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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요새, 카스틸로 데 샌 마르코스: 스페인 요새에 숨겨진 비밀 (Feat. 대포알을 튕겨낸 전설의 돌)

ohara 2025. 9. 12.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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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바다가 넘실대는 플로리다 해안가, 마치 중세 시대의 성처럼 위풍당당하게 서 있는 거대한 요새가 있습니다. 바로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석조 요새인 '카스틸로 데 샌 마르코스'입니다.  겹겹이 쌓인 돌담은 단순한 벽이 아니라, 수많은 전투와 이야기를 담고 있는 역사 그 자체였습니다. 이 요새가 어떻게 지어졌고, 어떤 비밀을 품고 있는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스페인 제국의 플로리다를 지키기 위해 태어나다

 

 

카스틸로 데 샌 마르코스는 1672년부터 1695년까지 23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건설되었습니다. 당시 플로리다는 스페인 제국의 영토였지만, 해적들의 약탈과 영국군의 위협에 끊임없이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나무로 지어진 기존의 요새들은 너무나 쉽게 불타버렸죠. 이에 스페인 왕실은 이 지역을 지키기 위한 거대한 석조 요새의 필요성을 절감했고, 대대적인 공사를 시작합니다.

요새의 별 모양 디자인은 매우 독특하고 과학적입니다. 이런 형태는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고, 모든 방향에서 오는 공격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함이었습니다. 각 모서리에는 보루(bastion)가 있어 적의 접근을 막는 데 유리했죠. 이 요새가 완성되면서 스페인은 플로리다를 굳건히 지킬 수 있는 방패를 얻게 됩니다.

대포알을 튕겨낸 신비의 돌, '코키나'

카스틸로 데 샌 마르코스가 수많은 공격에도 무너지지 않은 가장 큰 비밀은 바로 건축 재료에 있습니다. 이 요새는 '코키나(Coquina)'라는 독특한 석회암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코키나는 스페인어로 '작은 조개'라는 뜻으로, 이름 그대로 수백만 년 동안 굳어진 조개껍데기들이 섞여 있는 돌입니다.

이 돌의 가장 큰 특징은 탄력성입니다. 일반적인 단단한 돌처럼 깨지거나 부서지는 대신, 코키나는 대포알을 맞으면 충격을 흡수하며 움푹 들어가거나 약간 찌그러지는 성질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마치 '돌 스펀지' 같았다고 할까요? 영국군이 수개월간 대포를 쏘아댔지만, 대포알들은 코키나 벽에 박히거나 튕겨져 나갈 뿐 요새를 뚫지 못했습니다. 이 때문에 카스틸로 데 샌 마르코스는 '불멸의 요새'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습니다.

두 번의 포위 공격을 견뎌내다

카스틸로 데 샌 마르코스의 견고함은 역사 속에서 여러 차례 증명되었습니다. 특히 유명한 전투는 두 번의 포위 공격입니다.

  • 1702년 포위 공격: 영국의 캐롤라이나 식민지 총독이었던 제임스 무어가 이끄는 영국군이 세인트 오거스틴을 공격했습니다. 당시 도시의 주민들은 모두 요새 안으로 피신했고, 영국군은 무려 50일 동안 요새를 포위했습니다. 하지만 요새의 견고함과 지원군이 도착하면서 영국군은 결국 물러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 1740년 포위 공격: 조지아 식민지 총독인 제임스 오글소프 장군이 대규모 군대를 이끌고 다시 한번 요새를 공격했습니다. 이번에는 무려 975명의 군인이 동원되었고, 엄청난 수의 대포를 쏟아부었지만, 요새의 코키나 벽은 끄떡없었습니다. 이 전투에서 카스틸로 데 샌 마르코스는 '난공불락의 요새'라는 명성을 확고히 합니다.

요새 곳곳에 숨겨진 이야기들

이 요새에는 방문객들을 위한 다양한 볼거리와 이야기가 가득했습니다. 요새 안을 둘러보며 병사들의 생활 공간인 '카세메이트(casemate)', 화약고, 감옥 등을 직접 볼 수 있었습니다.

  • 대포 발사 시연: 매일 진행되는 대포 발사 시연은 단연 최고의 볼거리입니다. 18세기 스페인 군인 복장을 한 자원봉사자들이 직접 대포를 장전하고 발사하는 모습을 재현하는데, 엄청난 굉음과 연기는 그 당시의 긴박한 상황을 생생하게 전달해줍니다.
  • 유령의 전설: 요새는 수많은 역사를 품고 있는 만큼, 유령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특히 요새의 감옥에서는 19세기 초에 사라진 두 연인의 유령이 나타난다는 전설이 전해집니다. 이들의 이야기는 방문객들에게 오싹한 재미를 선사합니다.
  • 역대 주인들: 이 요새는 스페인뿐만 아니라 영국과 미국에 의해 통치되기도 했습니다. 1821년 플로리다가 미국에 양도되면서 '포트 마리온(Fort Marion)'으로 이름이 바뀌었고(유명한 영국제 그릇의 이름으로 더 친숙하죠?), 1942년이 되어서야 원래의 이름인 '카스틸로 데 샌 마르코스'를 되찾았습니다

카스틸로 데 샌 마르코스는 단순한 여행지를 넘어, 과거의 용기와 희생, 그리고 과학이 어떻게 역사를 만들어냈는지 보여주는 살아있는 교과서같았습니다. 우리나에도 역사를 잊지 않기 위해보존되고 있는 유산들이 많이 있죠? 역사를 잊지 않고 후손들에게도 알리는 일은 정말 중요한 일인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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