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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최초의 역사 수업! 런던 자연사 박물관 방문 후기: 영화 속 주인공이 된 듯한 특별한 경험

ohara 2025. 9. 30.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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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에서부터 마치 영화 <박물관이 살아있다!>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웅장함과 생생한 경이로움이 공존하는 런던자연사박물관에 갔던 경험을 떠올려 봅니다. 입장하는 순간, '밤이 되면 전시품들이 살아 움직이지 않을까?' 하는 엉뚱한 상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습니다. 


시간을 초월한 대성당, 건축 그 자체가 예술

 

런던 자연사 박물관은 런던 사우스 켄싱턴(South Kensington)의 엑시비션 로(Exhibition Road)에 위치하며, 옆으로는 과학 박물관과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곳의 첫인상은 '압도적'입니다. 박물관 건물은 19세기 후반에 알프레드 워터하우스(Alfred Waterhouse)가 설계한 로마네스크 양식의 웅장한 건축물로, '자연의 성당(Cathedral to Nature)'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마치 거대한 고딕 성당처럼 보입니다.

숨겨진 디테일: 건물의 외벽과 내부를 장식하는 테라코타(Terracotta) 타일에는 살아 있는 종과 멸종된 종을 상징하는 수많은 동식물 문양이 새겨져 있습니다. 박물관이 소장한 8천만 점이 넘는 방대한 표본처럼, 건물 구석구석에 자연의 역사가 새겨져 있는 셈이죠. 이처럼 아름답고 고풍스러운 배경은, 영화 속에서 래리(벤 스틸러)가 야간 경비를 서는 뉴욕 박물관의 분위기와 완벽하게 일치했습니다. 정말 마법이 시작될 것 같은 느낌!


희망의 상징, '호프(Hope)'를 만나다

 

박물관의 메인 홀인 힌츠 홀(Hintze Hall)에 들어서자마자, 천장에 매달린 거대한 존재에 시선이 꽂힙니다. 바로 박물관의 새로운 상징, 푸른고래 '호프(Hope)'의 실물 크기 골격입니다.

이 고래 골격은 길이 약 25m, 무게 4.5톤에 달하며, 그 압도적인 스케일은 인간이 얼마나 미약한 존재인지 깨닫게 합니다. 본래 이 자리에는 거대한 공룡 디플로도쿠스(Diplodocus) '디피(Dippy)'의 모형이 100년 넘게 전시되어 있었지만, 2017년에 자연 보호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의미로 '호프'로 교체되었습니다.

푸른고래는 지구상에 존재했던 동물 중 가장 큰 종이며, 한때 멸종 위기에 처했던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거대한 골격을 '희망(Hope)'이라 명명한 것은, 인간의 노력으로 멸종 위기종을 구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고개를 한껏 젖혀 하늘을 유영하는 듯한 '호프'를 올려다볼 때, 저는 마치 밤이 되면 이 고래가 천천히 움직여 바다로 돌아갈 것만 같은 생생한 환상을 경험했습니다. 영화 속 장면이 눈앞에 펼쳐지는 듯했죠!


공룡 갤러리: 쿵쿵거리는 발소리가 들리는 듯

 

자연사 박물관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곳은 단연 공룡 갤러리(Dinosaur Gallery)인 '블루 존(Blue Zone)'입니다. 입구부터 아이들의 탄성이 끊이지 않는 곳이죠.

갤러리는 미로처럼 복잡하게 구성되어 있으며, 거대한 트리케라톱스(Triceratops)의 두개골과 세계에서 가장 완벽하게 보존된 스테고사우루스(Stegosaurus) '소피(Sophie)' 골격 등 경이로운 화석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애니메트로닉스(Animatronics)로 제작된 실제 크기의 티라노사우루스 렉스(T.rex) 모형입니다. 갑자기 '크와앙!' 소리를 내며 고개를 움직일 때, 관람객 모두가 깜짝 놀라면서도 즐거워했습니다. 만약 밤에 이 박물관에 혼자 있다면, 영화처럼 이 거대한 티라노사우루스가 나를 쫓아올 것 같은 아찔한 상상에 온몸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공룡의 뼈와 화석, 그리고 움직이는 모형을 통해 수백만 년 전 지구가 생생하게 되살아나는 느낌이었습니다.


지구의 속삭임: 레드 존과 그린 존의 비밀

박물관은 주요 테마에 따라 블루, 레드, 그린, 오렌지 네 가지 색상 경로(Zone)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레드 존 (Red Zone) - 지구의 역사

 

레드 존은 지구의 내부와 역사를 탐험하는 공간입니다. 이곳에서는 화산과 지진을 주제로 한 흥미로운 전시를 볼 수 있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했던 코너는 바로 지진 체험 시뮬레이션이었습니다. 일본의 한 슈퍼마켓을 재현한 공간에서 갑자기 진동이 시작되는데, 흔치 않은 지진 경험을 안전하게 해볼 수 있어 매우 특별했습니다. 달에서 가져온 운석 조각이나 거대한 지구본 모형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린 존 (Green Zone) - 보석과 찰스 다윈

 

그린 존은 광물학, 식물학과 관련된 전시를 중심으로 합니다.

  • The Vault (더 볼트): 반짝이는 보석과 희귀 광물이 가득한 이 갤러리는 눈부신 아름다움의 향연이었습니다. 특히 **데번셔 에메랄드(Devonshire Emerald)**와 거대한 **라트로브 금괴(Latrobe Nugget)**는 자연이 만들어낸 예술 작품 같았죠.
  • 찰스 다윈(Charles Darwin): 박물관은 찰스 다윈의 유산을 깊이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의 대표작 <종의 기원(On the Origin of Species)> 초판본을 비롯해 다윈이 수집했던 다양한 표본들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작은 물건들이 인류의 과학적 사고에 얼마나 거대한 변화를 가져왔는지 생각하면 숙연해집니다.

박물관은 정말 살아있다!

런던 자연사 박물관은 유물만 전시하는 곳이 아니라, 경이로운 자연의 역사와 생명체의 다양성을 온몸으로 느끼게 하는 살아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입장료가 무료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방대한 지식과 놀라운 경험을 제공한다는 사실에 영국이라는 나라의 문화적 자부심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영화 속에서처럼 전시품들이 정말 밤마다 움직일지는 알 수 없지만, 이 박물관을 방문하는 모든 관람객의 가슴속에는 공룡의 포효고래의 유영, 그리고 지구의 속삭임이 생생하게 살아남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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