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역사 속으로
오랫동안 꿈꾸던 오스트리아 빈을 다녀왔습니다. 빈은 단순히 한 도시가 아니라, 음악과 예술, 그리고 고풍스러운 역사가 살아 숨 쉬는 거대한 무대 같았습니다. 도시 곳곳이 하나의 작품 같아 걷는 순간마다 새로운 장면이 펼쳐졌습니다.
제가 첫발을 내디딘 곳은 슈테판 대성당이었습니다. 높은 첨탑이 하늘을 찌를 듯 서 있었고, 지붕의 화려한 타일 장식은 멀리서도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성당 안으로 들어가니 차분하면서도 장엄한 분위기가 흘렀고, 스테인드글라스 창으로 스며드는 빛이 공간을 신비롭게 물들였습니다. 빈 사람들의 일상과 신앙이 수백 년 동안 이곳에서 이어졌다는 사실이 마음 깊이 다가왔습니다.
그다음으로 향한 곳은 호프부르크 왕궁이었습니다. 합스부르크 왕가의 위세가 그대로 느껴지는 웅장한 건물이었습니다. 특히 ‘시시 박물관’은 인상 깊었는데, 아름답고 자유로운 삶을 갈망했던 엘리자베트 황후의 이야기가 전시되어 있어 오랫동안 발길을 붙잡았습니다. 화려하지만 동시에 외로운 삶을 살았던 그녀의 흔적이 진한 여운을 남겼습니다.
빈을 여행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역시 음악이었습니다. 다른 유럽 도시에서도 길거리 공연을 하는 연주자들을 많이 보긴했지만, 빈에서의 길거리 연주자들은 더 특별하게 느껴졌습니다. 우리가 아는 많은 유명한 음악가들이 바로 여기서 오랜 시간동안 활동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런 귀 안에 멜로디가 오래도록 맴돌았습니다. 빈이 왜 ‘음악의 도시’라 불리는지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한, 빈에서는 카페 문화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저는 자허토르테를 맛보기 위해 카페 자허를 찾았습니다. 진한 초콜릿 케이크 한 조각과 함께 나온 휘핑크림, 그리고 향긋한 멜랑게 커피는 여행의 피로를 단번에 녹여주었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예술가와 철학자들이 이 카페에서 사유와 대화를 나눴다는 사실을 떠올리니, 단순한 디저트가 아닌 하나의 문화적 경험처럼 느껴졌습니다.
여행의 마지막 날, 저는 벨베데레 궁전을 방문했습니다. 이곳은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로크 양식 궁전 중 하나로 꼽히는데, 정원에서 바라본 풍경은 마치 동화 속에 들어온 듯했습니다. 특히 미술관에 전시된 구스타프 클림트의 「키스」를 직접 보았을 때, 황금빛 화면이 뿜어내는 화려함에 숨이 멎을 정도였습니다. 사진으로 보던 것과는 전혀 다른 감동이었습니다.
빈하면 슈니첼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독일을 비롯한 프로이센 영향권 나라들에서 흔하게 먹는 음식이지만 이곳이 원조라는 이야기를 들었던것이 생각났고, 오랜전통이 있는 대표적인 식당을 찾아 갔습니다. 당연히 많은 사람들이 줄서 있었는데, 운좋게도 별관 같은곳에 빠르게 들어갈 수 있게 해주어서 오래 기다리지 않고 먹을 수 있었습니다.
빈은 단순히 ‘볼거리 많은 도시’가 아니라, 과거와 현재가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공간이었습니다. 길거리 연주자의 바이올린 소리, 마차가 달리는 소리, 카페에 울려 퍼지는 잔잔한 대화까지… 모든 순간이 여행의 한 장면으로 제 마음에 새겨졌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저는 문득 생각했습니다. 빈은 여행지가 아니라 ‘경험하는 음악’ 그 자체였다고요. 언젠가 다시 그곳을 찾아, 또 다른 멜로디와 만날 날을 기대해봅니다.
'즐거운생활 > 틈내서 세계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체코-체스키 크룸로프 (9) | 2025.08.26 |
---|---|
체코-프라하 (3) | 2025.08.26 |
독일 -Düsseldorf (7) | 2025.08.22 |
독일-Leipzig (3) | 2025.08.22 |
독일-Frankfurt (4) | 2025.08.22 |