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주의 작은 도시, 스테이츠보로(Statesboro)에 잠시 머무르며 독특한 매력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지만, 검소하면서도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도시 전체를 감싸고 있었고, 특히 전형적인 미국 남부 스타일의 건축물들은 도시의 정취를 더욱 깊게 만들었습니다. 마치 시간 여행을 하듯, 이 도시의 오래된 이야기들을 따라가 보았습니다.
스테이츠보로는 어떻게 이름 지어졌을까요?
1803년에 설립된 이 도시는 당시 미국 대통령 선거의 주요 쟁점이었던 ‘주권(States' rights)’의 개념에서 이름을 따왔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해집니다. 처음에는 'Statesborough'라는 이름이었으나, 1866년 영구 도시 헌장을 받으면서 현재의 'Statesboro'로 철자가 바뀌었습니다. 초창기에는 인구가 25명도 채 되지 않는 작은 마을이었지만, 주변의 목화 농장에 필수적인 물품을 공급하는 무역 공동체 역할을 하며 점차 성장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남부의 정취를 담은 건축물들
스테이츠보로의 건축물들은 그 역사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습니다. 특히 다운타운 지역의 웨스트 메인 스트리트(West Main Street) 상업 역사 지구는 1905년부터 1923년 사이에 지어진 벽돌 건물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탈리아 양식(Italianate)을 포함한 다양한 건축 양식의 특징을 보여줍니다. 이 건물들은 한때 스테이츠보로가 목화 산업의 중심지로서 번영했던 시기를 보여주며, 현재는 상점과 갤러리 등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웅장한 규모보다는 아기자기하고 실용적인 아름다움을 갖춘 건물들은, 이곳이 상업 활동을 위해 탄생하고 성장한 도시임을 말해주는 듯했습니다.
미국 남부 도시의 성장과 역사
스테이츠보로는 남북전쟁 당시 윌리엄 T. 셔먼 장군의 '바다로의 행진(March to the Sea)'에 의해 법원이 파괴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고 합니다. 당시 스테이츠보로가 얼마나 작은 마을이었는지에 대한 일화가 전해지는데, 한 장교가 마을의 위치를 묻자, 술집 주인이 "당신이 서 있는 곳이 바로 마을 한복판"이라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전쟁 이후, 스테이츠보로는 목화 산업을 중심으로 다시금 번성하기 시작했습니다. 1908년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장섬유 시아일랜드(Sea Island) 목화'의 수출 시장이 될 만큼 경제적 중요성이 커졌습니다. 또한 1906년 조지아 최초의 농업 및 기계 학교(First District Agricultural and Mechanical School)가 이곳에 설립되었는데, 이것이 바로 현재의 조지아 서던 대학교(Georgia Southern University)로 발전했습니다. 이 대학은 도시의 활력과 현대적인 분위기를 더해주면서도, 스테이츠보로의 고즈넉한 매력을 해치지 않는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자유와 검소함이 깃든 도시
스테이츠보로는 화려한 관광 명소보다는, 소박하고 진솔한 일상을 경험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도시인것 같습니다. 아담한 공원과 소박한 상점들, 그리고 도시를 가로지르는 철길의 풍경은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았습니다. 유명한 블루스 곡인 "Statesboro Blues"의 탄생지이기도 한 이곳은, 블루스 특유의 서정적이고 감상적인 분위기가 도시의 공기 속에 녹아있는 듯합니다.
급변하는 현대 사회 속에서 고유의 역사와 정체성을 간직한 채, 자신만의 속도로 조용히 나아가는 도시의 모습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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