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파기'의 유혹, 야구 선수들의 숨겨진 승부수
"Ooooh, 그 선수 옵트아웃 조항을 행사했대!"
해외 야구, 특히 메이저리그(MLB) 소식을 접하다 보면 심심찮게 들려오는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옵트아웃(Opt-Out)입니다. 분명히 거액의 장기 계약을 맺은 선수인데, 계약 기간이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계약을 박차고 나가는 이 기묘한 현상. 도대체 '옵트아웃'이 무엇이길래 선수들은 안정된 계약을 포기하고 다시 살벌한 FA 시장으로 뛰어드는 것일까요?

'옵트아웃(Opt-Out)'이란 무엇인가?
'옵트아웃(Opt-Out)'은 쉽게 말해 장기 계약 중간에 선수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하고 자유계약선수(FA) 시장으로 나갈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합니다. 영어 단어 'Opt-Out' 자체가 '선택하여 빠져나오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선수가 특정 조건 또는 시점에 기존 계약을 해지하고 FA 자격을 다시 취득할 수 있는 조항.
이 조항은 주로 메이저리그(MLB)의 대형 장기 계약에 포함되는 경우가 많으며, 선수와 구단의 협상 과정에서 매우 중요하게 다뤄집니다. KBO 리그에는 아직 일반적인 제도는 아니지만, 해외리그 진출 선수 계약 등에 간접적으로 유사한 개념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옵트아웃은 왜 생겼을까?
옵트아웃 조항은 언뜻 보면 구단에 불리해 보이지만, 사실은 선수와 구단 모두의 필요에 의해 생겨났습니다.
- 선수 입장:
- FA 재도전 기회: 장기 계약을 맺었지만, 그 계약 이후 본인의 가치가 폭발적으로 상승했을 경우, 더 좋은 조건의 계약을 얻기 위해 옵트아웃을 행사합니다. (성적 향상, 시장 상황 변화)
- 미래 불확실성 대비: 계약 후 부상이나 성적 부진으로 FA 시장에서 불리해질 경우를 대비해, 옵트아웃 기회를 얻는 대신 초기 계약에서 일부 손해를 감수하기도 합니다.
- 구단 입장:
- FA 선수 영입 유인책: 구단은 매력적인 FA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 옵트아웃 조항을 제시하여, 선수에게 '나중에 재평가받을 기회'를 보장해 주는 일종의 당근 역할을 합니다.
- 선수의 동기 부여: 옵트아웃을 염두에 둔 선수는 더 좋은 계약을 위해 계약 기간 동안 최선을 다할 동기가 생깁니다. (이른바 'FA 로이드'의 확장판)
옵트아웃, '황금 기회'인가 '독이 든 성배'인가?
옵트아웃은 선수에게 엄청난 기회가 될 수 있지만, 동시에 큰 위험을 수반하기도 합니다.
A. 대박의 기회 (성공 사례)
- 데이빗 프라이스(David Price): 보스턴과 7년 2억 1,700만 달러 계약 후, 첫 3년간 매우 좋은 성적을 기록하며 옵트아웃 권한을 가졌지만, 팀과 동료들에 대한 애정으로 잔류하며 구단과 팬들의 찬사를 받았습니다. (결과적으로 재계약에는 실패했지만, 당시 선택은 주목할 만했습니다.)
- 류현진 선수 (MLB 토론토 계약): 2020년 토론토와 4년 계약을 맺을 당시, 계약서에 3년 후 옵트아웃 조항이 포함될 것이라는 추측이 있었습니다. (실제로 계약에는 포함되지 않았으나, 당시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가 선수들에게 자주 요구하는 조항 중 하나입니다.) 이는 선수에게는 유리한 협상 카드로 작용합니다.
B. 쪽박의 위험 (실패 사례)
- 프린스 필더 (Prince Fielder): 텍사스와 9년 2억 1,400만 달러의 초대형 계약을 맺었지만, 중간에 옵트아웃을 행사하지 못했습니다. 이후 목 부상으로 사실상 은퇴하며 계약의 남은 기간을 채우지 못해 '독이 든 성배'의 아쉬운 예시로 남았습니다.
- 성적 부진 or 부상: 옵트아웃 행사 시점이 다가왔는데, 선수가 부상으로 장기간 이탈했거나 성적이 급격히 하락했다면, 기존 계약보다 더 나쁜 조건으로 시장에 나가거나 아예 계약을 따내지 못할 위험도 있습니다. 이 경우 선수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기존 계약을 유지하게 됩니다.
옵트아웃을 둘러싼 치열한 심리전
옵트아웃 조항이 있는 선수는 계약 기간 내내 '옵트아웃 로이드'라는 별명을 얻기도 합니다. 더 좋은 계약을 따내기 위해 말 그대로 몸을 갈아 넣어 뛰는 것이죠.
- 선수의 목표: 옵트아웃 시점까지 최고의 성적을 내어 몸값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것.
- 구단의 전략: 선수가 옵트아웃을 행사하지 않도록, 미리 계약 연장이나 인센티브를 제시하여 잔류를 유도하기도 합니다. 또는 옵트아웃을 행사할 것 같은 선수를 미리 트레이드하여 자산을 확보하기도 합니다.
- 에이전트의 역할: 옵트아웃 시점의 시장 상황을 정확히 판단하고, 선수에게 최적의 선택을 조언하는 에이전트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야구 계약의 '선택과 집중'
옵트아웃 조항은 야구 계약의 복잡성과 치열한 심리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제도입니다. 선수에게는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 더 큰 성공을 꿈꿀 수 있는 기회를, 구단에게는 인재 영입의 매력적인 유인책을 제공하죠. 하지만 동시에 예측 불가능한 미래에 대한 위험을 공유하는 양날의 검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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