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돔부르마, 그 유쾌한 거절의 기록: 이스탄불에서 마주한 소심함에 관하여

ohara 2025. 9. 5.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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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탄불의 거리는 생동감 넘치는 하나의 거대한 극장이었습니다. 화려한 모스크의 웅장함과 시장의 활기찬 소음이 뒤섞인 그곳에서, 제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다름 아닌 터키 아이스크림, 돔부르마였습니다. 쫀득한 식감과 독특한 풍미는 익히 알고 있었으나, 제 가슴을 뛰게 한 것은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아이스크림 상인들의 익살스러운 퍼포먼스였습니다. 그들은 단순히 아이스크림을 파는 행위를 넘어, 손님을 주인공으로 한 짧은 코미디를 연출하고 있었습니다. 티비나 우리나라  축제장같은데서도 어렵짗않게 보았던 광경이지요.

막대기를 능숙하게 돌리고, 아이스크림을 건네주는 척하다가 재빨리 다시 빼앗는 그들의 장난은 보는 이들에게 유쾌한 웃음을 선사했습니다. 저 또한 그 유쾌한 무대에 기꺼이 동참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마음과는 달리, 발걸음은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한꺼번에 저에게 쏠릴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그들의 장난에 서툴게 반응하고, 어색한 웃음을 짓는 제 모습을 누군가 카메라에 담을지도 모른다는 상상만으로도 온몸이 경직되었습니다.

결국 저는 돔부르마 가게 앞에서 여러 번 서성이다가, 결국 맛보는 것을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그 순간의 아쉬움은 단순한 아이스크림 맛에 대한 갈망이 아니었습니다. 용기를 내지 못하고 새로운 경험을 스스로 차단했다는 자책감이었습니다. 여행은 낯선 풍경과 맛을 탐험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곳에서 만나는 문화와 사람들과 교감하며 저 자신을 발견하는 과정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스탄불의 밤거리를 걸으며, 저는 돔부르마를 맛보지 못한 아쉬움을 케밥과 바클라바로 달랬습니다. 그러나 그 쫀득한 아이스크림에 대한 미련은 끝내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훗날 다시 이스탄불을 찾게 된다면, 그때는 망설임 없이 돔부르마 상인에게 다가가 그들의 유쾌한 장난에 응하며 마음껏 웃을 것입니다. 그때 맛보게 될 아이스크림은 분명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맛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한편으로는 저같은 사람들을 위해 퍼포먼스를 촘 참아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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