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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수가 공을 놓치면 기회가 생긴다! '스트라이크 아웃 낫아웃'

ohara 2025. 11. 26. 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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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안 들어가?"

야구 중계를 보다가 가장 황당한 순간 중 하나. 투수가 멋지게 헛스윙 삼진을 유도했습니다. 관중들은 환호하고 덕아웃으로 들어가려는데, 갑자기 포수가 1루로 공을 던지고 타자는 죽어라 1루로 뜁니다. 심판은 세이프를 선언하죠.

"방금 삼진 아니었어? 왜 1루로 나가?"

야구 입문자들을 가장 멘붕에 빠뜨리는 규칙, 바로 한국 야구 용어로 낫아웃(Not Out)입니다. 

 

낫아웃 상황


'낫아웃'은 콩글리시? 정확한 명칭은?

우리가 흔히 '낫아웃'이라고 부르지만, 사실 이는 정확한 야구 용어가 아닙니다. 메이저리그(MLB) 규정집에 나오는 정식 명칭은 Uncaught Third Strike (포구되지 않은 제3 스트라이크)입니다.

한국과 일본에서 스트라이크 아웃 낫 아웃(Strikeout, Not Out)이라는 심판의 판정 콜을 줄여서 부르다 보니 '낫아웃'으로 굳어진 것이죠.

투수가 3번째 스트라이크를 던졌지만, 포수가 그 공을 '완전하게 포구하지 못한(Uncaught)' 상태.

이때 타자는 '삼진' 기록을 얻지만, '아웃'은 되지 않은 상태가 됩니다. 그래서 타자 주자가 되어 1루로 뛸 권리가 생기는 것이죠.


도대체 왜 이런 규칙이 있을까? 

많은 분이 "투수가 잘 던졌으면 아웃이지, 왜 포수의 실수 때문에 타자를 살려주냐"고 묻습니다. 여기엔 19세기 야구의 기원이 숨어 있습니다.

초창기 야구 규칙은 크리켓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당시에는 "모든 아웃은 수비수가 공을 잡거나, 주자를 태그해야 성립한다"는 대원칙이 있었습니다.

  • 뜬공을 수비수가 잡으면 아웃이죠?
  • 마찬가지로 "투수가 던진 공(제3 스트라이크)도 포수라는 수비수가 잡아야 아웃"으로 본 것입니다.

즉, 포수가 공을 놓친 것은 외야수가 뜬공을 놓친 것과 같은 '실책(Error)'으로 간주되어 타자에게 뛸 기회를 주는 것입니다. 이것이 100년 넘게 이어져 온 야구의 보수적인 매력입니다.


낫아웃이 성립하는 '까다로운' 조건

무조건 뛴다고 사는 게 아닙니다. 수비팀의 억울함을 방지하기 위한 조건이 있습니다.

A. 주자가 1루에 없을 때 (무사 혹은 1사)

  • 이때만 낫아웃이 성립합니다.
  • 이유: 만약 1루에 주자가 있는데 낫아웃을 인정하면, 포수가 일부러 공을 떨어뜨려 1루 주자와 타자 주자를 모두 잡는 고의 병살을 시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필드 플라이와 같은 공격자 보호 논리)

B. 2아웃일 때 (주자 유무 상관없음)

  • 2아웃 상황에서는 1루에 주자가 꽉 차 있어도 낫아웃이 성립합니다.
  • 이유: 어차피 다음 아웃 하나면 이닝이 끝나므로 병살타의 위험이 없기 때문입니다. 포수는 무조건 공을 잡아 1루나 홈(만루 시)에 던지거나 타자를 태그해야 합니다.

낫아웃이 만든 기적: "한 이닝 4K?"

야구는 한 이닝에 아웃 카운트가 3개입니다. 그래서 투수가 잡을 수 있는 최대 삼진도 3개여야 하죠. 하지만 이 '낫아웃' 규칙 때문에 마법 같은 기록이 탄생합니다.

  1. 타자 A: 헛스윙 삼진 (1아웃)
  2. 타자 B: 헛스윙 삼진 (2아웃)
  3. 타자 C: 헛스윙 삼진! ...인데 포수가 공을 뒤로 빠트림(낫아웃 출루).
    • 기록상 투수에게 삼진은 올라가지만, 아웃 카운트는 늘어나지 않고 주자가 1루에 나갑니다.
  4. 타자 D: 헛스윙 삼진 (3아웃 종료)

이렇게 되면 투수는 한 이닝에 아웃 카운트 3개를 잡는 동안 탈삼진 4개를 기록하게 됩니다. 실제로 KBO 리그에서도 레일리(롯데), 뷰캐넌(삼성) 등의 선수들이 '한 이닝 4탈삼진'이라는 진기록을 세운 적이 있습니다. 이론상으로는 한 이닝 100탈삼진도 가능합니다(포수가 계속 공을 놓친다면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낫아웃 상황에서 타자가 1루로 뛰지 않고 덕아웃으로 향하다가, 홈플레이트 주변 흙(더트 서클)을 벗어나면 심판은 자동으로 아웃을 선언합니다. 이것을 '데저트(Desert) 아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포기가 빠른 타자가 아니라면, 투수의 공이 뒤로 빠지는 순간 전력 질주를 합니다. 그 1초의 방심과 1초의 질주가 승부를 뒤집기도 하죠.

"스트라이크 3개면 아웃"이라는 상식을 깨는 룰, 낫아웃. 이 규칙이야말로 야구가 단순히 공을 던지고 치는 게임이 아니라, 마지막 순간까지 집중력을 요구하는 멘탈 스포츠임을 보여주는 증거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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