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에 국민학교를 다니셨다면 "바슬즐"이라는 단어를 듣고 빙그레 웃으실 겁니다. '바른 생활', '슬기로운 생활', '즐거운 생활'을 줄인 이 세 과목은, 지금의 초등학교 1, 2학년 통합교과서의 원조 격이었죠. 스마트폰도, 컴퓨터도 없던 그 시절, 우리에게 무엇을 가르쳐주었을까요? 이 세 과목은 1982년에 시작해 2008년까지 약 27년간 우리의 어린 시절을 책임진 교과서였습니다. 사실 어릴적 교과서 생각에 제 블로그 카테고리도 그렇게 시작했었습니다.
1. 바른 생활: ‘착한 어린이’가 되기 위한 A to Z
'바른 생활'은 교과서라기보다는 '착한 어린이 매뉴얼'에 가까웠습니다. 잠자리에서 일어나 이불을 곱게 개는 법부터 시작해, 식사 예절, 친구와 사이좋게 지내는 법, 심지어는 공중전화 사용하는 법까지 가르쳐줬죠. "어른께는 허리를 굽혀 인사합니다"와 같은 교훈이 큼지막한 글씨와 함께 실려 있었는데, 덕분에 '바른 생활' 교과서만 있으면 어디서든 칭찬받는 아이가 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바른 생활'은 단순히 예의범절을 가르치는 데 그치지 않았습니다. '바른 생활'을 통해 우리는 질서를 지키고, 남을 배려하는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첫 발을 내디뎠죠. 어찌 보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잊지 말아야 할 기본 덕목을 그 시절 교과서가 이미 알려준 셈입니다.
2. 슬기로운 생활: 호기심을 키워주는 '작은 백과사전'
'슬기로운 생활'은 호기심 가득한 우리에게 '작은 백과사전'과 같은 존재였습니다. 가족의 역할, 우리 동네의 모습부터 시작해 동물과 식물의 생태, 계절의 변화, 날씨의 원리 등 과학과 사회 과목의 기초를 재미있게 녹여냈죠.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체험 학습입니다. 교과서에 붙일 나뭇잎을 줍거나, 개미집을 관찰하고 그림을 그리면서 우리는 책상 밖의 세상을 배웠습니다. 지금처럼 영상이나 이미지가 흔치 않던 시절, '슬기로운 생활'은 우리를 직접 밖으로 나가 만지고, 느끼고, 탐험하게 만드는 유일한 안내서였습니다.
3. 즐거운 생활: 점수 걱정 없는 '어린이 예능 학교'
'즐거운 생활'은 오직 즐거움을 위한 과목이었습니다. 미술, 음악, 체육 활동을 통합해 점수나 등수 걱정 없이 마음껏 뛰어놀고, 만들고, 표현하는 시간이었죠. 서툴지만 최선을 다해 그린 그림들이 교실 뒤편에 붙어 반짝이던 모습, 찰흙으로 빚은 제각각의 모양들이 웃음을 주던 순간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
이 과목 덕분에 우리는 예술에 대한 부담감을 덜고, 창의력과 표현력을 기를 수 있었습니다. ‘잘’ 만드는 것보다 ‘즐겁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가르쳐줬던 ‘즐거운 생활’이야말로, 오늘날 우리가 잊고 사는 '과정의 즐거움'을 알려준 소중한 가르침이 아닐까요?
추억 속 '바슬즐',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
1982년부터 2008년까지 이어진 '바슬즐'은 단순히 학문을 가르친 것을 넘어, 낯설었던 사회를 알아가고, 스스로의 감정을 표현하며, 친구들과 함께하는 법을 알려준 인생의 첫 선생님이었습니다. 디지털 시대에 사는 지금, 잠시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그 시절 '바른 생활', '슬기로운 생활', '즐거운 생활'이 우리에게 가르쳐줬던 소중한 가치를 되새겨 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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