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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여행, 이젠 료칸! 야에이칸(八景苑)에서 만난 오모테나시와 다다미의 힐링

ohara 2025. 10. 1.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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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여행은 호텔에서만!"을 외치던 저에게 새로운 문을 열어준 곳, 바로 전통 일본식 숙박 시설인 료칸(旅館)입니다. 그중에서도 저는 하코네 유모토(箱根湯本) 지역에 위치한 야에이칸(Yui no Yado Yaeikan)에서 잊을 수 없는 하룻밤을 보냈습니다. 숙박을 넘어, 일본 문화와 '대접'의 미학을 온전히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호텔과 료칸, 무엇이 다른가요?

그동안 일본 여행에서는 늘 편리함과 익숙함을 찾아 서양식 호텔에만 머물렀습니다. 하지만 료칸은 완전히 다른 세계였습니다.

다다미와 유카타: 전통의 포근함

야에이칸의 객실 문을 열자마자 느껴지는 다다미(畳)의 은은한 향은 심신을 안정시키는 듯했습니다. 객실은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작은 현관(Entrace)과 그 안쪽의 다다미 공간으로 나뉘어 있으며, 낮은 탁자와 방석이 놓여 있었습니다.

도착 직후, 직원분이 건네주신 유카타(浴衣)로 갈아입는 순간, 마치 시간 여행을 온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유카타는 료칸의 상징과도 같은 의복으로, 온천은 물론 식사 시간, 그리고 료칸 내에서의 모든 활동에 착용할 수 있습니다. 푹신한 이불인 후톤(布団)은 저녁 식사 시간에 깔끔하게 준비되어 있어, 밤에는 편안하고 깊은 잠을 잘 수 있었습니다. 이 모든 과정이 바로 오모테나시(おもてなし), 즉 '진심을 담은 환대와 대접'이라는 일본의 고유한 문화를 담고 있습니다.

온천(Onsen): 여행의 피로를 녹이다

료칸의 또 다른 핵심은 바로 온천입니다. 야에이칸은 하코네 유모토 온천 지역에 위치해 있어, 천연 온천수를 즐길 수 있습니다. 대욕탕은 성별로 나뉘어 있으며, 가족탕과 야외 노천탕(露天風呂)도 마련되어 있어 시원한 공기 속에서 따뜻한 온천수에 몸을 담그는 최고의 힐링을 경험했습니다. 온천 후에는 피부가 매끄러워지는 것을 바로 느낄 수 있었고, 하루의 여행 피로가 눈 녹듯 사라졌습니다. (야에이칸은 일부 객실에 프라이빗 온천을 갖추고 있어, 일행끼리만 오붓하게 온천을 즐길 수도 있습니다.)

하이라이트: 가이세키 정식(懐石料理)의 감동

료칸 숙박의 가장 큰 매력은 저녁 식사로 제공되는 가이세키 정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전에 호텔에서 먹던 평범한 식사와는 차원이 달랐습니다.

🌸 눈과 입이 즐거운 예술 작품

 

 

가이세키는 일본의 전통적인 코스 요리로, 본래 차를 마시기 전 허기를 달래기 위한 간소한 식사에서 유래했으나, 지금은 최고급 식재료와 섬세한 조리 기술, 그리고 계절의 아름다움을 담아내는 예술로 발전했습니다.

야에이칸에서 마주한 가이세키는 정말 화려했습니다. 작은 접시에 담긴 에피타이저(선채), 계절 생선회(무코즈케), 구이(야키모노), 찜 요리(무시모노), 튀김(아게모노) 등 10가지가 넘는 다채로운 요리가 순서대로 정갈하게 제공되었습니다.

특히, 제철 식재료를 사용한다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계절의 미각을 최대로 살린 신선한 회와, 깊은 맛의 조림 요리는 한 접시 한 접시가 모두 감동이었습니다. 플레이팅 역시 하나의 예술 작품 같았는데, 작은 꽃이나 잎사귀 하나까지도 계절감을 표현하며 정성껏 담아낸 셰프의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식사는 보통 객실 내 식사(헤야쇼쿠) 또는 전용 식사 공간에서 제공되는데, 저희는 전용 공간에서 서비스를 받았습니다. 한 코스씩 설명과 함께 세심하게 서빙해 주는 그 과정 자체가 대접받는 느낌을 주었고, 여행의 격을 높여주었습니다.

하코네 유모토, 지역의 매력 속으로

 

야에이칸이 위치한 하코네 유모토(箱根湯本)는 하코네 지역 여행의 관문이자, 가나가와현에서 가장 오래된 온천 마을 중 하나입니다.

  • 지역 정보: 하코네는 후지하코네이즈 국립공원 내에 있으며, 도쿄와 가까워 주말 여행지로 인기가 높습니다. 유모토는 하코네 등산 철도의 시발점이기도 하여, 이곳에 숙소를 잡으면 오와쿠다니, 아시노코 호수 등 하코네의 주요 관광지(하코네 골든 루트)로 이동하기가 매우 편리합니다.
  • 온천의 역사: 유모토 온천의 역사는 헤이안 시대(794-1185)로 거슬러 올라가며, 과거부터 여행자와 순례자들의 피로를 풀어주는 중요한 휴식처 역할을 해왔습니다. 야에이칸과 같은 전통 료칸들은 이러한 오랜 온천 문화를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습니다.

하코네의 맑은 계곡물 소리와 산세 속에 자리 잡은 야에이칸은 고즈넉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를 자랑합니다. 아침에는 가볍게 유모토 마을을 산책하며 아기자기한 상점가를 구경하고, 다시 료칸으로 돌아와 정갈한 일본식 조식을 즐기는 것으로 완벽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처음 경험한 료칸 숙박은 '잠만 자는 곳'이 아니라, 일본의 전통 문화, 미식, 그리고 정성 어린 서비스를 통째로 경험하는 문화 체험이었습니다. 체크아웃을 하는 순간까지도 친절한 배웅은 마음속에 따뜻한 여운으로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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