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오면 문파이는 꼭 먹어봐야 한대!"
어느날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가 학교 선생님이 문파이 먹어봤냐며 꼭 먹어봐야 한다고 했다고 했습니다. 문파이? 생소한 이름에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아이의 다음 말에 나의 귀가 번쩍 뜨였습니다. "우리 나라 초코파이의 원조래!"
이게 무슨 소리인가. 내 어린 시절의 추억이 담긴, 친구들과 정을 나누던 초코파이의 원조가 미국에 있었다니! 마트에 가면 꼭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자코너서 찾은 'MoonPie'를 보니 마치 오랜 친구를 만난 듯, 반가움과 설렘이 동시에 밀려왔습니다. 오리지널 초코맛부터 바닐라, 딸기, 심지어는 바나나 맛까지 다양한 종류가 진열되어 있었습니다. 당연히 망설임 없이 가장 기본적인 초코맛을 손에 쥐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문파이의 포장지를 뜯었습니다. 둥근 모양의 초코 과자 사이에 하얀 마시멜로가 듬뿍 들어있는 모습이 영락없는 초코파이였습니다. 한 입 베어 물자, 과자와 쫄깃한 마시멜로가 입안 가득 퍼졌습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초코파이와 거의 비슷한 맛이었습니다! 외국의 초코렛 과자들은 대부분 너무 달아서 먹기 쉽지 않았는데 익숙한 초코맛과 마시멜로의 달콤함, 이 모든 것이 너무 반가운 맛 그리고 어린 시절로 되돌려 놓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자세히 음미하니 미묘한 차이가 느껴졌습니다. 초코파이보다 겉의 초코 코팅이 더 얇고, 마시멜로가 좀더 쫄깃하고, 우유맛이 좀 더 강하게 느껴졌습니다. 과자부분의 맛도 우리나라 초코파이와 맛은 거의 같은데 부드럽기에 차이가 있는것 같았습니다. 우리나라 초코파이를 납작하게 눌러서 먹으면 딱 똑같을 것 같습니다.
문파이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고 싶어 검색을 시작했습니다. 자료들을 뒤져보니, 문파이는 생각보다 훨씬 유서 깊은 과자였습니다. 1917년, 테네시주 채터누가의 차터누가 베이킹 컴퍼니(Chattanooga Bakery)에서 처음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당시 제빵사 중 한 명이 '더블 데커(Double Decker)'라는 이름의 과자를 만들었고, 이 과자가 대중에게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특히 제1차 세계대전 참전 군인들 사이에서 휴대하기 편하고 열량이 높아 큰 사랑을 받았다고 합니다. 요즘 군인들은 그렇것 같지 않지만 예전엔 군대가서 가장 먹고 싶은것이 초코파이아니었나요? 군인들이 좋아했던 문파이라고 하니 우리나라 초코파이와 비슷한점이 정말 많은 것 같습니다.
이후 1929년, 미국 전역에 경제 대공황이 닥쳤을 때, 문파이는 저렴한 가격에 든든하게 배를 채울 수 있는 '가성비' 과자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당시 한 개에 단돈 5센트(nickel)에 팔려 '5센트 파이(Nickel Pie)'라는 별명도 얻었다고 하니, 그 인기를 짐작할 만합니다.
그렇다면 초코파이와 문파이의 관계는 어떻게 될까? 문파이의 역사를 알게 되자, 자연스럽게 초코파이의 탄생 비화가 궁금해졌습니다. 우리나라 오리온 초코파이는 1974년에 처음 출시되었습니다. 당시 오리온 제과 연구원들이 여러 나라의 과자를 연구하다가 일본의 '마시멜로 파이'와 미국의 '문파이'에서 영감을 받아 초코파이를 만들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고 합니다. 문파이의 형태와 맛을 참고하여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재해석한 것이 바로 우리가 아는 초코파이였던 것이었습니다. 역시 그래서 맛이 비슷한 것이었습니다.
이렇듯 문파이는 초코파이의 선배이자, 오랜 역사를 가진 미국 국민 간식이었습니다. 비록 겉모습과 맛은 비슷했지만, 그 안에 담긴 이야기와 역사는 전혀 달랐습니다. 미국에서 우연히 만난 문파이 덕분에, 단순히 맛있는 과자를 먹은 것이 아니라, 미국이라는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한 조각 경험하게 된 것같습니다.
이제 문파이를 볼 때마다 단순히 '미국의 초코파이'라기 보다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미국인들의 삶과 함께해 온, 달콤하고 든든한 추억의 한 조각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만약 미국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꼭 문파이를 맛보길 추천합니다. 익숙한 듯 낯선 그 맛과, 그 안에 숨겨진 흥미로운 이야기를 경험하는 것은 또 다른 즐거움이 될것 같습니다. 그리고 한국에 돌아와 초코파이를 먹을 때, 문득 미국에서 만난 문파이의 추억이 떠올라 미소 짓게 될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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