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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와쿠다니 검은 달걀 먹고 7년 장수! 유황 연기와 후지산이 만나는 지옥의 계곡

ohara 2025. 10. 1.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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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년의 역사가 숨 쉬는 '대분화 계곡'

오와쿠다니는 이름 그대로 '크게 솟아나는 계곡'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역사는 약 3,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이는 하코네 산(Mount Hakone)의 마지막 대규모 분화 활동의 결과로 형성된 분화구 지대입니다. 이곳은 예전에는 '지고쿠다니(地獄谷, Jigokudani, 지옥의 계곡)'라고 불렸습니다. 주변에 끊임없이 피어오르는 유황 연기와 황량한 지형이 마치 지옥을 연상시킨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죠. 이처럼 강렬한 이름은 1873년 메이지 천황 부부의 방문을 계기로 순화되어 지금의 '오와쿠다니'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오와쿠다니는 단순히 경치 좋은 관광지를 넘어, 하코네 지역 온천의 근원이 되는 중요한 지열 지대입니다. 이곳의 뜨거운 온천수와 증기가 하코네 전역의 수많은 온천에 공급되면서 하코네를 일본의 대표적인 온천 휴양지로 만든 것이죠. 우리는 로프웨이(Hakone Ropeway)를 타고 이 활발한 화산 지대의 중심을 가로지르게 되는데, 바로 이 로프웨이 경험 자체가 오와쿠다니 여행의 백미입니다.

로프웨이에서 만난 생생한 자연의 경고

오와쿠다니 인포메이션 센터(Owakudani Information Center)에 도착하기 위해 로프웨이를 타는 순간부터 이미 심장이 두근거렸습니다. 창밖으로 내려다보이는 풍경은 정말 장관이었습니다.

푸른 숲과 대비되어 유독 황량하고 황색빛을 띠는 오와쿠다니 지열 지대는 마치 다른 행성에 온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땅 여기저기에서 쉴 새 없이 솟아오르는 유황 가스와 수증기는 지구 내부의 에너지가 얼마나 강렬한지 피부로 느끼게 해줍니다. 이 때문에 로프웨이 내부에는 유황 가스의 위험성을 알리는 안내문과 함께, 천식이나 심장 질환이 있는 사람, 임산부 등은 방문에 주의해야 한다는 경고 문구가 붙어 있습니다. 실제로 로프웨이 역에 내리자마자 톡 쏘는 듯한 유황(Sulfur, 황) 냄새가 코를 찔렀는데, 이게 바로 오와쿠다니의 살아있는 숨결이겠죠.

그리고 운이 좋다면! 로프웨이를 타고 오르내리면서 저 멀리 일본의 상징인 후지산(Mount Fuji)의 웅장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맑은 날에만 허락되는 이 귀한 풍경은, 마치 불타는 지옥 같은 오와쿠다니의 풍경과 대비되어 더욱 신비롭고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저 역시 푸른 하늘 아래 우뚝 솟은 후지산의 설경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어서 정말 감격스러웠답니다.

검은 달걀 '쿠로타마고': 7년 장수의 비밀

 

오와쿠다니의 명물 중 명물은 바로 '쿠로타마고(黒たまご, Kuro-tamago)'라고 불리는 검은 달걀입니다. 유황 온천수에 삶아 껍데기가 새까맣게 변한 이 달걀은 오와쿠다니를 방문했다면 절대 놓칠 수 없는 특별한 간식입니다.

🖤 검은 달걀의 과학 & 전설

이 달걀의 껍데기가 검은색인 이유는 매우 과학적입니다.

  1. 조리 과정: 달걀은 오와쿠다니의 80°C 유황천에서 약 1시간 동안 삶고, 이후 100°C 증기로 약 15분간 찐다고합니다.
  2. 화학 반응: 온천수에 포함된 철분(Iron) 성분이 유황 성분과 만나 화학적으로 반응하면서 황화철(Iron Sulfide)이 생성됩니다. 이 황화철이 달걀 껍데기를 검게 물들이는 것이죠.

껍데기만 검을 뿐, 속은 일반적인 완숙 달걀과 같습니다. 하지만 이 검은 달걀에는 재미있는 전설이 깃들어 있습니다. 바로 "검은 달걀 하나를 먹으면 수명이 7년 연장된다"는 속설입니다. 이 달걀을 먹은 사람들은 일반 달걀보다. '감칠맛(Umami)'이 더 느껴진다는 평가를 하기도 하는데, 유황천에서 조리되는 과정이 맛에 미묘한 영향을 주는 것 같습니다.

이 '장수 전설'의 기원에는 역사적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천 년 이상 전, 유명한 승려였던 코보 대사(Kobo Daishi)가 이곳의 황량한 풍경에 슬퍼하는 주민들을 위해 건강과 장수를 기원하며 기도를 올렸고, 그때부터 이곳에서 삶은 달걀을 먹는 풍습이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현재 인포메이션 센터 근처에는 엔메이 지장보살(Enmei-Jizo) 상이 모셔져 있는데, 이는 대사가 주민들의 안녕을 위해 조각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오와쿠다니의 역사적 깊이를 더해줍니다.

'화산 폭발'을 담은 아이스크림과 기념품

 

 

 

검은 달걀을 맛봤다면, 오와쿠다니 인포메이션 센터(오와쿠다니 쿠로타마고칸) 내에 있는 상점가도 놓칠 수 없습니다. 이곳에서는 오와쿠다니 테마의 다양한 먹거리와 기념품을 판매합니다.

저의 다음 선택은 바로 '검은색' 아이스크림이었습니다! 쿠로타마고를 닮은 검은색의 아이스크림은 주로 검은 깨(Black Sesame) 맛이나 검은 바닐라 맛으로 판매됩니다. 샛노란 유황 지대를 배경으로 새까만 아이스크림을 들고 찍는 사진은 오와쿠다니에서만 가능한 특별한 인증샷이죠. 맛은 고소하고 달콤하여 유황 냄새로 예민해진 코와 입을 달래주기에 충분했습니다.

또한, 검은 달걀 모양의 만주, 쿠키, 키링 등 다양한 기념품이 가득하여, 지옥의 계곡이라 불렸던 이곳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장수를 기원하는 선물을 고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 안전 제일! 방문 전 확인 사항

 

 

오와쿠다니는 살아있는 화산 지대인 만큼, 방문 전 안전 정보를 꼭 확인해야 합니다.

  • 화산 가스 농도: 화산 활동 증가나 가스 농도가 높아질 경우, 로프웨이 운행이 중단되거나 특정 구역의 출입이 제한될 수 있다고 합니다. (2015년 화산 활동 증가로 장기간 폐쇄된 적이 있습니다.)
  • 건강 주의: 유황 가스는 독성이 있으므로, 천식, 기관지염, 심장 질환 환자, 임산부 등은 방문을 삼가는 것이 권장됩니다.
  • 현재 상황 확인: 방문 당일 하코네 로프웨이 공식 홈페이지 등을 통해 운행 및 출입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자연의 웅장함과 인간의 지혜, 그리고 장수의 재미있는 전설이 한데 어우러진 하코네 오와쿠다니. 역동적인 지열 활동을 눈앞에서 보고, 장수 계란을 맛보며, 맑은 날 후지산까지 조망할 수 있는 이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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