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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반대편 페루에서 발견한 '나'와 '너'의 DNA: K-POP과 베틀, 시공간을 초월한 평행이론!

ohara 2025. 10. 5.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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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저는 지구 반대편 남미 대륙의 심장, 페루 쿠스코(Cusco)로 떠나는 꿈같은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잉카 문명의 발자취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이 고대 도시는 '관광지'라는 단어로 설명할 수 없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깊은 감동을 선사했습니다. 

과거와 현재를 잇는 실타래: 페루 전통 직조 방식과 한국의 베틀

 

쿠스코를 여행하며 가장 인상 깊었던 경험 중 하나는 바로 페루인들의 전통적인 옷감 짜는 방법을 직접 본 것이었습니다. 현지 가이드와 함께 방문한 작은 마을에서, 알록달록한 실타래와 함께 정교한 손놀림으로 직물을 짜는 여성들을 만났습니다. 그들의 모습은 마치 수백 년 전 잉카 시대부터 이어져 온 시간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 자리에서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들이 사용하는 도구와 직조 방식이 우리나라의 전통 베틀과 너무나도 흡사했기 때문입니다. 나무 프레임에 실을 걸고, 씨실과 날실을 교차시키며 무늬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제가 어릴 적 박물관에서 보았던 베틀 짜는 모습과 거의 동일했습니다.

"지구 반대편, 수만 킬로미터 떨어진 두 나라가 어떻게 이렇게 유사한 기술을 공유할 수 있었을까?"

이 질문은 제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대륙 간 교류가 거의 불가능했을 고대 시대에, 언어도 문화도 다른 두 민족이 같은 방식의 지혜를 발전시켰다는 사실은 저에게 깊은 경이로움을 안겨주었습니다. 이는 인류가 가진 기본적인 사고방식과 문제 해결 능력이 얼마나 보편적인지를 보여주는 증거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어쩌면 수천 년 전 조상들의 영혼이 시공간을 넘어 서로에게 영감을 주었던 것은 아닐까요?

잉카의 후예들이 사는 법: 전통 가옥과 색다른 식문화 '쿠이'

 

 

쿠스코 근교의 전통 마을을 방문했을 때, 저는 페루인들의 실제 주거 형태를 엿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흙벽돌로 지어진 아담한 집들과 소박하지만 따뜻한 분위기가 인상적이었는데, 특히 흥미로웠던 것은 부엌 풍경이었습니다.



 

놀랍게도, 그들의 부엌 바닥에는 식용 기니피그('쿠이' cuy)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반려동물로 인기가 많은 기니피그가 이곳 페루에서는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이자 전통 음식이라는 사실이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처음에는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곧 이것이 수백 년간 안데스 산맥 고지대에서 살아온 페루인들의 지혜이자 생활 방식임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관광객의 시선에서는 이색적인 풍경이었지만, 현지인들에게는 지극히 평범하고 일상적인 삶의 모습이었던 것이죠.

기니피그(cuy)는 페루와 볼리비아, 에콰도르 등 안데스 산맥 지역에서 약 5,000년 전부터 사육되어 온 가축으로, 특별한 날이나 축제 때 즐겨 먹는 고급 음식으로 여겨집니다. 단백질과 미네랄이 풍부하며, 특히 로스트 쿠이(cuy chactado)는 페루를 대표하는 전통 요리 중 하나입니다.

K-POP의 위력: 슈퍼주니어와 함께한 뜻밖의 팬미팅!

쿠스코 여행 중 제가 가장 예측하지 못했고, 동시에 가장 유쾌했던 순간은 바로 케이팝(K-POP)의 엄청난 인기를 피부로 실감한 경험이었습니다. 마추픽추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오얀타이탐보(Ollantaytambo) 같은 작은 관광지에서, 수학여행을 온 듯한 페루의 중고등학생 무리를 만났습니다.

서로 다른 언어로 어색하게 미소를 주고받던 그때, 한 여학생이 저를 보더니 갑자기 눈을 반짝이며 "코리안!"하고 외쳤습니다. 그리고는 슈퍼주니어 팬이라며 친구들을 불러 모아 마치 제가 슈퍼주니어 멤버라도 되는 양 기념 촬영을 요청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저는 당황스러우면서도 웃음을 참을 수 없었습니다.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지구 반대편의 낯선 나라에서 아이돌 대접을 받다니!

그 순간, 저는 K-POP과 한국 대중문화의 영향력이 상상 이상으로 전 세계에 깊숙이 스며들어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언어와 국경을 넘어, 음악과 문화가 사람들을 어떻게 하나로 연결할 수 있는지 보여준 감동적인 순간이었습니다. 그들의 순수한 열정과 환대에 저 또한 행복한 미소를 지을 수 있었습니다.

고산병과의 사투: 아름다운 쿠스코의 그림자

쿠스코는 해발 약 3,400m에 위치한 고산 도시입니다. 저는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고산병 증상을 겪어야 했습니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숨이 가빠지고, 머리가 지끈거리는 통증이 시작되었습니다. 일정을 소화하는 내내 고산병 약을 챙겨 먹고, 코카차(coca tea)를 마시며 버텨야 했습니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평소보다 두 배는 더 힘든 느낌이었죠.

고산병은 쿠스코의 아름다운 풍경을 온전히 즐기기 어렵게 만드는 유일한 걸림돌이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잉카인들이 이 험준한 고산지대에서 어떻게 위대한 문명을 건설할 수 있었을까 하는 경외심을 느끼게 하기도 했습니다. 그들의 강인함과 지혜에 다시 한번 감탄하게 되는 순간들이었습니다.

잉카의 건축 미학: 완벽 그 자체, 12각 돌

 

고산병의 어려움 속에서도 쿠스코의 역사적인 건축물들은 저를 끊임없이 매료시켰습니다. 그중에서도 '12각 돌(Twelve-Angled Stone)'은 잉카 건축 기술의 정수를 보여주는 압권이었습니다. 산 블라스(San Blas) 지구의 하투마요크(Hatunrumiyoc) 거리에 위치한 이 돌은, 이름 그대로 12개의 완벽한 각을 가지고 있으며, 주변의 다른 돌들과 마치 퍼즐처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맞물려 있습니다.

접착제 하나 없이 오직 돌 자체의 무게와 정교한 연마 기술만으로 쌓아 올린 이 벽은, 현대의 건축 기술로도 재현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저는 그 돌 앞에서 한참을 서서, 고대 잉카인들이 어떻게 이처럼 완벽한 계산과 기술력을 가질 수 있었는지 경탄했습니다. 이는 잉카 문명의 위대함을 상징하는 또 하나의 증거이자, 자연과 완벽하게 조화되려 했던 그들의 철학을 엿볼 수 있는 소중한 유산이었습니다.

잉카 건축물은 '아시라(ashlar)'라는 정교한 석재 가공 방식으로 유명합니다. 지진이 잦은 안데스 지역에서 유연하게 흔들리면서도 무너지지 않는 내진 설계를 구현한 것으로 평가받습니다. 12각 돌 외에도 마추픽추 등 많은 잉카 유적에서 그들의 뛰어난 건축 기술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페루 쿠스코는 저에게 깊은 사색과 놀라움, 그리고 따뜻한 유대감을 안겨준 곳입니다. 지구 반대편에서 발견한 우리 민족과의 연결고리, 전통 속에서 살아 숨 쉬는 이색적인 문화, 그리고 전 세계를 뒤흔드는 K-POP의 파워까지. 고산병의 어려움조차 잊게 할 만큼 강렬했던 이 모든 경험들은 제 삶에 잊을 수 없는 페이지를 장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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