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을 여행하며 수많은 빌딩 숲을 걸었지만, 제 가슴을 가장 설레게 했던 곳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의 배경이 되어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그곳, 센트럴 파크(Central Park)입니다. 사실 우리나라도 공원 시설이 워낙 잘되어 있어, '공원' 자체가 주는 새로움은 없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그곳에 발을 딛는 순간, 저는 알 수 없는 뭉클함에 휩싸였습니다. '나 정말로 여기 있구나…' 스크린 속 풍경이 눈앞에 펼쳐지는 이 기분은 정말이지, 어떤 말로도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신기하고 감동적이었습니다.
콘크리트 숲 속의 기적: 센트럴 파크의 탄생
센트럴 파크의 가장 놀라운 비밀은 바로, 이 거대한 공원이 자연 그대로의 공간이 아니라, 인간의 손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라는 것입니다. 1850년대, 뉴욕은 급격한 산업화로 인해 도시 환경이 매우 열악했다고 합니다. 시민들은 쉴 공간이 필요했고, 이에 뉴욕시는 거대한 공원 조성을 계획했습니다.
공원 설계 공모전에서 프레더릭 로 오름스테드(Frederick Law Olmsted)와 칼버트 복스(Calvert Vaux)의 '그린스워드(Greensward)' 디자인이 선정되었습니다. 당시 공원이 들어설 부지는 울퉁불퉁한 바위와 늪지대, 빈민가가 뒤섞여 있던 황무지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들은 500만 대가 넘는 마차 분량의 흙과 돌을 옮기고, 수백만 그루의 나무와 식물을 심으며 이 척박한 땅을 뉴욕 시민들의 '녹색 심장'으로 탈바꿈시켰습니다. 센트럴 파크는 단순히 자연을 보존한 곳이 아니라, 도시인에게 필요한 자연을 인공적으로 창조해 낸 위대한 프로젝트였습니다.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익숙한 풍경을 걷다
센트럴 파크에 들어서자마자, 저는 제가 걸었던 모든 발걸음이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느껴졌습니다.
- 베데스다 테라스(Bethesda Terrace)와 분수: 중앙 광장에 위치한 이곳은 영화 <나 홀로 집에 2>에서 케빈이 비둘기 아줌마를 만났던 장소입니다. 고풍스러운 아케이드와 중앙의 분수가 어우러져 고전적인 아름다움을 뽐내죠. 웅장한 천장 아래를 걸으며, 저 역시 혹시 모를 누군가와 운명적인 만남을 기대하며 두리번거렸습니다.
- 보우 브리지(Bow Bridge): 활처럼 휘어진 아름다운 다리, 보우 브리지는 수많은 로맨스 영화의 배경이 되었습니다.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의 주인공들이 이 다리 위를 거닐었죠. 제가 방문했을 때도 다리 위에서 사랑을 고백하거나 청혼하는 연인들을 볼 수 있었는데, 영화 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아 보는 내내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 더 몰(The Mall): 공원 중심부를 가로지르는 길인 더 몰은 드라마 <가십걸>에서 주인공들이 중요한 대화를 나누던 장소입니다. 키 큰 느릅나무들이 터널처럼 드리워진 길을 걷다 보면, 마치 저도 뉴욕의 상류층이 된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스트로베리 필즈(Strawberry Fields): 존 레논을 추모하는 공간인 이곳은 평화와 사랑의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Imagine'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기념비 앞에 서서, 잠시나마 평화로운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가 살았던 다코타 빌딩이 바로 맞은편에 있어 더욱 의미가 깊은 곳이었습니다.
센트럴 파크는 단순히 나무와 잔디로 이루어진 공원이 아닙니다. 이 거대한 공간은 도시의 복잡함 속에서 잠시 멈춰 서게 해주는 안식처이자,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와 꿈이 담겨 있는 살아있는 역사박물관 같았습니다. 영화와 드라마로만 보던 곳에 직접 와서 그 공간을 걷고 숨 쉬는 것만으로도, 저는 뉴욕 여행의 가장 큰 감동을 얻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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