통제하려는 목적이 강합니다.

2. 각국의 CBDC 및 자국 통화 스테이블코인 논의

인도 중앙은행(RBI) 총재는 국경 간 결제에서 사설 스테이블코인 대신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인 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를 사용하고 홍보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통화 주권 보호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싱가포르, 홍콩 등은 이미 자국 통화 기반의 스테이블코인을 도입하거나 논의를 활발히 진행하며 디지털 금융 인프라의 균형을 맞추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금융 주권의 리스크와 대응 전략

우리나라 역시 스테이블코인 확산으로 인한 금융 주권 리스크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국내에서 거래되는 스테이블코인은 대부분 해외 발행 달러 기반이며, 이는 잠재적인 자본 유출 우려와 함께 통화 정책의 효과 약화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한국의 대응:

  1. 제도화 및 규율 마련: 금융당국은 스테이블코인 규율을 포함한 '가상자산 2단계 법안'을 마련하며 법제화 시계를 앞당기고 있습니다. 특히 은행 중심의 컨소시엄 모델에 무게를 두어 발행 주체를 한정하고, 준비 자산 관리 등 엄격한 규율 체계를 구축하려 합니다.
  2. '원화 스테이블코인' 경쟁력 확보: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선점한 시장에서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외환 및 통화 주권을 유지하는 데 핵심적인 과제가 될 것입니다.

스테이블코인은 혁신적인 결제 수단이자 새로운 금융 인프라의 핵심이지만, 동시에 비(非)달러권 국가에게 금융 주권 약화라는 숙제를 안겨주고 있습니다. 한국은 신속하고 균형 잡힌 제도화와 함께 원화의 디지털 경쟁력을 확보하는 전략을 통해 다가오는 '디지털 통화 패권 시대'에 대비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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