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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역사가 머무는 시간, 덕수궁 야간 관람

ohara 2025. 11. 18.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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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심 속 대한제국으로의 시간 여행!

 

서울의 5대 궁궐 중 유독 특별한 매력을 지닌 곳, 바로 덕수궁입니다. 경복궁이나 창덕궁은 여러 번 가보았지만, 덕수궁은 이번이 처음이었던 저에게 주말 저녁의 방문은 그야말로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습니다. 특히 밤이 드리운 궁궐의 모습은 낮과는 완전히 다른, 고즈넉하면서도 장엄한 분위기를 선사했습니다.


밤의 덕수궁: 빛이 만들어내는 마법 같은 분위기

덕수궁은 상시 야간 개장(09:00 ~ 21:00, 입장 마감 20:00, 월요일 휴궁)을 하고 있어, 바쁜 일상 속에서도 저녁 시간에 궁궐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입니다.

고궁의 고즈넉함 vs. 근대 건축의 화려함

 

어둠이 내리면 궁궐의 전통적인 전각들은 은은한 조명 아래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특히 중화전의 위풍당당한 모습은 밤의 장막 속에서 더욱 극적으로 다가옵니다. 

 

덕수궁 이야기: 조선에서 대한제국까지, 격동의 역사

예쁜 야경을 넘어, 덕수궁을 이해하는 것은 근대 한국의 역사를 이해하는 것과 같습니다. 덕수궁은 원래 궁궐이 아니었으며, 그 옛 이름은 경운궁(慶運宮)이었습니다.

 

대한제국의 황궁, 경운궁

덕수궁이 역사에 전면에 등장한 것은 임진왜란(1592년) 이후입니다. 피난에서 돌아온 선조가 불타버린 다른 궁궐 대신, 이곳(원래 월산대군의 사저)을 임시 거처(정릉동 행궁)로 사용하면서 궁궐의 역할을 시작했습니다. 광해군 때 정식 궁궐인 경운궁으로 승격되었으나, 이후 다른 궁궐로 왕들이 옮겨가면서 그 위상이 낮아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덕수궁의 역사는 고종에 의해 새롭게 쓰여집니다.

1897년, 아관파천을 마치고 이곳으로 돌아온 고종은 대한제국을 선포하고 경운궁을 황제국의 황궁으로 삼습니다. 자주 독립 국가의 위엄을 갖추기 위해 대규모 확장 공사가 진행되었고, 그 결과 전통 건축물인 중화전과 더불어 석조전, 정관헌 등 서양식 건축물들이 들어서게 됩니다. 이는 서구 열강과의 외교적 관계 속에서 근대화를 추진하려 했던 고종의 의지가 담긴 결과물입니다.

 

고종의 장수를 기원하는 '덕수(德壽)'

1907년, 일제의 강압으로 고종이 황제 자리(태황제)에서 물러나고 순종에게 양위하게 되면서, 순종은 고종의 장수를 기원하는 뜻으로 궁호를 '덕수(德壽)'로 올렸습니다. 이때부터 경운궁은 덕수궁으로 불리게 됩니다.

이후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궁궐의 규모는 대폭 축소되고 많은 전각이 철거되는 아픔을 겪었지만, 덕수궁은 여전히 격동의 대한제국 역사를 오롯이 품고 있습니다.

 


덕수궁만의 특별한 건축물 3가지

건축물 양식 특징 야경의 매력
중화전(中和殿) 전통 한옥 대한제국 황궁의 정전(正殿), 황제 즉위식 등 중요 의식 거행. 천장에 황제를 상징하는 용 그림. 은은한 조명 아래 위엄 있는 실루엣, 전통 건축의 웅장함.
석조전(石造殿) 신고전주의 대한제국 최초의 서양식 궁전, 접견실·침실·식당 등 갖춤. 현재는 대한제국역사관. 환하게 밝혀진 그리스식 기둥과 파사드, 밤에는 유럽의 고궁 느낌.
정관헌(靜觀軒) 동서양 혼합 고종이 휴식을 취하거나 손님을 접대한 곳, 러시아 건축가가 설계했다는 설이 있음. 밤에는 숲 속에 숨은 듯 아늑하게 빛나며 이국적인 정취를 풍김.

 


수많은 고층 빌딩과 차들의 불빛으로 가득 찬 서울 한복판에서, 덕수궁은 홀로 고요하고 아름다운 빛을 내뿜고 있었습니다. 다른 궁궐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한국의 전통과 서양의 근대가 충돌하고 조화하는 격변의 순간이 밤의 조명 아래 더욱 생생하게 다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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