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과 역사가 살아 숨 쉬는 항구, 서배너의 보석 '조지아 퀸'
어릴 적 동화책 속에서나 보았던 꿈결 같은 풍경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 있습니다. 제게는 미국 조지아주 서배너 항구에서 조지아 퀸(Georgia Queen) 배를 처음 마주했을 때가 바로 그랬습니다. 붉은색과 흰색이 어우러진 거대한 외륜선(paddle wheeler)이 오랜 역사를 간직한 서배너 항구에 정박해 있는 모습은 그 자체로 한 폭의 그림이자, 시간을 초월한 낭만 그 자체였습니다. 마치 어린 시절 즐겨 보던 '허클베리 핀의 모험'에 나오는 미시시피강의 유람선이 튀어나온 듯한 감동에, 가슴이 벅차올랐습니다.
서배너 강변을 걷다 보면,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18세기에 지어진 듯한 오래된 벽돌 건물들과 울퉁불퉁한 조약돌 거리, 그리고 그 사이를 가로지르는 트롤리들은 도시의 오랜 역사를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웅장한 자태로 강물 위에 떠 있는 조지아 퀸이 있습니다.
이 거대한 외륜선은 과거 미시시피강을 오가던 증기선들의 디자인을 충실히 재현하여, 서배너의 역사와 낭만을 상징하는 아이콘이 되었습니다. 총 1,000명의 승객을 태울 수 있는 압도적인 규모와 4개의 층으로 구성된 웅장함은 멀리서도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배의 양옆에 달린 거대한 물레방아(외륜)가 고풍스러운 매력을 더하며, 마치 살아있는 박물관에 들어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한참을 강변에 서서 조지아 퀸의 모습을 바라보았습니다. 주변의 오래된 건물들과 어우러진 그 모습은 마치 19세기 미국의 어느 강변 도시로 시간 여행을 온 듯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강물 위로, 붉은색 선체가 빛나는 모습은 잊을 수 없는 첫인상을 남겼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은 바로 조지아 퀸의 외륜이 물을 힘차게 가르는 소리였습니다. '철퍽, 철퍽' 하는 규칙적인 소리는 마치 배가 살아 숨 쉬는 듯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그 소리를 들으며 저는 다시 한번 어린 시절의 '허클베리 핀'을 떠올렸습니다. 애니매이션에서 묘사되었던 증기선의 뱃고동 소리와 물결 소리가 이 배를 통해 현실이 된 듯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눈으로 보는 풍경을 넘어, 소리로 과거를 느끼는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조지아주 서배너는 미국 남부의 고풍스러운 아름다움을 간직한 도시입니다. 하지만 그 아름다움의 정점을 찍는 것은 바로 조지아 퀸과의 만남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배는 교통수단을 넘어, 서배너의 역사와 낭만을 모두 담고 있는 특별한 존재입니다. 마치 동화 속 주인공이 된 것처럼, 저는 조지아 퀸을 타며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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