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남부의 도시, 멤피스(Memphis)를 여행하며 느낀 가장 큰 궁금증은 바로 이 도시의 이름과 랜드마크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엘비스 프레슬리의 로큰롤과 블루스의 선율이 가득한 활기찬 도시 한복판에 왜 거대한 피라미드 건물이 서 있는 걸까요? 그리고 이 도시의 이름은 왜 고대 이집트의 수도와 똑같을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저는 멤피스의 과거를 깊숙이 들여다보기 시작했습니다.
멤피스, 이름의 기원: 미시시피 강변의 고대 도시
이야기는 18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미국은 서부로 영토를 확장하며 새로운 도시를 건설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었습니다. 멤피스 역시 그러한 시기에 세워진 도시 중 하나였습니다. 이 도시의 설립자들은 앤드류 잭슨(Andrew Jackson), 제임스 윈체스터(James Winchester), 그리고 존 오버튼(John Overton)이라는 세 명의 인물이었습니다.
그들은 미시시피 강(Mississippi River)과 울퉁불퉁한 절벽 지형이 만나는 지점에 도시를 건설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곳은 강을 통한 물류 운송에 매우 유리한 입지였고, 주변의 풍요로운 농업 자원을 활용하기에도 최적의 장소였습니다.
도시의 이름을 정하는 과정에서, 설립자 중 한 명인 존 오버튼은 고대 이집트의 수도였던 '멤피스'를 제안했습니다. 그의 제안은 매우 흥미로운 지리적 유사성에 기반을 두고 있었습니다. 고대 이집트의 멤피스는 나일 강 하류 삼각주에 위치한 중요한 항구 도시였고, 상이집트와 하이집트를 연결하는 교역의 중심지였습니다. 마찬가지로, 미국의 멤피스 역시 미시시피 강을 끼고 있으며, 남북으로 이어지는 중요한 물류 허브 역할을 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오버튼은 이 두 도시의 지리적 특징이 유사하다는 점에 착안해, 미국의 멤피스가 고대 이집트의 멤피스처럼 번영을 누리게 될 것이라는 희망을 담아 이름을 붙인 것입니다. 이 결정은 단순히 멋진 이름을 찾는 행위를 넘어, 멤피스라는 도시가 물류와 상업의 중심지로 성장하리라는 비전을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피라미드, 미국 땅에 세워진 이집트의 상징
멤피스의 스카이라인을 압도하는 거대한 피라미드 건물(Memphis Pyramid)은 멤피스라는 이름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랜드마크입니다. 1991년에 완공된 이 건물은 높이 98미터(약 32층 높이)로, 이집트 기자(Giza)에 있는 쿠푸 왕의 대피라미드와 거의 동일한 비율로 지어졌습니다.
이 건물의 탄생에는 여러 가지 이야기가 얽혀 있습니다. 1970년대부터 멤피스 지역의 스포츠팀을 위한 새로운 실내 경기장의 필요성이 제기되었고, 도시의 상징적인 건물을 만들고자 하는 시민들의 염원이 더해졌습니다. 당시 멤피스는 '피라미드'라는 이름에 걸맞은 랜드마크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강하게 형성되어 있었습니다. 결국 멤피스 시는 거대한 피라미드 형태의 다목적 경기장을 짓기로 결정했고, 1991년 그 위용을 드러냈습니다.
개장 이후, 이 피라미드는 농구 경기장과 콘서트장으로 활발히 사용되었습니다. 멤피스 대학의 농구팀인 '타이거스(Tigers)'와 NBA 팀 '멤피스 그리즐리스(Grizzlies)'의 홈구장 역할을 톡톡히 해냈고, 엘비스 프레슬리의 콘서트를 비롯한 수많은 대규모 공연이 이곳에서 열렸습니다. 멤피스 시민들은 이 피라미드를 'The Pyramid'라고 부르며 자랑스러워했습니다.
폐허에서 새로운 명소로: Bass Pro Shops의 마법
그러나 영광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2004년, 최신 시설을 갖춘 새로운 경기장 '페덱스 포럼(FedEx Forum)'이 완공되면서 피라미드 경기장은 그 역할을 잃고 방치되기 시작했습니다. 한때 도시의 상징이었던 이 거대한 건물은 점차 낡고 허름해지며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져 가는 듯했습니다.
그러던 2010년, 한 사업가가 이 버려진 건물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겠다는 파격적인 제안을 내놓았습니다. 바로 미국 최대의 아웃도어 용품 전문점인 배스 프로 샵스(Bass Pro Shops)의 창업자, 존 모리스(Johnny Morris)였습니다. 그는 멤피스의 피라미드를 '아웃도어 라이프스타일의 성지'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거대한 비전을 제시했습니다.
모리스의 계획은 듣는 사람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그는 피라미드 내부를 거대한 인공 숲과 습지, 그리고 아웃도어 용품 매장으로 꾸미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당시 많은 사람들이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지만, 멤피스 시의 지원과 모리스의 확고한 의지로 프로젝트는 착수되었습니다.
그리고 2015년, Bass Pro Shops at the Pyramid가 마침내 그 문을 열었습니다. 사람들은 피라미드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입을 다물 수 없었습니다. 거대한 삼나무와 사이프러스 나무들이 늘어서 있고, 10만 갤런이 넘는 물이 담긴 인공 연못에는 물고기들이 헤엄치고 있었습니다. 낚시 보트와 ATV, 사냥 도구 등 온갖 아웃도어 용품들이 전시되어 있었고, 심지어 악어와 오리가 실제 서식하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이곳은 단순한 쇼핑몰을 넘어선 거대한 실내 테마파크가 되었습니다. 피라미드 중앙에 위치한 100피트 높이의 전망대에서는 미시시피 강과 멤피스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었고, 내부에는 고급 호텔인 **빅 사이프러스 로지(Big Cypress Lodge)**와 볼링장, 실내 사격장, 레스토랑까지 갖추게 되었습니다.
멤피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도시
멤피스는 단순히 로큰롤과 블루스의 도시를 넘어선 깊은 역사를 품고 있습니다. 고대 이집트의 이름을 빌려 미시시피 강변에 세워진 이 도시는, 피라미드 건물을 통해 과거의 영광을 기억하고 미래의 번영을 꿈꾸는 듯합니다.
멤피스를 방문하는 여행객들은 이제 음악과 역사를 넘어, 거대한 피라미드 건물 안에서 펼쳐지는 놀라운 아웃도어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멤피스라는 도시의 이름과 랜드마크에 담긴 이러한 숨겨진 이야기들을 알고 나면, 여행의 즐거움은 더욱 커질 것입니다. 멤피스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매력적인 도시임에 틀림없습니다.
'즐거운생활 > 슬기로운 미국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신비로운 지하 세계로의 탐험: 테네시 채터누가 루비폴스 방문 후기 (2) | 2025.09.09 |
---|---|
🎸🎶 네슈빌 여행기: 도시의 심장부터 학문의 전당까지, 놓칠 수 없는 완벽한 여정! (6) | 2025.09.09 |
인권 운동의 심장이 뛰는 곳, 멤피스 내셔널 시빌 라이츠 뮤지엄 방문기 (24) | 2025.09.08 |
멤피스 그레이스랜드에서 엘비스 프레슬리의 숨결을 느끼다 (3) | 2025.09.08 |
멤피스 여행의 하이라이트! 피라미드 속 짜릿한 아웃도어 세상, Bass Pro Shops at the Pyramid (8) | 2025.09.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