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고 더웠던 여름이 지나고 이제 가을이 시작되는것 같습니다. 살짝 찬기운이 느껴지니까 지난 겨울 눈이 많이 내렸던 기억이 나네요. 따뜻한 겨울과 온화한 날씨로 유명한 미국 조지아주 서배너에 지난 겨울, 잊을 수 없는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바로, 수십 년 만에 기록적인 폭설이 내린 것인데요. 2025년 1월 22일, 서배너는 순식간에 하얀 눈으로 뒤덮이며 겨울 왕국으로 변했습니다. 이는 평소 눈 구경하기 힘든 이 지역 사람들에게는 그야말로 기적 같은 일이었습니다.
서배너의 겨울은 보통 한국의 늦가을처럼 온화합니다. 1월 평균 기온은 최고 16°C, 최저 5°C 정도로, 외투 하나 걸치면 충분한 날씨가 이어집니다. 눈은 거의 내리지 않으며, 눈이 오더라도 금세 녹아버리곤 합니다. 그런데 그날은 달랐습니다.
아침부터 내리기 시작한 눈은 오후가 되자 더욱 거세졌습니다. 현지 언론과 기상청은 연신 긴급 뉴스를 내보냈습니다. "조지아주를 비롯한 미국 남부 지역에 수십 년 만에 가장 많은 눈이 내리고 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저도 눈앞에 펼쳐진 믿을 수 없는 광경에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렀습니다. 1~3인치(약 2.5~7.6cm)의 적설량은 숫자로 보면 적게 느껴질지 몰라도, 이곳 사람들에게는 평생 잊지 못할 만큼 충분히 많은 양이었습니다.
이례적인 폭설에 서배너는 비상사태를 선포했습니다. 도로는 통제되었고, 공항은 마비되었으며, 거의 모든 학교와 관공서가 문을 닫았습니다. 아이들은 뜻밖의 눈에 다들 밖으로 나와 신나했습니다. 어른들도 오랜만에 보는 눈을 보며 어린아이처럼 즐거워했습니다.
눈사람을 만들고, 눈싸움을 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마치 동화 속 한 장면 같았습니다. 눈이 펑펑 내리는 서배너의 거리 풍경은 평소의 모습과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야자수와 소나무 위에 소복이 쌓인 하얀 눈은 이국적이면서도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냈습니다.
이날 폭설은 2018년 1월 이후 7년 만의 눈이었습니다. 하지만 적설량을 기준으로 보면, 1989년 12월 이후 35년 만에 가장 많은 눈이었다고 합니다. 서배너 기상 관측 기록을 살펴보면, 19세기 말부터 지금까지 1인치(2.54cm) 이상의 눈이 내린 날은 단 10여 차례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그만큼 이번 폭설은 매우 희귀하고 특별한 일이었습니다.
이번 폭설은 자연이 우리에게 보낸 특별한 선물 같았습니다. 평소에는 따뜻한 겨울을 즐기며 살아가는 서배너 사람들에게 잠시나마 일상을 멈추고 눈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기회를 주었으니까요. 길거리에서 만난 한 서배너 주민은 "난생 처음 눈싸움을 해봤다"며 활짝 웃었습니다.
따뜻한 남쪽 나라에 찾아온 하얀 기적. 이 특별한 경험은 서배너 사람들의 기억 속에 오랫동안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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