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의 화려한 스카이라인 뒤편에는'물의 도시'라는 또 다른 매력이 숨어 있습니다. 수많은 고진(古镇, 옛 마을) 중에서도 접근성이 좋아 많은 여행자의 발길이 닿는 곳, 바로 치바오 고진(Qibao Ancient Town, 七宝古镇)과 최근 핫플레이스로 떠오른*판룽톈디(Panlong Tiandi, 蟠龙天地)입니다.
두 곳 모두 '쇼핑과 여가'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지만, 제가 직접 경험한 느낌은 극과 극이었습니다. 한 곳에서는 수천 년 역사의 진짜 '중국'을 느낄 수 있었고, 다른 한 곳에서는 세련되고 깔끔한 '새로운 상하이'를 마주했죠. 마치 우리나라의 인사동과 신도시에 새로 생긴 깔끔한 상업지구를 동시에 여행하는 기분이었습니다.
과거로의 시간 여행: 치바오 고진 (Qibao Ancient Town, 七宝古镇)
"이것이 바로 중국 전통의 정수!"
상하이 민항구에 위치한 치바오 고진은 상하이 도심에서 가장 가까운 수향 마을입니다. 지하철 9호선을 타고 치바오 역에서 내리면 바로 만날 수 있는 이곳은,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명·청 시대로 돌아간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 치바오의 역사적 의미와 매력
- 천년의 역사: 치바오의 역사는 5대 10국 시대에서 북송 시대(960년경)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름인 '치바오(七宝, 일곱 가지 보물)'는 이 마을의 옛 사찰인 치바오사(七宝寺)에서 유래했으며, 과거에는 7가지 진귀한 보물(황금 연화경, 신묘한 나무, 대종 등)이 있었다는 전설이 전해져 내려옵니다.
- 강남 수향(水鄕) 스타일: 흰 벽과 검은 기와, 좁은 수로를 가로지르는 아치형 돌다리, 그리고 강변을 따라 늘어선 전통 가옥들이 전형적인 강남(江南) 지역의 고풍스러운 아름다움을 보여줍니다.
- 벨기에 만화와의 연결고리: 흥미로운 사실은, 이 마을이 벨기에 만화 '땡땡의 모험(The Adventures of Tintin)'의 등장인물 창 충첸(Chang Chong-Chen)의 실제 모델인 중국 화가 장충런(張充仁)의 거주지였다는 점입니다. 역사와 예술이 교차하는 지점이죠!
🛒 전통 먹거리와 쇼핑: '인사동의 느낌'이 물씬!
치바오를 특별하게 만드는 건 바로 그 분위기입니다.
- 남대가(南街)와 북대가(北街): 치바오 옛 거리는 크게 두 구역으로 나뉩니다. 남대가는 먹거리 천국으로, 상하이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전통 간식과 길거리 음식이 가득합니다.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나는 치바오 탕위안(七宝汤圆, 속이 꽉 찬 찹쌀 경단), 홍사오러우(红烧肉, 돼지고기 간장조림), 취두부(臭豆腐) 냄새가 진동하는 이곳은 활력이 넘칩니다.
- 북대가는 기념품 및 공예품 거리입니다. 서예 작품, 그림, 전통 직물(면직물 박물관도 있습니다!), 그리고 옛 문방사우를 파는 상점들이 늘어서 있죠.
제 개인적인 매력 포인트는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외국인 여행자로서 "아, 이게 진짜 중국이구나"라고 느낄 수 있는 현지 특유의 왁자지껄한 시장 분위기와 전통의 향기가 강하게 남아있다는 점입니다. 마치 우리나라 인사동을 찾은 외국인들이 한국의 전통 문화를 오롯이 느끼는 것과 같은 매력을 치바오에서 발견했습니다.
현대적 재해석의 미학: 판룽톈디 (Panlong Tiandi, 蟠龙天地)
"깨끗하고 세련된 '신도시 상업지구' 스타일의 워터 타운"
상하이 훙차오 지역 인근에 위치한 판룽톈디는 최근 몇 년 사이에 새롭게 태어난 복합 문화 상업 지구입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곳은 '판룽 고진'의 옛 부지를 보존하고 재개발한 도시 재생 프로젝트의 결과물입니다.
📌 판룽톈디의 탄생 배경과 특징
- 천년 고진의 재탄생: 판룽 고진의 역사는 수·당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도시화 과정에서 '도심 속의 낙후된 마을'이 되었다고 합니다. 이후 상하이의 '성중촌(城中村, 도심 속 마을)' 재개발 프로젝트를 통해 '판룽톈디'로 화려하게 부활했습니다.
- 공원 속 신세계 (Xintiandi in the Park): 판룽톈디는 고진의 전통 건축 양식(명·청 시대 강남 수향 스타일)을 보존 및 복원하면서도, 주변에 23만 제곱미터에 달하는 대규모 공원 및 수변 시스템을 조성했습니다. 이는 전통과 자연, 현대 상업이 결합된 독특한 형태를 만들어냈습니다.
- 현대적인 핫플레이스: 이곳은 보존된 옛 건축물 안에 최신 트렌드의 고급 찻집, 세련된 레스토랑, 유명 베이커리, 예술 갤러리 등이 입점해 있습니다.
☕ 관광객의 시선 vs. 현지인의 인기
판룽톈디는 '깔끔함', '세련됨', '편안함' 그 자체였습니다. 넓게 조성된 공원, 잘 정돈된 수로변을 따라 분위기 좋은 테라스 카페에 앉아 차를 마시는 경험은 매우 만족스러웠습니다. 마치 우리나라 신도시의 잘 설계된 상업 지구를 걷는 듯한 느낌이었죠.
- 관광객으로서의 아쉬움: 하지만 저처럼 '중국 특유의 전통적인 활기'나 '역사의 때가 묻은 날것의 느낌'을 기대했던 외국인 관광객에게는 다소 매력이 덜하게 느껴졌습니다. 모든 것이 너무 '새롭고 깨끗하게' 복원되어, 여행의 이국적인 맛이 조금 희석된 듯한 느낌이었거든요.
- 현지인의 열광: 반면, 현지 중국인들에게는 최고의 핫플레이스였습니다. 깔끔한 시설, 아이들을 위한 놀이 공간, 반려견 친화적인 환경, 그리고 세련된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현대 상하이 시민들의 주말 나들이 장소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상하이의 젊은 부유층들이 가족들과 여가를 즐기는 곳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곳은 아마도 물려받은 유산을 현대적으로 향유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는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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