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을 대표하는 다리를 떠올리면 브루클린 브리지(Brooklyn Bridge)를 가장 먼저 떠올릴 겁니다. 하지만 그 웅장한 형님 옆에, 자신만의 매력으로 빛나고 있는 또 다른 다리가 있습니다. 바로 맨해튼교(Manhattan Bridge)입니다.
100년 앞선 공학의 걸작, 맨해튼교의 혁신
맨해튼교는 브루클린 브리지보다 약 20년 늦은 1909년에 완공되었습니다. "브루클린 브리지의 동생쯤 되겠지" 하고 가볍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 다리는 단순한 후발주자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공학 기술을 적용하여 건설된, 시대를 앞서간 걸작입니다.
맨해튼교의 설계자는 리온 모이세프(Leon Moisseiff)라는 뛰어난 공학자입니다. 그는 '처짐 이론(Deflection Theory)'이라는 새로운 방식을 적용하여 다리를 설계했다고 합니다. 이 이론 덕분에 다리의 무게를 훨씬 가볍게 만들면서도 더 긴 경간(Span)을 지탱할 수 있었죠. 실제로 맨해튼교는 브루클린 브리지보다 더 길고, 더 넓습니다.
특히, 맨해튼교는 차량 통행로와 함께 무려 4개의 지하철 노선이 지나는 철로를 품고 있습니다. 걷는 동안 귀를 쩌렁쩌렁 울리는 지하철 소음마저도 뉴욕의 활기찬 에너지를 느끼게 해줍니다. 이는 맨해튼교가 단순한 다리를 넘어, 뉴욕이라는 거대한 도시의 혈관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것 같습니다.
스크린 속 그 다리: 맨해튼교의 화려한 필모그래피
아름다운 맨해튼교는 우리에게 익숙한 영화와 드라마에도 수없이 등장했습니다. 가장 유명한 장면은 바로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Once Upon a Time in America)>의 영화 포스터입니다. 두 아이가 브루클린교 아래 워싱턴 스트리트에서 맨해튼교를 배경으로 서 있는 모습은 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으로 손꼽힙니다.
뿐만 아니라, <나는 전설이다(I Am Legend)>에서 좀비로 가득한 뉴욕을 탈출하는 장면, <다크 나이트 라이즈(The Dark Knight Rises)>에서 배트맨이 등장하는 장면 등 수많은 블록버스터 영화에 등장했습니다. 또한, 인기 드라마 <가십걸(Gossip Girl)>에서 주인공들이 DUMBO를 배경으로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서도 맨해튼교의 실루엣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맨해튼교는 뉴욕의 낭만과 역동성을 상징하며 스크린 속에서도 꾸준히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맨해튼교는 브루클린 브리지에 가려져 있지만, 그 어떤 다리보다도 매력적인 '진짜 뉴욕'의 모습을 품고 있었습니다. 복잡한 도시의 모든 요소가 한데 모여 있지만, 보행자 전용 도로 위에서는 자신만의 속도로 걸으며 뉴욕의 숨겨진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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