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파와 북파에서 두 번의 축복을 받다
중국 랴오닝성 대련(Dalian)은 한국에서 백두산으로 향하는 주요 관문 중 하나입니다. 지리적으로 한국과 가까워 항공편이 비교적 편리하며, 이곳을 거쳐 백두산의 서쪽 관문인 서파(西坡)나 북쪽 관문인 북파(北坡)로 이동하게 됩니다. 저는 운이 좋게도 두 번의 백두산 여정에서 서파와 북파를 모두 경험했으며, 가장 보기 어렵다는 백두산 천지(天池)의 웅장한 모습을 두 번 모두 목격하는 행운을 누렸습니다.
백두산으로 가는 길
대련은 백두산 여행의 주요 거점 중 하나입니다. 인천이나 김포에서 대련까지 이동 후, 다시 대련에서 백두산 공항(창바이산 공항, Changbaishan Airport)으로 이동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 대련의 역할: 대련은 중국 동북 지역의 중요한 교통 허브이자 아름다운 해양 도시로, 잠시 머무르며 중국의 분위기를 느끼거나 백두산으로 향하는 여정의 중간 기착지 역할을 합니다.
- 백두산 공항 이동: 대련에서 백두산 공항까지는 항공편으로 약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되며, 공항에서 다시 서파나 북파 입구까지는 차량으로 약 1시간~1시간 30분 정도 이동해야 합니다.
백두산 서파 : 1,442계단과 광활한 대자연
첫 번째 여정은 백두산의 서쪽 능선을 따라 천지를 조망하는 서파 코스였습니다. 서파는 백두산의 광활함과 웅장한 자연미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코스로 알려져 있습니다.

계단의 정복
서파 코스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1,442개의 가파른 나무 계단을 오르는 것입니다.
- 체력 시험: 해발 2,400m에 달하는 고지대에서 이 많은 계단을 오르는 것은 단순한 등반을 넘어선 체력과 정신력의 시험입니다. 계단을 오르면서 중간중간 뒤를 돌아보면 백두산의 거대한 고원 지대인 고산 화원이 끝없이 펼쳐져 감탄을 자아냅니다.
- 풍경의 웅장함: 서파 정상에 다다르면 천지를 가장 넓게 조망할 수 있습니다. 경계비(중국-북한 국경)와 천지의 물이 한눈에 들어오는 서파의 시야는 압도적입니다. 서파는 북파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광객이 적어 좀 더 고요하고 원시적인 백두산의 매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서파에서의 천지 조망

백두산 천지는 1년 중 맑은 날이 40일이 채 되지 않을 정도로 구름과 안개에 가려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삼대가 덕을 쌓아야 천지를 볼 수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죠.
서파를 찾았던 날, 계단을 오르는 내내 안개와 구름이 자욱했지만, 정상에 도착해 간절히 기다리자 거짓말처럼 구름이 걷히며 천지의 푸른 물빛이 드러났습니다.
- 장엄한 감동: 광활한 능선 사이에 자리 잡은 거대한 화산 호수, 그 고요하고 신비로운 모습은 1,442개의 계단을 오르는 고통을 잊게 할 만큼 장엄했습니다. 특히 서파에서는 북한 쪽의 백두산 봉우리들과 천지의 물이 연결되는 지점까지 조망할 수 있어 더욱 의미가 깊었습니다.
백두산 북파 : 관광 인프라와 다양한 볼거리

며칠 후, 두 번째 백두산 여정에서는 가장 대중적이고 관광 인프라가 잘 갖춰진 북파 코스를 방문했습니다.
북파의 특징: 셔틀버스와 집합지
북파는 서파와 달리 계단을 오를 필요가 없어 노약자나 가족 단위 관광객에게 인기가 높습니다.
- 접근의 용이성: 입구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정상 부근의 주차장까지 이동한 후, 다시 집합 차량을 이용해 천지 전망대까지 이동합니다. 이 시스템 덕분에 등반보다는 경치 감상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 다양한 볼거리: 북파 코스는 천지 외에도 장백폭포(Changbai Waterfall), 온천 지대, 녹원담(Green Deep Pool) 등 다양한 자연 경관이 함께 있어 복합적인 관광이 가능합니다. 장백폭포는 천지에서 흘러나온 물이 수직으로 떨어지는 웅장한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북파에서의 천지 조망

서파에서 천지를 봤다는 이유로 이번에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북파에서의 천지 조망은 또 다른 종류의 감동이었습니다.
- 극적인 경치: 북파 전망대는 천지에 가장 가까이 접근하여 가장 드라마틱한 각도에서 호수를 내려다볼 수 있습니다.
- 또 다른 푸른색: 북파에서 본 천지는 서파에서 본 것보다 더욱 깊고 푸른색이었습니다. 구름이 빠르게 움직이며 햇살이 호수 표면에 부딪힐 때마다 천지의 색이 오묘하게 변하는 모습은 영험한 기운을 느끼게 했습니다. 두 번이나 천지를 보게 된 저는 주변의 안개 때문에 아쉬워하는 관광객들의 축하 인사를 받으며, 다시 한번 대자연의 경이로움에 감사했습니다.
백두산 천지: 영원한 한국인의 염원
백두산 천지는 아름다운 관광지를 넘어, 한국인에게는 민족의 영산이자 희망의 상징입니다.
- 지질학적 가치: 천지는 약 100만 년 전부터 형성된 칼데라 호수(Caldera Lake)로, 동북아시아에서 가장 크고 깊은 화산 호수입니다. 그 깊이는 최대 약 384m에 달하며, 수온이 매우 낮아 생물이 거의 살지 않는 신비로운 곳입니다.
- 문화적 의미: 한국에서는 단군 신화의 발원지이자 우리 민족의 뿌리로 여겨지며, 그 영적인 기운을 느끼려는 방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습니다. 서파와 북파에서 두 번 천지를 조망하며, 저는 이 웅장한 자연이 지닌 역사적, 문화적 무게감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대련을 거쳐 만난 백두산 천지는 여행의 기록을 넘어, 자연 앞에서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경외감과 겸손함을 일깨워준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또한 백두산은 당연히 우리나라 산인것 같은데 다른나라를 거쳐가야 볼 수 있다는 현실이 조금 씁쓸하기도 한 여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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