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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에서 만난 '미니 리버티': 오다이바 자유의 여신상, 크기만 작을 뿐 감동은 1/7이 아닙니다! (일본-프랑스 우정 스토리)

ohara 2025. 9. 30.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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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웬 자유의 여신상?" 도쿄의 미래 도시 오다이바 해변공원을 거닐다가 이 상징적인 조각상을 발견했을 때, 아마 다들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Statue of Liberty)과 똑 닮은 모습으로 레인보우 브릿지(Rainbow Bridge)를 배경 삼아 당당하게 서 있는 이 동상! 뉴욕의 오리지널에 비하면 확실히 '훨씬' 작지만, 그 존재감만큼은 뉴욕 못지않았습니다.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만난 이 자유의 여신상은 저에게 이번 일본 여행 중 가장 흥미로운 순간 중 하나였어요.

그럼, 도대체 이 여신상은 어떻게, 왜 이 먼 동쪽 나라의 인공섬에 자리 잡게 되었을까요?

1/7 사이즈의 깜짝 손님, 그 정체는?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은 그 거대한 크기로 전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합니다. 받침대를 제외한 여신상 본체의 높이만 약 46m에 달하죠. 하지만 오다이바에 있는 자유의 여신상은 받침대를 포함해도 약 20.8m, 여신상 본체는 약 11~12m 정도의 크기로, 뉴욕 원본의 약 1/7 크기에 불과합니다. 무게도 약 9톤 정도 나간다고 하니, 뉴욕 여신상(약 204톤)에 비하면 정말 '미니미' 사이즈라고 할 수 있어요.

하지만 크기가 전부는 아니죠! 오다이바의 여신상은 레인보우 브릿지의 아름다운 곡선과 도쿄 베이의 탁 트인 전망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 마치 뉴욕의 브루클린 브릿지와 맨해튼 스카이라인을 연상시키는 환상적인 포토 스팟을 만들어냅니다. 특히 해 질 녘 노을과 밤의 화려한 조명 아래에서는 그 어떤 곳보다 낭만적인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일본과 프랑스의 우정을 기념하며: 자유의 여신상이 오다이바에 오게 된 배경

이 작은 여신상 뒤에는 일본과 프랑스의 깊은 우정이 담겨 있습니다. 이야기는 1998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998년은 일본에서 '프랑스의 해(Year of France in Japan)'를 기념하는 해였고, 이를 축하하고 양국의 우호 관계를 상징하기 위해 프랑스 정부는 일본에 특별한 선물을 보냅니다. 바로 프랑스 파리 일레 오 시뉴(Île aux Cygnes) 섬에 있는 자유의 여신상(역시 뉴욕 여신상의 복제품)을 오다이바 해변공원에 기간 한정으로 전시하게 된 것입니다. 파리 여신상이 해외에 전시된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고 합니다.

이 임시 전시는 1998년 4월부터 1999년 1월까지 진행될 예정이었는데, 결과는 대성공이었습니다. 도쿄 시민들과 관광객들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만난 '자유의 상징'에 열광했고, 전시 기간 내내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고 합니다.

"돌아가지 마!" 성원에 힘입어 영구 설치된 '도쿄의 상징'

예정된 전시 기간이 끝나고, 파리에서 온 오리지널 복제품은 아쉽게도 프랑스로 돌아가야 했습니다. 하지만 여신상을 떠나보내고 싶지 않았던 일본인들의 열렬한 성원과 재설치 요청이 쇄도했습니다.

결국, 일본 측은 파리 시의 공식 승인을 받아 파리 여신상과 똑같은 크기와 모양의 새로운 복제품을 제작하기로 결정합니다. 이 복제품은 프랑스의 쿠베르탱 주조소(Coubertin Foundry)에서 제작되었으며, 2000년 12월 22일에 지금의 오다이바 해변공원 자리에 영구적으로 설치됩니다.

이로써 오다이바의 자유의 여신상은 미국의 상징을 모방한 것이 아니라, 일본과 프랑스 간의 굳건한 우정을 상징하며, 더 나아가 오다이바라는 미래 지향적인 지역의 독립적인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하게 되었습니다. 그녀가 든 횃불은 자유를 넘어, 국제적인 우호와 미래를 향한 희망의 빛을 밝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뉴욕 뺨치는 오다이바의 매력: 주변 볼거리

 

오다이바 자유의 여신상은 그 자체로도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주변 환경이 이국적인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킵니다.

  • 레인보우 브릿지: 여신상 뒤편에 자리 잡은 이 거대한 다리는 밤이 되면 무지갯빛 조명으로 빛나며 뉴욕의 브릿지처럼 도시의 스카이라인과 완벽하게 조화를 이룹니다. 사실 너무 뉴욕같은 느낌에 너무한거 아냐? 하는 생각이 들정도 였습니다. 
  • 후지TV 본사 건물: 독특한 디자인의 구형 전망대가 인상적인 후지TV 건물은 여신상과 함께 오다이바의 스카이라인을 완성합니다.
  • 오다이바 마린 파크 & 아쿠아 시티: 여신상이 위치한 오다이바 해변공원(오다이바 마린 파크)과 쇼핑몰인 아쿠아 시티 오다이바는 여신상을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최적의 장소입니다.
  • 유니콘 건담: 오다이바의 또 다른 명물! 다이버시티 도쿄 플라자 앞에 서 있는 거대한 유니콘 건담 동상은 자유의 여신상과 함께 오다이바의 '컬트적인' 매력을 보여줍니다. 고전적인 자유의 상징과 미래 지향적인 로봇의 만남이라니, 정말 도쿄다운 조합 아닌가요?

오다이바는 원래 에도 시대(1853년)에 외세의 공격을 막기 위한 포대(台場, 다이바)로 건설된 인공섬이었습니다. 오랜 기간 버려졌던 이곳이 1990년대 대규모 개발을 거쳐 지금의 미래 도시로 탈바꿈했고, 그 중심에 국제적인 우정의 상징인 자유의 여신상이 우뚝 서 있다는 사실은 마치 한 편의 드라마 같습니다.

도쿄 여행 중 예상치 못한 곳에서 만난 작은 자유의 여신상! 그저 복제품이라 치부하기엔 너무나 깊고 흥미로운 이야기가 숨어있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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