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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투(Wild Pitch) vs 패스트볼(Passed Ball) - 기록원의 숨겨진 전쟁!

ohara 2025. 12. 4.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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헷갈리는 야구 기록 : 누가 실수한 걸까? 

 


야구 경기를 보다 보면 가끔 공이 포수 뒤로 빠져 주자들이 진루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중계진은 이 상황을 두고 어떤 때는 "폭투(Wild Pitch, WP)"라고 하고, 또 어떤 때는 "패스트볼(Passed Ball, PB)"이라고 하죠.

언뜻 보기엔 똑같이 '공을 놓친 실수' 같지만, 이 둘은 기록상 엄청난 차이를 가집니다. 바로 실수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느냐에 따라 기록이 달라지기 때문이죠. 폭투는 투수에게, 패스트볼은 포수에게 책임이 돌아갑니다.

오늘은 야구 팬들이 헷갈려 하는 이 두 기록, 폭투와 패스트볼의 정확한 정의, 구별 기준, 그리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기록의 차이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기록의 정의: 책임 소재를 가리다

야구에서 폭투와 패스트볼을 구별하는 가장 핵심적인 기준은 '정상적인 노력으로 포구할 수 있었는지' 여부입니다. 이는 전적으로 기록원의 주관적인 판단에 달려있습니다.

폭투 : 투수의 책임

폭투는 투수가 던진 공이 너무 높거나, 너무 낮거나, 홈 플레이트에서 크게 벗어나서 포수가 정상적인 노력이나 움직임으로 도저히 막을 수 없었던 투구를 말합니다.

  • 핵심 기준: 투구의 경로가 포수가 막을 수 있는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났을 때 기록됩니다.
  • 투수의 기록: 폭투가 기록되면 투수는 자책점이나 비자책점, 혹은 탈삼진이나 승패에 영향을 받지 않지만, 투수의 기록에 남습니다.

패스트볼 : 포수의 실책

패스트볼은 투수의 투구가 정상적인 포구 범위 안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포수의 부주의나 실수로 인해 공을 놓쳐 주자가 진루한 경우를 말합니다.

  • 핵심 기준: 포수가 몸을 움직여 충분히 막을 수 있었거나, 글러브에 맞고 떨어지는 등 포구 과정에서 실수가 발생했을 때 기록됩니다.
  • 포수의 기록: 패스트볼은 포수의 실책으로 기록되며, 이로 인해 주자가 득점했을 경우 투수에게는 자책점이 아닌 비자책점으로 기록될 수 있어 투수에게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칩니다.

구체적인 상황별 구별 기준

실제 경기 상황에서 기록원들이 폭투와 패스트볼을 어떻게 구별하는지 구체적인 기준을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투구의 높이와 방향

상황 기록 이유
타자의 머리 위로 넘어가는 투구 폭투 (WP) 포수가 도저히 포구할 수 없는 범위 (투수의 지나친 제구 난조)
홈 플레이트 한참 옆으로 벗어난 투구 폭투 (WP) 포수가 몸을 던져도 잡기 힘든 극단적인 코스
홈 플레이트 앞에서 크게 튀어 오르는 투구 폭투 (WP) 정상적인 투구로 보기 어렵고 포구 예측이 불가능함
땅에 떨어진 공이 포수 글러브에 맞고 뒤로 빠짐 패스트볼 (PB) 포수가 이미 공의 경로를 따라가 글러브에 맞혔다는 것은 포구 가능성이 있었다고 판단
포수가 앉은 자세에서 쉽게 잡을 수 있는 공을 놓침 패스트볼 (PB) 포수의 집중력 부족이나 부주의로 판단

주자의 진루와 득점의 관계

폭투나 패스트볼로 인해 주자가 진루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로 인해 득점이 발생했을 때 기록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중요합니다.

  • 폭투로 인한 득점: 주자가 폭투로 홈에 들어와 득점하더라도, 이는 투수의 실투로 인한 것이므로 투수에게 자책점이 부여됩니다.
  • 패스트볼로 인한 득점: 주자가 패스트볼로 홈에 들어와 득점한 경우, 이는 포수의 실책으로 인한 것이므로 투수에게는 비자책점이 부여됩니다. 즉, 투수의 ERA(평균자책점)에는 반영되지 않습니다.

이러한 기록의 차이 때문에 경기 후 투수와 포수, 그리고 기록원 사이에 이견이 발생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역사적 배경과 기록의 중요성

폭투와 패스트볼의 구별은 왜 이렇게 중요할까요? 이 기록은 단순한 재미를 넘어, 선수들의 평가와 연봉 협상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투수의 ERA 관리

앞서 언급했듯이, 득점 상황에서 폭투와 패스트볼의 구별은 투수의 평균자책점(ERA)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입니다. 포수의 실수(패스트볼)로 인한 득점은 투수의 잘못이 아니라고 보아 ERA에 산입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포수의 패스트볼이 많을수록 투수는 공정하게 자신의 성적을 보호받을 수 있습니다.

포수 평가의 척도

패스트볼은 포수의 실책과 비슷한 성격으로 간주되어, 포수의 수비 능력과 집중력을 평가하는 중요한 지표가 됩니다. 패스트볼이 많은 포수는 투수와의 호흡이나 포구 기술 면에서 낮은 평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메이저리그에서는 포수의 수비력을 평가할 때 패스트볼 개수를 중요한 지표로 활용합니다.

'와일드 피치'라는 용어의 유래

'Wild Pitch'라는 용어는 1800년대 후반 야구 초창기에 생겨났습니다. 그 당시 투수들이 제구력이 불안정하거나 변화구를 지나치게 구사하는 경우를 지칭했으며, 이는 투수의 '길들여지지 않은(Wild)' 투구를 상징했습니다. 반면 포수가 공을 놓치는 것은 비교적 단순한 포구 실패(Passed Ball)로 분류되어 그 책임이 분리된 것입니다.


기록원의 주관과 과학의 영역

폭투와 패스트볼은 명확한 야구 규칙에 기반하지만, 결국 현장에서의 판정은 기록원 한 명의 주관적인 판단에 크게 의존한다는 점에서 흥미롭습니다.

이제 다음 경기에서 공이 포수 뒤로 빠졌을 때, "공을 놓쳤네"라고 말하지 하지 말고 저건 투수의 제구 난조로 인한 폭투였을까, 아니면 포수가 막을 수 있었던 패스트볼이었을까?라고 분석하며 경기를 보면 경기를 보는 깊이가 훨씬 더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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