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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의 추억이 담긴 한 그릇! 안성 '안일옥' 곰탕

ohara 2025. 11. 13.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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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서 가장 오래된 한식당

여행을 하다 보면 멋진 풍경만큼이나 '맛있는 음식'이 주는 감동이 오래 남습니다. 특히 그 음식이 시간역사를 머금고 있다면, 단순한 식사를 넘어선 경험이 됩니다.

제가 경기도 안성에서 만난 안일옥(安一屋)은 바로 그런 곳이었습니다. 1920년대 안성 장터의 작은 가마솥에서 시작하여, 무려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3대, 4대에 걸쳐 그 맛을 지켜온 경기도에서 가장 오래된 한식당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곳이죠.

 

시간의 맛: 1920년대 안성 장터의 향수를 담다

 

안일옥의 역사는 한국 식당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합니다. 1920년대는 안성이 수원, 개성과 함께 조선 3대 우시장(牛市場) 중 하나로 번성했던 시기입니다. 자연스레 소고기를 활용한 국밥집이 장터 주변에 생겨났고, 안일옥의 창업주 이성례 할머니께서 작은 무쇠솥을 걸고 국밥을 팔기 시작하면서 그 역사가 시작되었습니다.

  • 안일옥, 이름에 담긴 뜻: '안일옥(安一屋)'이라는 이름에는 안성에서 제일 편안한 집이라는 따뜻한 뜻이 담겨 있습니다. 힘들었던 시절, 한 그릇의 뜨끈한 국밥으로 위로를 건네던 창업주의 마음이 느껴지는 대목입니다.
  • 4대째 이어온 고집: 안일옥은 농림축산식품부와 한식재단이 선정한 역사성 있는 한식당 100선과 중소벤처기업부의 백년가게*에 선정될 만큼, 그 전통과 품질을 인정받았습니다. 특히 3대 김종열 대표님은 아침마다 직접 가마솥에 불을 지피고, 17시간 동안 정성으로 육수를 우려낸다고 합니다. 이 우직함이 바로 100년을 이어온 비결입니다.

격동의 근현대사를 거치면서도 맛과 정성을 변함없이 지켜온 안일옥은 단순한 한국 음식 문화의 소중한 기록 그 자체입니다.

 

한 그릇에 담긴 '시간 여행', 안일옥 곰탕

안일옥의 대표 메뉴는 곰탕, 설렁탕, 갈비탕 등 소를 주재료로 한 탕요리입니다. 저는 고민 끝에 가장 기본적인 곰탕을 주문했습니다.

뽀얀 국물을 한 숟갈 뜨는 순간, 저는 시간 여행을 하는 듯한 착각에 빠졌습니다.

  • 국물의 깊이: 흔히 접하는 공장형 설렁탕의 인위적인 뽀얀 맛이 아닙니다. 17시간 동안 고아낸 사골 육수는 아주 진하면서도 놀랍도록 깔끔합니다. 과하게 기름지지 않고, 소금 간 없이도 은은하게 느껴지는 감칠맛이 일품이었습니다.
  • 고기의 부드러움: 곰탕 속 고기와 머릿고기는 씹을 새도 없이 사르르 녹아내렸습니다. 양을 아끼지 않고 푸짐하게 담아주려는 옛 장터 국밥집의 후한 인심이 느껴졌습니다.
  • 추억 소환: 제가 이 곰탕에 특별히 감동했던 이유는, 바로 어릴 적 할머니나 엄마가 집에서 온종일 끓여주시던 그 진한 육수 맛이 고스란히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좋은 재료를 아끼지 않고 정성을 다해 만든다는 창업주의 원칙이 변함없이 지켜지고 있다는 증거였죠.

김치와 깍두기

국밥집의 진정한 완성은 곁들여지는 김치와 깍두기입니다.

  • 완벽한 파트너: 안일옥의 김치와 깍두기는 인위적인 단맛이나 자극적인 매운맛 대신, 시원하고 개운한 맛이 지배적입니다. 진한 국물과 번갈아 먹으면, 한 그릇을 끝까지 물리지 않고 맛있게 비울 수 있는 균형을 만들어 줍니다.

 

역사 속에서 즐기는 한 끼

안일옥 본점은 팔작지붕의 기와집을 개조하여 식당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식당 내부는 마치 작은 역사관처럼 꾸며져 있어,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안일옥의 역사를 엿볼 수 있습니다. 안일옥에서 먹은 곰탕 한 그릇은 00년에 걸친 세월과 정성, 그리고 힘든 시절에도 변치 않았던 한국인의 따뜻한 정을 맛본 경험이었습니다.

할머니의 손맛, 엄마의 마음으로 끓여낸 한 그릇의 곰탕이 주는 진정한 위로를 안성 안일옥에서 꼭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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