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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도 헷갈리는 투수의 반칙! '보크'

ohara 2025. 11. 27. 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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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수의 발끝에서 시작되는 '공짜 진루' 

"보크! 보크입니다!"

야구 중계를 보다가 이 심판의 외침을 들으면, 순간 경기장 전체가 술렁거립니다. 투수는 황당한 표정을 짓고, 타자는 어리둥절하고, 주자들은 득달같이 다음 루로 뛰어갑니다. 투수는 공을 던지지도 않았고, 심지어 타자에게는 아무런 이득도 없는데, 왜 주자들은 베이스를 '공짜'로 얻는 걸까요?

바로 야구의 가장 복잡하고, 논란이 많으며, 때로는 기이하게 느껴지는 규칙인 '보크(Balk)' 때문입니다. 

 

야구보크상황


'보크(Balk)'란 무엇인가? - 투수의 '기만 행위'를 금지한다!

보크는 투수가 주자를 속이거나, 불공정하게 유리한 위치를 점하려는 기만 행위(Deceptive Act)를 했을 때 선언되는 반칙입니다. 영어 'Balk'는 '움찔하다', '망설이다'라는 뜻으로, 투수가 투구 또는 견제 동작을 하다가 어설프게 멈칫하거나 동작을 일관성 없게 가져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투수가 주자를 속여 주자의 판단을 방해하거나, 특정 동작을 취하다가 불시에 멈춰 주자를 묶어두려는 시도.

메이저리그(MLB) 규정집에는 무려 13가지가 넘는 보크 규정이 명시되어 있습니다. 그만큼 투수의 동작 하나하나에 세밀한 규제가 따른다는 뜻이죠.


보크는 왜 생겼을까? 

19세기 말 야구 초창기에는 보크 규칙이 없었습니다. 투수는 주자를 견제할 때 제약 없이 자유롭게 동작을 할 수 있었죠. 하지만 이는 곧 문제로 이어졌습니다.

  • 주자들의 불리함: 투수들은 공을 던지는 시늉을 하다 말고 갑자기 1루에 공을 던져 주자를 묶어두거나, 주자를 불안하게 만들어 리드를 길게 가져가지 못하게 했습니다. 주자들은 투수의 동작 하나하나에 눈치를 보느라 제대로 된 플레이를 할 수 없었죠.
  • 경기 지연: 투수들이 주자를 괴롭히는 다양한 '꼼수'를 부리면서 경기가 불필요하게 늘어졌습니다.

결국, 야구 규칙 제정 위원회는 "투수의 부당한 기만 행위로부터 주자를 보호하고, 경기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보크 규칙을 도입했습니다. 즉, 보크는 기본적으로 주자 보호를 위한 규칙입니다.


가장 흔하고 중요한 '보크' 유형들

수많은 보크 규정 중, 야구 팬들이 가장 자주 접하게 되는 대표적인 보크들을 알아볼까요?

  1. 투구판(Pitcher's Plate)에서 발을 빼지 않고 견제 흉내:
    • 투수판에 발을 댄 채로 투구 동작을 취하다가 갑자기 1루에 견제하는 시늉만 하고 공을 던지지 않을 때. (다만 2루나 3루는 시늉만 해도 보크가 아닙니다!)
    • 핵심: 1루 견제 시에는 반드시 동작의 연속성이 있어야 합니다.
  2. 투구판에 발을 댄 채 공을 떨어뜨렸을 때:
    • 투수가 투구판에 발을 댄 상태에서 야구공을 떨어뜨리면, 이는 고의든 실수든 주자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하여 보크가 됩니다.
  3. 투수판에 발을 댄 채 글러브 안의 공을 만지작거릴 때:
    • 투구 동작을 시작하기 전에 글러브 속 공을 이리저리 만지면, '투구 의사를 변경'했다고 판단하여 보크가 선언될 수 있습니다.
  4. 세트 포지션에서 동작을 멈추지 않을 때 (KBO):
    • 투수가 세트 포지션(Set Position)을 취한 후 잠시 정지하지 않고 곧바로 투구 동작으로 이어갈 때. (MLB는 정지 의무가 완화되었습니다.)
    • 핵심: '정지 동작'을 통해 주자에게 투구 또는 견제의 의사를 명확히 보여줘야 합니다.
  5. 주자가 없는 루로 견제하는 척할 때:
    • 2루나 3루에 주자가 없는데도 그쪽으로 견제하는 시늉을 하면 보크입니다.

보크 때문에 벌어진 황당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들

보크는 심판의 주관적인 판단이 많이 개입될 수 있어, 때로는 희극적인 상황을 연출하기도 합니다.

  • '동시에 보크!' 한 이닝 두 번의 보크: 2018년 KBO 리그에서 실제로 한화 이글스의 키버스 샘슨 투수가 한 이닝에 두 번의 보크를 저지르는 진기록(?)을 세웠습니다. 주자들이 2베이스를 공짜로 진루하는 모습에 팬들은 허탈한 웃음을 지어야 했죠.
  • 초보 투수의 눈물: '만루 보크'의 악몽: 만루 상황에서 투수가 보크를 하면, 모든 주자가 한 베이스씩 진루하여 공짜로 1점이 추가됩니다. 심지어 투수의 실책으로 기록되죠. 어린 투수들에게는 트라우마가 될 만한 경험입니다.
  • 보크 심판 판정의 논란: 때로는 심판마다 보크를 판단하는 기준이 미묘하게 달라 선수들이 항의하거나 팬들이 납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너무 엄격하다', '봐줬다' 등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합니다.

올해 경기에서도 보크가 여러차레 발생했습니다. 

 

    • 2025-05-21 — 롯데 vs 삼성 (경산)
      • 보크 정우준(8회)
    • 2025-05-25 — KT vs 키움 (고척)
      • 키움 투수 박윤성이 6회초에 보크로 실점
    • 2025-09-05 — 롯데 벨라스케즈 등판 경기
      •  한 이닝에 2보크
    • 2025년 개막전(3월 22일) — KT vs 한화
      • 한화 투수 코디 폰세  2회에 보크

 


투수의 견제와 심리전, 그리고 보크

보크는 투수의 반칙을 넘어서, 투수와 주자 간의 치열한 심리전을 보여주는 규칙입니다. 투수는 주자를 묶어두기 위해 견제를 하고, 주자는 투수의 빈틈을 노려 한 발 더 나아가려 합니다. 이 과정에서 투수가 살짝이라도 규칙을 어기면 보크가 선언되고, 주자는 그 대가로 '무료 진루'라는 달콤한 보상을 받습니다.

알면 알수록 흥미로운 보크. 다음번 야구 중계를 볼 때 투수의 발끝과 주자의 움직임을 주의 깊게 살펴보세요. 보크 하나가 경기 흐름을 완전히 바꿔 놓는 짜릿한 순간을 목격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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