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오랜만에 찾은 예원은 예전의 모습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여전히 인산인해를 이루는 것은 변함없었지만, 주변 예원 상가(豫园商场)와 전체적인 분위기가 훨씬 깔끔하고, 세련되며, 활기차게 변해 있었기 때문이죠. 마치 과거의 유산이 현대적인 감각과 만나 새롭게 태어난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예원(豫園) 속으로: 명나라 정원의 고요한 아름다움
예원은 상하이 황푸구(黄浦区)의 옛 성벽 안에 자리 잡고 있으며, 강남(江南) 지역 정원 예술의 정수로 손꼽힙니다.
예원의 역사적 의미: 효(孝)의 정원
예원의 역사는 400여 년 전인 명나라 가정제(嘉靖帝) 때(1559년)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사천성(四川省)의 관료였던 반윈돤(潘允端)이 아버지를 기쁘게 해드리기 위해 20년에 걸쳐 지은 개인 정원입니다.
- '평안과 기쁨의 정원': 예원의 '예(豫)'는 '평안하다', '즐겁다'라는 뜻을 담고 있으며, 아버지에게 안락하고 만족스러운 노년을 선사하고자 했던 아들의 지극한 효심이 담겨 있습니다. 이 때문에 예원은 "평안과 위안의 정원(Garden of Peace and Comfort)"으로도 불립니다.
- 강남 정원의 걸작: 예원은 작은 공간에 자연의 모든 요소를 응축하는 강남 정원(江南园林) 건축의 정석을 보여줍니다. 누각, 정자, 연못, 아치형 다리, 그리고 기묘하게 배치된 태호석(太湖石) 암벽 등이 좁은 면적(약 2만 제곱미터) 안에 '걸음마다 풍경이 바뀌는(移步换景)' 예술적인 구도를 완성합니다.
절대 놓칠 수 없는 예원의 하이라이트
- 구곡교(九曲橋)와 호심정(湖心亭): 예원의 입구에 들어서기 전, 꼬불꼬불 아홉 번 꺾이는 구곡교를 건너야 합니다. 이 다리는 악귀가 곧게만 걸을 수 있다는 전설에 따라, 정원에 들어서는 이들에게 행운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다리 중앙에 우아하게 떠 있는 호심정은 240년 역사의 유서 깊은 찻집으로, 전통차를 마시며 고즈넉한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명소입니다.
- 대돌산(大假山)과 옥령롱(玉玲珑): 예원에는 명나라 암벽 예술의 대가 장난양(张南阳)이 만든 강남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대돌산이 있습니다. 또한, 구멍이 72개나 뚫려 있는 기묘한 모양의 옥령롱 바위는 예원의 3대 보물 중 하나로 손꼽히며, 그 자체로 예술 작품입니다.
달라진 예원 상가(豫园商场): 깨끗함, 활력, 그리고 먹거리 천국

예원 정원 주변의 상가 지구, 즉 예원 상가(Yuyuan Bazaar)는 이번 재방문에서 가장 크게 변화를 느낀 곳입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다소 낡고 복잡했던 상점들이 대대적인 정비를 거쳐 놀랍도록 깨끗하고 현대적인 모습으로 탈바꿈했습니다.
업그레이드된 분위기: '깨끗하고 활기차게'
이곳은 이제 청결함과 전통적인 아름다움이 조화된 활기찬 거리가 되었습니다. 전통적인 중국 건축 양식인 흰 벽과 검은 기와 지붕은 그대로 유지되었지만, 거리와 상점의 간판, 내부 인테리어는 마치 잘 정돈된 테마파크처럼 느껴질 정도로 깔끔해졌습니다.
- 새로운 상점들의 등장: 전통적인 기념품 가게 외에도, 젊은 세대의 취향을 저격하는 트렌디한 먹거리 상점과 세련된 디자인의 공예품 가게가 대거 들어섰습니다. 이전의 북적거림이 '혼잡함'이었다면, 지금의 북적거림은 '활력(Vibrancy)' 그 자체였습니다.
먹거리 대전: 상하이 현지 음식의 집결지
예원 상가는 상하이의 길거리 음식과 전통 간식을 한자리에서 맛볼 수 있는 최고의 장소입니다. 상점들이 더욱 깨끗해지면서 위생에 대한 걱정 없이 다양한 먹거리를 즐길 수 있게 된 것이 큰 장점입니다.
- 난샹 만터우(南翔馒头店): 예원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시그니처! 바로 난샹 소룡포(南翔小笼包)입니다. 항상 긴 줄이 늘어서 있지만, 육즙 가득한 소룡포와 왕만두 크기의 게살 소룡포는 그 기다림의 가치를 충분히 합니다.
- 선다청(沈大成)과 뤼보랑(绿波廊): 선다청에서는 칭투안(青团, 쑥떡) 같은 상하이 전통 과자와 딤섬을 맛볼 수 있고, 뤼보랑은 외국 정상들도 다녀간 유서 깊은 고급 레스토랑으로, 상하이식 정통 요리를 즐기기에 좋습니다.
- 다양한 길거리 간식: 총요우빙(葱油饼, 파전), 샤오츠(小吃, 길거리 간식), 돼지 족발찜(猪脚) 등 상하이에서 꼭 맛봐야 할 모든 길거리 음식이 여기에 모여 있습니다.
활기 넘치는 캐릭터 전시 행사

제가 방문했을 당시에는 거리 곳곳에서 캐릭터를 테마로 한 전시나 행사가 진행 중이었습니다. 특히 중국의 고전 문학이나 신화 속 존재들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대형 조형물들이 많았는데, 이는 예원이 단순히 오래된 곳이 아니라 살아 숨 쉬는 문화 공간임을 보여주는 듯했습니다.
- '산해경(山海經)'과 용(龍): 예를 들어, 매년 구정(춘절)에 열리는 예원 등불 축제(豫园灯会)는 국가 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될 만큼 유명하며, 최근에는 고대 문헌인 《산해경》의 신비로운 생물이나 그 해의 띠 동물(특히 용띠 해)을 주제로 한 화려한 등불 전시가 대규모로 펼쳐진다고 합니다.
예원이 던지는 메시지: '과거와 현재의 공존'
예원은 아름다운 정원을 넘어, 상하이의 변화하는 역사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것 같습니다. 정원 자체는 400여 년 전 효심으로 지어진 고전적인 미학을 보존하고 있지만, 이를 둘러싼 상가 지구는 현대 상하이의 상업적 활력과 세련된 트렌드를 반영하며 진화하고 있었습니다.
이처럼 예원에서의 경험은 '변함없는 아름다움'과 '끊임없는 변화'라는 두 가지 상하이의 얼굴을 동시에 마주하는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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