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지아주(Georgia) 풀러(Pooler)에 있는 미 8공군 박물관(National Museum of the Mighty Eighth Air Force)에 다녀왔습니다. 전쟁의 참혹함 속에서 피어난 인간의 용기와 희생을 깊이 느낄 수 있는 성스러운 공간이었습니다. 왜 ‘미 8공군’이라고 부르는지, 그리고 우리나라와는 어떤 인연이 있는지 찾아 보았습니다.
미 8공군, 그들은 누구인가?

많은 분들이 ‘미 8공군’이라는 이름이 익숙할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 파견되어 있는 미군부대를 언급할때 보통 미8군이라고 얘기하는걸 많이 들었기 때문일 것 같습니다. 그들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럽 전선에서 활약했던 미국 육군 항공대(United States Army Air Forces)의 한 부대였다고 합니다. 정식 명칭은 제8공군(Eighth Air Force)이죠.
이들이 '강대한(Mighty)'이라는 별명을 얻게 된 이유는 그들의 임무와 희생 때문이라고합니다. 제8공군은 영국을 거점으로 독일 본토와 점령 지역의 군사 시설, 공장, 철도 등을 폭격하는 전략 폭격 임무를 수행했습니다. 낮 시간대에 적의 대공포와 전투기들의 맹렬한 공격을 뚫고 정밀 폭격을 감행해야 했기 때문에, 임무의 위험성은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수많은 전투기들이 추락하고 젊은 조종사들이 희생되었지만, 그들은 굴하지 않고 끈질기게 임무를 완수했습니다. 연합군의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그들의 엄청난 용기와 희생에 대한 경의를 담아 사람들은 그들을 '강대한 제8공군(Mighty Eighth Air Force)'이라 부르게 된 것이라고합니다.
눈앞에 펼쳐진 역사의 증언

박물관에 들어서자마자, 거대한 B-17 폭격기 '플라잉 포트리스(Flying Fortress)'의 실물 모형이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겉으로는 위풍당당한 모습이었지만, 저는 이 거대한 쇳덩어리가 뿜어내는 비장함에 압도되었습니다. 실제로 이 비행기에 탑승했던 젊은 군인들의 사진과 유품들을 보면서 그들의 두려움과 용기를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평균 연령 20대 초반이었던 그들은 차가운 폭격기 안에서 죽음의 공포를 이겨내야만 했습니다. 끔찍한 추위와 산소 부족, 그리고 언제 터질지 모르는 적기의 공격 속에서 임무를 완수했다는 사실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습니다.
박물관은 샌드위치를 먹으며 출격 순서를 기다리던 대기실, 조종석과 기관총 사수석 등 폭격기 내부를 그대로 재현해 놓은 디오라마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특히, 동료들이 죽어 나가는 것을 보며 임무를 완수해야만 했던 당시 상황을 묘사한 전시물은 가슴을 먹먹하게 했습니다. 이 모든 것이 그저 숫자가 아닌, 한 사람 한 사람의 소중한 삶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우리나라와 미 8공군의 인연

우리나라에도 미 8공군이 주둔하고 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한국에 주둔하고 있는 부대는 미 제8전투비행단(Eighth Fighter Wing)으로, 통상 '울프 팩(Wolf Pack)'이라는 별명으로 불립니다.
제2차 세계대전의 제8공군과 직접적으로 같은 부대는 아니지만, 같은 숫자를 쓰고 있고 더 넓은 의미의 미 공군이라는 이름 아래 숭고한 역사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1950년 6.25 전쟁 당시 한반도에 파견되어 북한군을 격퇴하는 데 큰 역할을 했으며, 현재까지도 주한미군으로서 우리나라의 안보를 굳건히 지키고 있습니다. 이 박물관에 와서 미 8공군의 역사를 알게 되니, 우리나라를 위해 먼 타지에서 희생한 그들의 헌신이 더욱 특별하게 느껴졌습니다.
평화와 희생을 기리는 공간

박물관은 단순히 전쟁의 역사만 나열하는 곳이 아니었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요새 안에 있는 기념 정원(Memorial Garden)이었습니다. 벽면에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전사한 8공군 장병들의 이름이 모두 새겨져 있었습니다. 그들의 이름 하나하나가 단순한 문자가 아니라, 누군가의 소중한 아들이자 아버지, 친구였다는 것을 떠올리니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습니다.
이 박물관은 단순히 '미 8공군'을 기념하는 것을 넘어, 나라를 위해 희생한 모든 군인들의 헌신을 기억하고 존경을 표하는 공간이었습니다. 그들의 용기와 희생이 있었기에 지금의 자유와 평화가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단순히 전투기와 폭격기를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인간적인 이야기와 고귀한 정신을 마주하는 것이야말로 이곳의 진짜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에서는 전역증이 있으면 추가로 10%정도 할인해주는 상점들이 있습니다. 생활속에서도 나라를 위해 희생하고 헌신한 분들을 존경한다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어느 골프장에 가니 현역군인이거나 제대군인들만 이용이 가능하다고 혹시 군인가족인지 물었습니다. 한국군인으로 근무했던것도 되는지 물었더니 전역증이 있으면 된다고 했습니다. 어느나라 군인이든 군인이 었던 사람들은 다 우대를 해주는건지 우방국이고 참전했던 나라라서 우리나라 전역증도 인정해주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들은 군인들을 정말 존경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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