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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초중고 가방은 왜 망사일까? '투명 배낭'에 숨겨진 이유와 논란

ohara 2025. 9. 17.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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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하면 자유로움이 떠오릅니다. 그런데 미국학교도 학생들의 복장과 소지품에 대한 규제가 있습니다. 교복을 입지 않는 경우에도 색상과 디자인에 규제를 두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카라가 있는 티셔츠나 후드티, 면바지만 가능하거나, 흰색, 검은색, 베이지색 등  정해진 색깔만 입을 수 있거나, 브랜드로고는 신용카드보다 크면 안되는 것 등입니다. 재미있는것 중 하나는 청바지의 고장 미국에서 학교에 청바지는 절대 입고갈 수 없습니다. 그중 가방 규제가 있는것이 가장 독특한 문화였습니다. 아울렛에 쇼핑을 갔을 때 나이키, 아디다스 등 유명 브랜드 매장마다 망사처럼 속이 훤히 비치는 백팩이 있는 것을 보고 "저런 가방은 누가 사지?" 하고 생각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바로 학생들이 학교에 메고 다니는 책가방이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습니다. 한국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풍경이죠. 

왜 미국 일부 학교에서는 이렇게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가방, 즉 ‘매쉬 백팩(Mesh Backpack)’이나 ‘투명 백팩(Clear Backpack)’만 사용하도록 규제하는 걸까요? 이유는 짐작이 가긴 했습니다.

투명 가방 규제, '안전'이 최우선이다

매쉬나 투명 백팩 사용을 의무화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학교 안전(School Safety)’ 때문입니다. 안타깝게도 미국에서는 학교 총기 난사 사건이나 흉기 소지 사건이 종종 발생합니다. 이러한 비극적인 사건들을 예방하기 위해, 학교 측에서는 학생들이 무기나 위험한 물건을 학교에 반입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총기사고가 나고 있긴 합니다. 저희 아이 학교에서도 어떤 아니가 총을 가져와서 난리가 난적이 있습니다. 친구에게 보여주려고 가져왔다고 하는데, 총기를 갖고 학교에 온것만으로도 퇴학 대상이라고 하더라구요. 

가방 속이 투명하게 들여다보이면 학생들이 굳이 가방을 열어 내용물을 검사받을 필요가 없습니다. 교사나 보안 요원들이 가방 밖에서 내용물을 쉽게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죠. 이 방식은 매일 수백, 수천 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가방 검사를 보다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실제로 2018년, 플로리다주 파크랜드의 한 고등학교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한 후, 해당 지역의 학군은 매쉬 또는 투명 백팩만 사용하도록 의무화했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미국 전역의 많은 학교들이 비슷한 규제를 도입하거나 검토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규제는 비단 총기류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마약, 술, 담배 등 학교에서 금지하는 물품의 반입을 막는 데도 효과적입니다. 학생들의 가방을 무작위로 열어 검사하는 것보다 투명한 가방을 사용하게 함으로써 사생활 침해 논란도 어느 정도 피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논란의 중심에 선 '투명 가방'

하지만 모든 학생들이나 학부모들이 이 규제에 찬성하는 것은 아닙니다. 매쉬 백팩 규제는 여러 가지 이유로 끊임없이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1. 사생활 침해: "투명 가방은 학생들의 사생활을 침해한다"는 주장이 가장 대표적입니다. 교과서, 필기구 외에도 생리용품, 개인적인 편지, 민감한 개인 소지품 등이 다른 사람들에게 노출될 수 있습니다. 특히 청소년들은 자신의 물건을 다른 사람에게 보이는 것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죠. 한 학생은 "마치 범죄자처럼 감시당하는 느낌"이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소지품 검사를 하는것 보다 아이들에게 심리적으로 더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사람의 생각은 역시 다 다른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가방에 뭘가지고 다니는지 훤히 보이니 저같은 외국인들에게는 좋은 팁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곳 아이들은 어떤 학용품을 쓰는지 알수 있었거든요. 개학을 앞두고 어떤게 필요한지 궁금했는데, 아이들 가방안이 들여다 보이니 참고할 수 있었습니다.   

2. 실효성 논란: "총을 비롯한 위험한 물건을 숨기려면 다른 방법을 찾을 것"이라는 회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예를 들어, 큰 옷이나 코트 안에 물건을 숨기거나, 가방 외의 다른 소지품에 숨기는 등 얼마든지 규제를 우회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게다가 테이프나 기타 부자재로 투명한 부분을 가려버리는 경우도 생겨 규제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은 계속 제기되고 있습니다.

3. 내구성과 기능성 문제: 매쉬 백팩은 일반 나일론이나 캔버스 재질의 백팩에 비해 내구성이 약한 경우가 많습니다. 무거운 책을 넣으면 쉽게 찢어지거나 망가질 수 있어 학부모 입장에서는 가방을 자주 교체해야 하는 부담이 생깁니다. 또한, 작은 물건들이 망사 사이로 빠져나갈 위험도 있습니다. 제 생각엔 물건이 빠져나갈것 같진 않았지만 내구성을 확실히 약한것 같습니다. 매쉬가방이라고 해서 싸지도 않은데 말이죠. 나이키 등 브랜드에 가보면 일반적인 백팩과 가격차이가 거의 없습니다. 

투명 가방 규제, 과연 답일까?

이러한 논란 속에서도 많은 학교들이 매쉬 백팩 규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가방을 바꾸는 것만으로는 학교 폭력이나 총기 사고를 근절할 수 없다는 비판도 여전합니다.

학생들의 정신 건강 관리, 교내 보안 시스템 강화, 그리고 근본적인 총기 규제 등 다양한 해결책이 복합적으로 논의되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매쉬 백팩은 그 논의의 한 부분일 뿐, 모든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는 없는 것이죠.

 

한국에서 당연하게 생각했던 불투명한 책가방이 미국에서는 안전 문제와 직결된 논쟁의 대상이라는 사실이 새삼 흥미롭고 놀라웠습니다.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그 망사 가방이 수많은 학생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니, 단순한 디자인을 넘어선 의미를 느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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