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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없는 마을, 물길 따라 흐르는 동화 속 풍경: 네덜란드의 베니스, 히테호른

ohara 2025. 10. 16.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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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를 대표하는 매력이 운하와 자전거라면, 이 모든 것을 가장 평화롭고 아름답게 응축해 놓은 곳이 바로 히테호른(Giethoorn)입니다. 종종 ‘네덜란드의 베니스(Venice of the Netherlands)’ 혹은 ‘북쪽의 베니스(Venice of the North)’라고 불리는 이 작은 마을은, 그 별명처럼 자동차 도로가 없고 오직 수로(운하)로만 연결되어 있어 마치 동화 속에 들어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습니다.


히테호른이라는 이름에 얽힌 흥미로운 이야기

 

히테호른은 그 이름부터 재미있는 유래를 가지고 있습니다. 마을은 13세기경 지중해 지역에서 온 피난민들이 처음 정착하면서 형성되었다고 전해집니다. 이들이 이 습지대에 도착했을 때, 1170년의 대홍수로 인해 땅속에 묻혀 있던 수백 개의 염소 뿔(Goat Horns)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 ‘Giethoorn’은 여기서 유래했는데, 과거에는 ‘Gietehorn’ 또는 ‘Gietehorens’로 불렸으며, 이는 곧 ‘염소 뿔(Goat Horns)’을 의미합니다. 지금은 염소 뿔을 볼 수 없지만, 이 이름은 마을의 오랜 역사를 상징적으로 담고 있습니다.

이후 15세기부터 마을 사람들은 이 지역의 주된 산업이었던 이탄(Peat)을 캐내기 시작했는데, 이 이탄을 운반하기 위해 땅을 파내면서 수로 시스템이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결국, 이탄 채굴이 끝난 자리에 물이 차고 집이 들어서면서 현재의 운하 마을 형태가 완성된 것입니다. 집들은 이 파낸 흙으로 만든 작은 인공 섬 위에 지어졌고, 이 섬과 섬 사이는 170개가 넘는 아치형 나무다리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히테호른을 즐기는 가장 완벽한 방법: 보트 체험

히테호른을 제대로 경험하는 유일한 방법은 물 위를 떠다니는 것입니다. 마을 중심부에는 차량이 다니는 도로가 없고, 집집마다 차고 대신 보트를 댈 수 있는 선착장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제가 방문했을 때도 다양한 종류의 보트를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직접 운전하는 ‘휘스퍼 보트(Whisper Boat)’

가장 인기 있는 선택지는 ‘휘스퍼 보트’입니다. 이름처럼 전기 모터로 움직여 소음이 거의 없는 작은 보트입니다. 면허가 없어도 누구나 쉽게 운전할 수 있으며, 이 작은 보트를 타고 약 1시간 가량 예쁜 집들의 수로를 따라 자유롭게 구경할 수 있습니다. 수로를 따라 노를 젓는 전통 보트 ‘펀터(Punter)’도 있었지만, 속도와 편리성 때문에 휘스퍼 보트가 관광객들에게는 선호됩니다.

가이드 설명이 있는 운하 크루즈

 

운전이 부담스럽거나 마을의 역사와 이야기에 대한 깊이 있는 설명을 듣고 싶다면 가이드가 동승하는 조금 더 큰 배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약 1시간 동안 진행되며, 현지 가이드가 수로를 따라 마을의 유래, 건축물, 생활 방식에 대한 흥미로운 해설을 제공해 줍니다.

수로를 따라 배를 타고 나아가는 한 시간 동안, 저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듯한 평온함을 느꼈습니다.

  • 전통 초가 지붕 집: 운하 양옆으로는 수백 년 된 초가 지붕(Thatched Roofs)을 가진 전통 가옥들이 줄지어 있습니다. 과거에는 가난한 사람들이 지붕 기와 대신 갈대나 짚을 엮어 초가를 올렸는데, 이제는 그 희소성 때문에 오히려 비싼 건축 양식이 되었다는 점이 아이러니합니다.
  • 완벽하게 가꾼 정원: 집집마다 개성 넘치는 잘 가꾼 정원과 꽃들이 수로를 향해 펼쳐져 있어, 마치 작은 섬들을 하나씩 지나치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수로를 건너는 176개의 나무다리는 이 아름다운 풍경에 운치를 더했습니다.

세계적인 명성: 영화와 모노폴리

히테호른은 2002년 네덜란드 영화 <팡파르(Fanfare)>의 배경이 되면서 네덜란드 국내외로 큰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후 동양권 관광객, 특히 중국 관광객들 사이에서 ‘인생샷 명소’로 급부상하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습니다. 심지어 히테호른은 유명 보드 게임 모노폴리(Monopoly)의 주빌리 에디션에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마을 중 하나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히테호른은 그 아름다운 풍경만큼이나 관광객이 몰려 북적이는 것으로도 유명하지만, 해 질 녘이나 이른 아침에 방문하거나, 중심 수로를 벗어나 인근의 자연 보호 구역인 베리브번-비덴 국립공원(Weerribben-Wieden National Park) 쪽의 넓은 호수(Bovenwijde lake)로 방향을 틀면, 고요하고 평화로운 히테호른 본연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차 소리 대신 잔잔한 물소리, 새들의 지저귐, 그리고 간혹 들려오는 ‘휘스퍼 보트’의 희미한 모터 소리만이 존재하는 곳. 히테호른은 바쁘고 복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진정한 쉼표를 찍을 수 있는 특별한 네덜란드 여행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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