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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초월한 건축의 숲: 사그라다 파밀리아, 그 경이로운 빛의 교향곡에 물들다

ohara 2025. 10. 10.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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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중 가장 깊은 감동과 전율을 선사했던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보석, 사그라다 파밀리아 (La Sagrada Familia) 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볼까 합니다. "성당"이라는 단어로는 담아낼 수 없는, 그야말로 "살아있는 예술 작품"이자 "영혼을 깨우는 건축물"이었습니다.

 

비현실적인 외관, 그 자체로 한 편의 서사시

 

 

바르셀로나의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마주했을 때의 충격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 어떤 건축물에서도 느껴보지 못했던 비현실적인 웅장함정교함, 그리고 마치 살아 숨 쉬는 듯한 유기적인 형태에 압도당했습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크게 세 개의 파사드(Façade)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 탄생 파사드 (Nativity Façade): 가우디 생전에 완성된 유일한 부분으로, 예수님의 탄생과 유년 시절을 묘사합니다. 섬세하고 사실적인 조각들이 마치 동화 속 한 장면처럼 생동감 넘치게 펼쳐집니다. 이 파사드를 올려다보는 순간, 저는 경이로움에 휩싸여 한참을 말없이 올려다보았습니다. 조각 하나하나에 담긴 가우디의 숨결과 이야기가 느껴지는 듯했습니다. 식물과 동물, 그리고 인물들이 어우러져 마치 자연의 일부처럼 느껴지는 그 디테일은 정말 압권이었습니다.
  • 수난 파사드 (Passion Façade): 예수님의 고통과 죽음을 표현한 파사드로, 탄생 파사드와는 확연히 다른 강렬하고 절제된 조각들이 특징입니다. 조셉 마리아 수비라치스(Josep Maria Subirachs)의 현대적인 조각들은 가우디의 원래 스케치를 바탕으로 했지만, 그만의 독특한 스타일로 예수님의 수난을 더욱 극적으로 표현해냅니다. 이 파사드 앞에서는 왠지 모르게 숙연해지고, 예술이 주는 고통의 미학을 경험하게 됩니다.
  • 영광 파사드 (Glory Façade): 가장 최근에 지어지고 있는 파사드로, 그리스도의 영광과 승천을 상징하며,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메인 입구가 될 예정입니다. 미래에는 이 파사드를 통해 성당 안으로 들어설 수 있다고 생각하니, 다시 바르셀로나를 방문할 이유가 하나 더 늘어난 기분입니다.

이 세 파사드 모두가 각기 다른 예술적 스타일과 서사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하나의 거대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사실이 가우디의 천재성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합니다. 특히 가우디가 수백 년 후의 완성을 염두에 두고 건축가들이 자유롭게 해석할 여지를 남겨두었다는 점은, 그가 보통의 건축가가 아닌 시간을 초월한 예술가였음을 보여줍니다.


내부로 들어서다: 숲 속을 걷는 듯한 경이로운 경험, "돌로 만든 숲"

외관의 압도적인 모습에 이미 감탄했지만,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진정한 감동은 내부에 있었습니다. 성당 문을 열고 한 발짝 들어서는 순간, 저는 숨을 멈출 수밖에 없었습니다. 제 눈앞에 펼쳐진 것은 성당이 아니라 마치 환상적인 숲 속이었습니다.

 

  • 기존 성당과의 차별점: "숲"이라는 혁신적 아이디어 기존의 유럽 성당들은 대부분 육중한 기둥과 어두운 분위기로 엄숙하고 경건함을 강조합니다. 하지만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달랐습니다. 높이 솟은 기둥들은 마치 거대한 나무 줄기처럼 위로 뻗어 나가며, 천장에서는 나뭇가지처럼 여러 갈래로 갈라져 잎이 무성한 캐노피를 형성합니다. 그 모습은 마치 숲 속을 걷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고, 저는 그 웅장함 속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동시에, 자연의 경이로움과 건축의 아름다움에 깊이 감동했습니다.

 

  • 빛의 교향곡: 스테인드글라스가 선사하는 황홀경 이 숲을 더욱 특별하게 만든 것은 바로 '빛'이었습니다. 성당의 거대한 창문들을 가득 채운 스테인드글라스는 단순히 색색의 유리 조각이 아니었습니다.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빛의 색깔은 마치 살아있는 예술처럼 제 눈앞에서 펼쳐졌습니다.탄생 파사드 쪽에서는 따뜻한 주황색, 노란색, 빨간색 계열의 빛이 쏟아져 들어와 마치 해가 뜨는 듯한 따뜻하고 생명력 넘치는 분위기를 연출했습니다. 반면 수난 파사드 쪽에서는 차분하고 신비로운 파란색, 초록색, 보라색 계열의 빛이 들어와 경건하고 사색적인 느낌을 주었습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내부의 색깔이 미묘하게 변화하는 모습은 정말 신비롭고 감동적이었습니다. 저는 그곳에 앉아 한참을 멍하니 빛의 향연을 바라보았고, 그 순간만큼은 세상의 모든 근심을 잊을 수 있었습니다.

 

  • 가우디가 이미 백 년 전에 이 모든 것을 계획하고 설계했다는 사실은 저에게 더욱 큰 경외감을 안겨주었습니다. 자연 채광을 최대한 활용하여 성당 내부에 생동감을 불어넣으려는 그의 의도는 완벽하게 구현되고 있었고, 오히려 현대적인 감각으로 충만한, 미래에서 온 건축물처럼 느껴졌습니다.

 

끝나지 않는 여정: '미완의 걸작'이 주는 경외심과 스페인 사람들의 끈기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1882년에 착공되어 무려 14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지어지고 있는 '미완의 걸작'입니다. 가우디는 1926년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났고, 그의 뒤를 이어 수많은 건축가와 장인들이 그의 비전을 계승하고 있습니다.

  • 가우디의 천재성과 인내의 유산 가우디는 성당이 자신의 생전에 완성되지 않을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는 "내 건축가는 고객(하느님)이 서두르지 않는다"는 말을 남기며, 미래의 건축가들이 자신의 설계를 바탕으로 자유롭게 창조해나갈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건축을 넘어 인류의 장기적인 비전과 협력을 상징하는 듯했습니다. 그 거대한 규모와 복잡한 디자인을 후대에게 온전히 전달하기 위해 가우디는 수많은 모형과 도면, 그리고 상세한 지시를 남겼습니다. 그러나 스페인 내전 중 많은 자료가 소실되었고, 후대 건축가들은 남은 자료와 추론을 통해 가우디의 뜻을 이어가야 했습니다.
  • 스페인 사람들의 끈기: '국민 성당'의 자부심 이처럼 오랜 시간 동안 하나의 건축물을 짓는다는 것은 엄청난 인내와 노력이 필요한 일입니다. 하지만 스페인 사람들, 특히 바르셀로나 시민들은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단순한 성당이 아닌 자신들의 자부심이자 정체성으로 여기는 듯했습니다. 성당 건설은 오직 기부금과 입장료 수입으로만 충당된다고 합니다. 전 세계에서 오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곧 성당 완성을 위한 자금이 되는 것이죠.
  • 2026년, 가우디 서거 100주년에 맞춰 완공될 예정이라는 소식은 저에게 또 다른 감동을 주었습니다. 한 세기를 넘어 두 세기에 걸쳐 완성되는 이 건축물은, 인간의 끈기와 예술에 대한 열정이 얼마나 위대한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산증인이었습니다. 완공된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그 이상의 의미: 감동을 넘어선 영감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단순히 아름다운 건축물을 넘어, 제게 많은 영감을 주었습니다.

  • 자연과의 조화: 가우디는 자연에서 영감을 받아 건축물을 설계했습니다. 숲을 모티브로 한 내부, 거북이와 도마뱀, 과일 등 자연의 요소들이 성당 곳곳에 스며들어 있습니다. 이는 우리가 자연과 어떻게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지, 그리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어떻게 예술로 승화시킬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 시간을 초월한 비전: 한 개인이 자신의 생전에 완성될 수 없는 프로젝트에 평생을 바쳤다는 것은 경이로운 일입니다. 이는 단기적인 성과에 급급하는 현대 사회에 장기적인 안목과 끈기의 중요성을 일깨워줍니다.
  • 협력과 계승: 가우디의 뒤를 이어 수많은 건축가와 장인들이 그의 정신을 이어받아 건축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이는 한 개인의 천재성뿐만 아니라, 공동체의 협력과 비전의 계승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시입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가우디의 정신과 스페인 사람들의 열정, 그리고 인류의 끊임없는 노력이 담긴 살아있는 역사이자 미래입니다. 저는 이 건축물을 통해 예술과 건축, 그리고 인간의 무한한 가능성을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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