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사과는 보통 계절별로 특정 품종이 주를 이룹니다. 여름에는 아삭하고 새콤한 '아오리(쓰가루)', 가을 추석 시즌에는 선물용으로 좋은 '홍로', 그리고 겨울 내내 우리 식탁을 지키는 꿀맛 '부사(후지)' 정도가 대표적이죠. 물론 최근에는 '홍월', '아리수' 등 다양한 국산 품종들이 개발되고 있다고 하지만, 마트 진열대에 가면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고당도', '꿀사과' 같은 설명과 함께 지역명이 적힌 사과들을 만나게 됩니다.
그런데 미국 마트에 처음 갔을 때 저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사과 코너에 가니 온갖 색깔과 모양의 사과들이 진열되어 있었거든요. 노란 사과, 초록 사과, 핑크빛 사과, 줄무늬 사과까지! 이름도 '갈라', '허니크리스프', '그라니 스미스', '핑크 레이디' 등 마치 외국인 친구들 이름 같았습니다. 이 다양한 품종들이 동시에 팔리고 있는 모습이 정말 인상 깊었습니다.
미국 마트 사과, 왜 이렇게 종류가 많을까요?
이러한 품종 다양성은 단순히 우연이 아닙니다. 여기에는 미국 농업과 소비문화의 차이가 담겨있습니다.
1. 소비자 선택의 다양성 존중: 미국에서는 각 품종이 가진 고유한 맛과 식감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그라니 스미스(Granny Smith)'는 매우 새콤하고 단단해서 주로 파이나 베이킹용으로 쓰입니다. 반면, '허니크리스프(Honeycrisp)'는 이름처럼 꿀처럼 달고 아삭한 식감으로 생으로 먹기에 가장 좋은 사과로 손꼽힙니다. '갈라(Gala)'는 달콤하면서도 즙이 많아 주스나 샐러드에 잘 어울립니다. 소비자는 자신의 용도나 취향에 따라 원하는 사과를 고를 수 있는 즐거움을 누리는 것이죠.
2. 품종 개량의 역사: 미국은 오랜 기간 다양한 품종 개량에 힘써왔습니다. 심지어 '조니 애플시드(Johnny Appleseed)'라는 전설적인 인물이 서부 개척 시대에 수많은 사과 씨앗을 뿌리며 품종 다양성에 기여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사과는 씨앗을 심으면 어미 나무와 똑같은 열매가 열리지 않는 특성이 있는데, 이를 통해 새로운 품종들이 자연적으로 탄생했고, 사람들은 그 중 맛있는 품종을 발견하여 접붙이기(grafting)를 통해 상업적으로 재배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수많은 유전적 다양성이 축적되어 지금의 풍부한 품종들이 탄생한 것입니다.
3. 대량 생산 및 유통의 용이성: 미국은 대규모 농장에서 특정 품종을 전문적으로 재배하고, 효율적인 유통 시스템을 통해 전국으로 공급합니다. 각 품종마다 수확 시기가 다르므로, 소비자들은 1년 내내 다양한 종류의 사과를 맛볼 수 있게 되는 것이죠.
미국 마트의 대표 사과 품종들
미국 마트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사과 품종 몇 가지를 소개해 보겠습니다.
- Honeycrisp (허니크리스프): '미국 사과의 왕'이라고 불릴 만큼 인기가 많습니다. 매우 아삭한 식감과 달콤한 맛이 일품이며, 가격도 다른 품종에 비해 비싼 편입니다. 저도 이 품종이 가장 맛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볼 수 없는건 기후가 맞지 않는 것일까요? 한국에서 만날 수 없다고 생각하니 아장 아쉽습니다.
- Fuji (후지): 한국의 '부사'와 같은 품종입니다. 달콤하고 단단하며 저장성이 좋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습니다. 분명 후지라고 써있긴한데 우리나라에서 보던것과 약간 다르게 보였습니다. 껍질에 더 광이 난다고 할까요? 크기도 조금 작구요. 사실 크기는 재배기술과 관련이 있으니 우리나라에서 크게 키워서 차이가 있을거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맛도 우리나라 후지사과가 훨씬 달고 단단한것 같습니다. 후지는 우리나가 최고인듯 합니다.
- Gala (갈라): 가장 대중적이고 저렴한 품종 중 하나입니다. 부드러운 단맛과 아삭한 식감을 가지고 있어 간식용으로 좋습니다.아마 우리나라사람들은 퍼석거린다고 다소 좋아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 Granny Smith (그라니 스미스): 밝은 녹색 껍질이 특징이며, 매우 시큼하고 단단합니다. 베이킹이나 요리용으로 주로 사용됩니다. 생으로 먹기보다는 파이, 샐러드 등에 넣어 상큼한 맛을 더하는 용도로 많이 쓰입니다.
- Pink Lady (핑크 레이디): 이름처럼 핑크빛이 감도는 예쁜 사과입니다. 단맛과 신맛의 조화가 뛰어나고, 아삭한 식감이 특징입니다. 생으로 먹거나 샐러드에 잘 어울립니다.
- Red Delicious (레드 딜리셔스): 백설공주 사과처럼 빨갛고 뾰족한 모양이 특징입니다. 한때 미국에서 가장 많이 재배되던 품종이지만, 식감이 푸석하고 맛이 밋밋하다는 평가가 많아 요즘은 인기가 시들해졌습니다.
우리나라는 이상기후로 사과 재배지역이 점점 줄어들고 있고, 2050년이면 남한에서는 강원도에서도 일부에서만 사과재배가 가능할거라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사과 먹기가 점점 더 어려울 미래가 예상되는 가운데, 알록달록 사과를 보면서 다양한 품종이 있다고해서 취향이 있으니 매번 다른 사과를 사다 먹게 되지는 않겠지만, 경우에따라 다른 사과들도 먹어보고 싶을 때도있으니까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건 좋은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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