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바 주립박물관에서 만난 '보르네오 원주민의 살아있는 역사'!
화려한 해변과 울창한 정글로 가득한 말레이시아 사바주(Sabah). 코타키나발루 여행 중 이 지역의 깊은 매력을 느끼고 싶다면, 사바 주립박물관(Sabah State Museum) 방문은 필수입니다. 단순한 유물 전시를 넘어, 말레이시아 보르네오 원주민들의 삶이 고스란히 숨 쉬는 이곳은 저에게 매우 흥미로운 시간 여행을 선사했습니다!
특히, 박물관 본관을 벗어나 야외에 마련된 헤리티지 빌리지에서 전통 가옥과 생활 방식을 직접 체험하며, 마치 시간을 멈춘 마을에 들어선 듯한 착각에 빠졌습니다.

가시 돋친 롱하우스: 박물관 본관의 건축적 비밀
사바 주립박물관의 메인 건물은 그 자체로 하나의 볼거리입니다. 건물 디자인은 사바의 원주민 부족 중 하나인 룽구스(Rungus)족의 전통적인 롱하우스를 본떠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 롱하우스란?: 여러 가구가 하나의 긴 건물에 모여 사는 형태로, 공동체 생활을 중시하는 원주민들의 생활 철학을 담고 있습니다. 박물관 건물 전체가 하나의 긴 공동체처럼 느껴집니다.
본관 내부에는 사바의 다양하고 풍부한 문화와 역사를 담은 전시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 민족지학 갤러리 (Ethnography Gallery): 사바에는 카다잔두순(Kadazandusun), 무룻(Murut), 바자우(Bajau), 룽구스(Rungus) 등 30개 이상의 원주민 그룹이 존재합니다. 이곳에서는 각 부족의 독특한 전통 의상, 정교한 수공예품, 농경 도구, 전통 악기 등을 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 무룻족의 과거 '수렵 관습'이나, 바자우족의 화려한 예복 등은 원주민들의 삶을 짐작하게 하는 흥미로운 단서였습니다.
- 자연사 갤러리 (Natural History Gallery): 보르네오섬의 풍부한 동식물 생태계를 보여주는 전시관입니다. 특히 메인 홀에 걸려있는 거대한 브라이드 고래(Bryde's Whale)의 골격은 박물관의 상징과도 같습니다. 희귀한 동물 박제와 해양 생태 전시를 통해 '지구의 허파' 보르네오의 생물 다양성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 헤리티지 빌리지: 공룡의 후예가 살던 집?!
가장 흥미로웠던 공간은 야외의 헤리티지 빌리지였습니다. 이곳은 사바의 여러 원주민 부족의 전통 가옥들을 실물 크기로 복원해 놓은 곳입니다. 저는 이곳을 걸으면서 마치 시간을 거슬러 원주민들의 일상 속으로 들어간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 주요 전통 가옥 및 생활 방식

- 무룻족의 롱하우스 & '란사란(Lansaran)': 무룻족의 긴 장방형 가옥을 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 가옥 중앙에 설치된 **'란사란'**이라는 전통 트램펄린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는 과거 무룻족 남성들이 결혼 전 자신의 용맹함을 과시하거나, 축제 때 점프하며 춤을 추던 공간이라고 합니다. 이들의 활기찬 생활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일부 롱하우스에는 '해골의 집(House of Skulls)' 복제품이 있어 과거의 문화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습니다.)
- 카다잔/두순족의 대나무 집: 사바 최대 부족인 카다잔/두순족은 주로 농경 생활을 했으며, 이들의 생활 도구와 곡식 저장 방식 등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대나무를 활용한 자연 친화적인 건축 기술이 인상적이었습니다.
- 바자우족의 수상 가옥 복제품: '바다 집시'로 불리는 바자우족은 수상 가옥에서 생활합니다. 헤리티지 빌리지에도 이들의 결혼식 단상까지 갖춘 전통 집이 재현되어 있어 독특한 문화의 단면을 볼 수 있었습니다.
헤리티지 빌리지의 숲과 물웅덩이 주변을 걷다 보면, 마무틱 섬에서 만났던 **물왕도마뱀(Water Monitor)**의 모습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마치 수풀 속에 살던 공룡의 후예를 보는 듯한 기분으로, 과거 원주민들이 이 야생 환경 속에서 어떻게 지혜롭게 적응하고 살아왔는지를 상상하게 됩니다.
문화의 다양성과 공존
사바 주립박물관은 오래된 물건들만 전시하는 곳이 아닙니다. 이 작은 공간에는 32개가 넘는 토착 민족이 이뤄낸 다양한 문화와 역사가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한때는 격렬했던 수렵 문화(Head-Hunting)의 흔적부터, 평화로운 농경 문화, 그리고 이슬람 문명의 유입까지. 사바 주립박물관은 문화적 다양성이 얼마나 귀하고 소중한지, 그리고 자연과 인간이 어떻게 공존하며 살아왔는지를 깊이 있게 보여주는 훌륭한 교육의 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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